괴산군 청천면 이진호 부면장 공로연수

▲ 【충북·세종=청주일보】충북 괴산 청천면 부면장 이진호씨.

【충북·세종=청주일보】남윤모 기자 = 주중에는 누가봐도 어엿한 행정직 공무원, 퇴근 후에는 성실한 한 가족의 남편이자 아버지. 그러나 스스럼 없이 "저는 딴따라 공무원"이라고 말하는 31년차 충북 괴산 청천면 부면장 이진호(58) 씨다..

이 부면장의 요즘 하루 일과는 퇴임을 앞둔 공무원들이 게으름을 부릴법도 하지만 아침 일찍 부리나케 일어나 아내(박유숙.56세)가 일하는 하우스 농원을 둘러본 후 이른 시간에 출근을 한다. 출근해서는 얼마 남지 않은 공직생활의 열정과 노하우를 쏟고 있다.

퇴근해서는 주민자치프로그램 음악동호회 '푸른내 앙상블'에서 열심히 색소폰을 불고 있다. 올해로 15년째 색소폰을 불면서 요양원, 청천환경문화축제, 크고작은 주민들 행사에서 봉사활동을 했다.

처음에 이 부면장은 색소폰을 취미로 배우기 시작했다. 괴산에는 색소폰을 가르쳐 주는 이가 없어 멀리 청주로 나가서 배우고 왔다.

최근에는 선천청 뇌혈관 이상으로 급성뇌출혈이 발병해 의식불명에 빠진 열다섯살 중학생 이현민 군 돕기를 기념해 열린 '충북 시·도의원 경제 활성화 기원 청주 성안길 작은음악회'에도 참석하고, 괴산고추축제에서 아들과 함께 각설이 분장을 하고 임꺽정 각설이로 출연하기도 하는 등 말년에 더욱 왕성하게 활동했다.

또한 이 부면장이 소속돼 있는 푸른내앙상블이 출연한 지난 10월 28일 음성군품바재생예술체험촌 특설무대서 열린 '제1회 충청북도 아마추어 색소폰 앙상블 경연대회'에서 금상을 차지하기도 했다.

당시 이 부면장은 각설이 분장을 하고 공연에 앞서 심사위원들 앞에서 "지난해 7월 16일 집중폭우가 청천면을 강타해 많은 피해를 입어 거지가 되어 왔다"고 말해 지난해의 아픔을 웃음으로 승화해 청중의 많은 호응과 좋은 심사결과를 얻어 내는데 일조했다.

이 부면장은 공직 초기에 주경야독하며 대학을 다니면서 사회복지 자격증을 획득했다. 퇴직 후에는 양로원에서 전문자격증을 가지고 봉사의 질을 높이기 위해서다.

현재 공직생활을 함께하면서 색소폰 봉사활동을 다니기에 귀만 즐거운 봉사활동을 하지만 퇴직 후에는 많은 시간을 실질적인 봉사에 할애할 것이라고 말한다.

이 부면장이 장가를 들고 얼마 후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연이어 어머니가 쓰러져 일어나지를 못했다. 아내가 어머니의 대소변을 받아내며 10여년을 온갖 정성과 고생을 다해 모셨다.

그래서 괴산문화원장과 공림사 주지한테 효부상을 2개 받았다. 갓 시집온 새색시가 아침에 일어나 어머니 수발하고 밭에 나가 힘든 일을 하다가도 점심 때에는 다시 집으로 돌아와 어머니 밥상을 차려드리는 일을 어언 10여년을 했다.

이것이 아직도 아내에게 미안하고 맘에 걸린다며 인터뷰를 하면서도 이 부면장의 눈가에 눈시울이 붉어졌다.

이 부면장의 공직 입문계기는 남들처럼 청운의 꿈을 안고 공직에 첫 발을 내딛지는 않았다. 당시 호구지책으로 공직에 몸을 잠시 의탁하려고 한 것이 천직이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본래 집안에 농토는 많았으나 면서기를 하면서 모든 부분에서 얘들 먹여 살리기 힘들어 아버지가 물려준 농토 3천평을 팔아 먹었다. 공직에 입문할 때 아버지가 돌아시고 어머니가 살아계셨는데 어머니는 처음에 극구반대했다. 어머니는 농사짓기를 원했다.

그 당시 면서기는 생활하기에 급급했기 때문이다. 아이들은 아빠가 돈을 잘 못 번다고 공직에 있는 것을 좋아하지 않았다. 현재 큰아들은 건설회사에 근무해 이 부면장도 더 많이 벌고, 좋은 차도 끌고 다닌다며 흐뭇하게 말했다.

▲ 【충북·세종=청주일보】충북 괴산 청천면 부면장 이진호씨와 부인 박유숙 씨


이 부면장이 출생한 곳은 충북 보은군 장안면 구인리로 마을 이름이 한자로 구할 구(求) 어질 인(仁) 마을 리(里)로 동네에 큰 인물이 있을 법도 하지만 없다. 사람이 많은 동네라 후배들은 많다. 보은에서 유년과 청소년기를 보내고 28세때 인근에 있는 청천면 귀만리로 이주했다 1년 뒤에 선평리로 이사했다.

1988년도 28세에 선평리로 이주하면서 공직에 첫 발을 디뎠으나 승승장구하지는 않았다. 청안면에서 2002년 8월부터 2003년 10월까지 1년 반, 문광면은 최근에 2014년 7월부터 2016년 7월까지 2년간 근무하면서 문광부면장으로 승진하는 경사를 맛봤다.

그러나 이 부면장은 뼈속까지 청천맨이라고 말한다. 이 부면장은 공직 생활의 전반을 청천면에서 보냈기 때문이다. 청천면 어르신들은 청천면사무소에 와서 무슨 일을 보려하면 '이진호' 어디 있냐고 찾는다. 하루 종일 청천면사무소 얼굴 마담이라 자칭한다.

그만큼 청천 주민들의 집안사정은 어떤지, 누구네 숟가락이 몇 개인지 다 알 정도로 주민들에게는 친근하고 성실히 근무하기에 주민들 또한 서스럼없이 이 부면장을 대한다.

이 부면장은 공직에 입문해 요즘처럼 공무원이 선호되던 시대가 아니라 근무환경이 열악하고 경직된 사회라 힘들었지만 재미도 있었고 추억도 많았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전시행정을 중시하던 때라 새마을 꽃길 조성하고, 논에 잡초 뽑고, 추수기에 농가 가을걷이하러 다니고, 고추대 뽑고, 휴경지 소각하러 다녔을 때가 힘들었으나 마음 한 켠에는 뿌듯함이 있었다고 했다. 그 때는 다들 그렇게 공무원 생활하는 줄 알았다.

이 부면장은 공직 초기 1985년 온천지구로 지정돼 문장온개발개발이 시작돼 올해로 온천개발이 백지화되는 과정을 현장에서 함께한 산 증인이다. 온천개발 현장에서 마을별로 돌아가면서 먹고자고, 포크레인 바가지에도 올라가고 드러눕고, 면직원들도 각종 준비사항을 함께하면서 2003년과 2009년 대법원 승소를 이끌어 냈다.

공직생활하면서 1980년, 1989년, 2017년 수해가 여러 번 났다. 지난해의 수해복구 현장은 참혹해서 여러 날을 당시 신태혁 청천면장하고 함께 현장을 누비면서 지원하고 복구하느라 퇴근을 미뤘던 기억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

면 직원들은 7월 16일이 일요일이라 출근이 늦어 혼자 아침에 들어와 3일간 집에 못 들어가고밤을 지새웠다. 300미리가 넘는 폭우로 도로가 끊어져 직원들이 오후 늦게 들어왔다.

청천면은 폭우로 96가구 192명의 이재민이 발생하고, 971가구가 주택 전파 6동, 반다 55동, 침수 115동, 농경지와 농작물, 산림작물이 유실되고 침수됐다.

이 부면장은 공직 마무리를 하면서 유종의 미를 거두기 위해 시종일관 근무에 해이하지 않고 시종일관 한결같은 마음으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함께 근무한 공직자들에게도 큰 과오없이 공직생활을 하도록 배려와 관심, 그리고 많은 도움에 감사함을 잊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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