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세종=청주일보】김흥순 = 신자유주의가 덮친 이나라는 지옥이다. 사회적 타살이고 살인이다. 살인은 꼭 상대를 죽여야만 살인이 아니다. 말로, 분위기로, 제도로, 경제로 우리는 엄청난 살인을 저지른다.


1월14일~12월7일 까지 산재 사고사 분석을 보면 생명을 우습게 여기는 직장에서 끼이고 깔리고 떨어져 목숨을 잃은 사람들이 수두룩하다.

최근 3주새만도 50명이 사망했다. 11월 14일부터 12월 7일까지 최소 50명이 숨졌다. 24일 동안 하루 2명씩 목숨을 잃었다. 아주 평범한 나날이었다.

한 해 일어나는 산업재해 사망 사고가 이 기간에도 평균적으로 일어났던 것이다. 한국에선 한 해 1천명가량이 일터에서 사고로 목숨을 잃는다. 하루에 2~3명씩이다.

‘김용균’은 우리 사회 도처에 있다

태안화력발전소 김용균의 참변은 세월호 사건과 같다.

원청업체 책임을 가공할 정도로 물어야 한다.

한국의 문제는 권리 권한은 최대한 누리면서 책임과 의무는 다하지 않는 표리부동한 사회이기 때문이다.

충남 태안화력발전소에서 하청업체 직원이 석탄 이송 컨베이어 벨트에 끼여 숨진 사건은 우리 사회에 무거운 질문 하나를 또다시 던졌다. 사람이 죽은 곳에서 컨베이어 벨트가 멈추기는 커녕 돌아가고 있었다.

위험이 따르는 안전 관련 업무마저 이윤과 경영 효율을 이유로 외주업체에 넘기는 것이 옳으냐는 것이다. 위험하고 더럽고 힘든 일은 모두 가난하고 힘없는 하청업체나 비정규직의 일이다.

이런 지옥같은 일이 있나.
모두 제자식, 제가족만 제 1로 치는 신자유주의 세상을 만들었기 때문이다. 돈이 최고의 가치가 된 더러운 세상이다.

외주업체는 원청업체에서 최저가로 일감을 따오고도 이익을 남겨야 하기 때문에 인력을 충분히 쓰기 어렵고 임금 수준도 낮으며 숙련된 기술자를 확보하기도 쉽지 않다.

이번에 희생된 김모씨만 해도 발전소 운영을 담당하는 하청 민간회사인 한국발전기술 소속 계약직으로, 입사한 지 3개월밖에 되지 않았으니 아무리 성실해도 능숙하게 작업에 임하기에는 한계가 있었을 것이다.

게다가 그는 순찰을 주업무로 하는 운전원이었다. 하지만 그가 속한 회사의 현장 직원들은 발전소의 정비와 점검 등 안전 전체를 담당했다고 주장하고 있으니 그 열악한 조건에서 안전수칙을 지키기는 애초에 불가능했다. 그런데도 태안화력발전소가 사고 직후 안전수칙을 지키지 않은 개인의 잘못처럼 몰아가는 태도는 책임을 모면하려는 얄팍한 수로밖에 비치지 않는다.

하청업체 직원들이 작업 도중 화를 입는 일은 숱하다. 특히 2010년 이후 태안화력발전소에서만 12명의 하청노동자가 사고로 숨졌다고 한다. 공공운수노조가 공개한 ‘태안 화력발전소 하청노동자 주요 안전사고·사망사고 현황’을 보면, 2010년부터 8년 동안 이 발전소에서는 모두 12명의 하청 노동자가 추락 사고나 매몰 사고, 쇠망치에 맞는 사고나 대형 크레인 전복 사고, 김씨와 같은 협착 사고로 숨졌다.

발전비정규직연대회의에 따르면 2012~2016년 346건의 안전사고로 발전소 노동자들이 다치거나 죽었다. 이 중 337건인 97%는 하청노동자 업무에서 발생했다. 이 기간 사고로 숨진 40명 중 37명이 하청노동자였다.

꽃다운 스물넷 젊은이의 죽음을 접하고 정치인들이 사고현장을 찾아 비정규직 및 외주화 문제에 관심을 표했다.

과거 이런 일이 일어났을 때도 반짝 관심은 있었지만, 근본적 문제 해결로 이어지지 못했다. 그의 죽음이 헛되지 않으려면 적어도 위험한 안전 관련 업무만이라도 원청업체가 책임지고 수행하도록 하는 의식 개혁과 그에 따른 제도적 장치가 요구된다.

원청업체와 하청업체의 불평등 관계나, 하청 노동자의 작업 환경을 뜯어 고치려는 정부와 정치권의 노력이 뒤따라야 함은 물론이다.

비정규직 '나 홀로 작업'에 대한 전면 점검과 대책 수립이 절실하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일은 이번이 마지막이어야 한다.

비정규직을 만든 법을 철폐해야 한다.

원청업체를 범죄경영학적으로 다스려야 한다.회사를 없앨 정도로 다스리고 책임자를 법정 최고형으로 다스리고 재산을 몰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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