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세종=청주일보】김흥순 = '증자의 돼지'처럼 약속을 지키는 돼지가 되면 좋겠다

.“공자의 제자인 증자의 아내가 시장에 가는데 아이가 울면서 따라간다고 보챘다. 아내가 ‘돌아와서 돼지를 잡아줄 테니 집에 있으라’고 달래자 아이는 말을 들었다.

아내가 장을 보고 돌아오자 증자가 돼지를 잡으려 했다. 아내는 ‘아이를 달래려 한 말인데 정말 잡으면 어떡하느냐’고 언성을 높였다.

그러나 증자는 ‘당신이 아이에게 뭐라고 했느냐. 아이에게 속임수를 가르치려고 하느냐. 어미가 자식을 속이면 자식이 어미를 믿지 않게 된다’며 돼지를 잡았다.”

돼지(亥)는 십이지신 가운데 열두 번째다.

잡귀를 몰아내는 신장(神將)이면서 동시에 우리 인간과 가까운 친구다.

다섯 행성인 수성·화성·목성·금성·토성에 대한 점성술을 근거로 오행 사상이 나타났고 십이지(十二支) 사상으로 발전했다. 십이지 가운데 마지막인 돼지는 오행으로는 물(水), 방향으로는 북서북, 시간으로는 오후 9~11시(21~23시)를 상징한다.

원시사회에서 두려운 존재였던 멧돼지는 샤먼을 통해 `악(惡)의 화신`에서 `마을의 수호신`으로 거듭난다. 멧돼지는 저돌성을 가지고 있다.

중국 장편소설 `서유기`에 등장하는 저팔계는 삼장법사를 만나 불교에 귀의한다. 그 뒤로 궁궐의 잡상(雜像)에 등장하는 선한 수호신이 된다.

속세로 내려온 돼지는 소중한 반려자로 집에서 인간과 함께 생활한다.

신성한 제물로 돼지는 마을공동체의 결속을 다지는 제의에 사용된다.

삶은 돼지고기는 삼해주(三亥酒) 등 술과 함께 인간에게 행복을 선사한다.

베이비붐 세대인 1959년 기해년생들은 새해 환갑을 맞는다.

그들에게 2019년은 먹고살기도 힘들던 시절 꿈꾸던 미래다.

`돼지저금통`을 보며 `절약`과 `저축`을 통한 부자의 꿈을 키웠고, `증자의 돼지`처럼 약속을 지키는 것을 중요하게 여기며 살았다.

인간에게 복을 가져다주는 돼지가 언제부터인가 자기 관리를 제대로 못하는 뚱뚱한 사람을 표현하는 비속어로 변질됐지만, 원래 돼지는 동물 세계에서 지능이나 주변관리가 뛰어난 동물중 하나다.

'이발소 돼지 그림` `기문둔갑첩` `돼지저금통` 등과 같이 돼지는 다사다난했던 현대사에서 인간에게 복을 전하며 인간과 함께해온 동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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