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세종=청주일보】김흥순 = (1)지방 토호세력들의 결집처
(2)쉽게 진입하는 저질 물건들 많아
(3)비판 견제없는 무소불위

경북 예천군의회 등에 따르면 예천군의원 9명과 의회사무국 직원 5명이 지난달 20일부터 29일까지 미국과 캐나다로 해외 연수를 떠났다. 나이아가라 폭포 견학 등 대부분이 관광 일정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1인당 442만원씩 총 6188만원의 예산이 사용됐다.

문제는 ‘외유성’ 출장에 그치지 않았다. 연수 기간 박종철(자유한국당) 예천군의회 부의장이 현지 한국인 가이드를 주먹으로 폭행했다. 일부 군의원들이 해당 가이드에게 ‘여성 접대부가 있는 술집으로 데려가 달라’고 요구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경북 예천군의회 의원들이 해외 연수기간 중 여행 가이드를 폭행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져 파문이 일고 있는 가운데 사건 당시 911에 신고한 녹취록이 공개됐다. 녹취록엔 가이드가 자신의 얼굴에 피가 난다면서도 구급차는 필요 없다고 말하는 내용이 담겼다. 반면 신고를 만류하는 예천군의회 관계자들의 다급한 목소리도 담겨 공분을 사고 있다.

MBC 뉴스데스크는 7일 폭행을 당한 가이드가 911에 신고했던 통화 녹취록을 입수해 공개했다.

공개된 녹취록은 지난해 12월23일 오후 6시24분에 911에 신고된 것이다. 녹취록에 따르면 “신고한 적이 있냐”는 911 대원의 물음에 가이드가 “누군가 나를 위해 신고했다. 구급차는 필요 없다”고 답한다. 이를 옆에서 듣고 있던 버스 기사가 “구급차가 왜 필요 없냐. 안 된다. 피를 너무 많이 흘리고 있다”며 만류하는 목소리가 담겼다.

그러나 가이드는 침착하게 “누군가 내 얼굴을 때렸다. 안경이 부러졌고 얼굴에 피가 난다”고 설명하면서 구급차를 요청하지 않는다. 이때 예천군의회 관계자로 추정되는 남성과 여성의 목소리가 들린다. 남성은 “사과하러 왔다. 사과하러”라고 말했고 여성은 “끊어 봐라. 끊고 얘기를 좀 하고 통화해라”며 가이드를 만류한다.

이 같은 내용이 담긴 녹취록을 공개한 MBC 뉴스데스크는 토론토 현지 경찰과 구급차가 달려와 가이드가 응급처치를 받은 기록을 공개하기도 했다. 앞서 예천군 의회(7명 자유한국당, 2명 무소속)는 지난해 12월20일부터 7박10일 일정으로 미국과 캐나다 해외연수를 다녀왔다. 연수에 들어간 비용은 모두 6188만원으로 전액 예천군이 지원했다.

해외연수가 진행 중이던 23일 자유한국당 소속 박종철 예천군의회 부의장이 일정이 빡빡하다는 이유로 현지 여행 가이드의 얼굴을 폭행해 안경이 부러지면서 얼굴에 상해를 입힌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군 의원은 현지 가이드에게 여성 접대부가 나오는 술집으로 안내하라고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사건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박 부의장은 지난 4일 기자회견은 열고 사과한 뒤 부의장직을 사퇴했고 자유한국당 또한 탈당했다. 박 부의장은 폭행 당시 술을 먹지 않았다고 부인했으며 다른 의원들도 여성 접대부를 요구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그러나 청와대 국민청원게시판엔 해외연수 폐지와 의원직 박탈을 요구하는 청원들이 줄줄이 올라왔고 시민단체 활빈단은 박 의원의 가이드 폭행과 군의회 연수 경비 내용을 조사해 달라는 내용의 고발장을 예천경찰서에 제출했다.

이에 예천경찰서는 조만간 박 의원을 소환해 조사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더불어민주당은 주민소환 운동에 나서겠다고 밝혔고 정의당은 연수 경비 전액 반납을 요구한다는 입장을 발표하기도 했다.


지방의회의 비위는 예천군만의 문제가 아니다.

지방의회 의원들의 외유성 출장은 고질적인 문제로 꼽힌다.

2018년 전남 순천시의회 일부 의원들

한 달 동안 2번의 해외연수를 떠났다. 한 달 동안 약 900만원의 혈세를 연수에 쓴 의원도 있었다.

충북도의회

지난 2017년 ‘충북 제천 화재 참사’ 당시 유럽으로 외유성 출장을 떠나 비판을 받았다. 충북도의회는 이후 해외 연수 프로그램을 대폭 수정했다.


지방의회 의원들의 ‘막말’

홍준연(더불어민주당) 대구 중구의원은 지난달 중구 본회의에서 “세 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며 “젊어서부터 땀 흘려 돈을 안 벌고 쉽게 돈 번 분들이 지원금을 받고 난 다음 성매매를 안 한다는 확신이 있느냐. 혈세 낭비다”라고 말했다.

여성단체 등은 홍 구의원이 비하·혐오 발언을 했다고 항의했다.

전근향(더불어민주당) 부산 동구의원

지난해 7월 동구의 한 아파트에서 경비원 김모씨가 교통사고로 숨졌다. 김씨의 부친도 같은 아파트에서 근무 중이었다. 해당 아파트의 입주민 대표였던 전 구의원은 사고 직후 경비업체 측에 “숨진 김씨의 아버지를 다른 사업장으로 옮겨달라”고 요구했다. 이에 “상이 끝나기도 전에 전근 이야기를 하는 것은 부당한 처사”라는 비판이 일었다. 전 구의원은 당에서 제명됐으나 소송을 통해 복직했다.

막말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주먹’이 나가는 일도 있다.
지난해 11월 김상득(자유한국당) 경남 밀양시의회 의장과 정무권(더불어민주당) 밀양시의원은 쌍방상해 혐의로 검찰에 송치됐다.

최청환(무소속) 경기 화성시의원

여성 폭행 혐의로 입건됐다가 ‘공소권 없음’ 처분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최 의원은 본래 소속이던 더불어민주당에서 제명됐다.

시민 의식이 높아졌음에도 권위적인 의식을 버리지 못한 의원들이 남아 있는 것이 문제다. 국회의원 감시도 힘든 판에 지방의회까지 비판과 감시 견제에 힘이 모자란다.

시민은 지방의회 의원들에게 권한을 대행하라고 넘겨준 것이지 ‘갑질’하라고 준 것이 아니다.

정당은 공천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

겸직 위반, 외유성 출장 등 지방의회 의원들의 비위를 제재해야 한다. 비위의원이 나온 정당은 그 지역에 출마를 못하게 법에 정해야 한다. 국민세금으로 선거를 치른 만큼 구상권을 통해 징벌적 손해배상액을 받아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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