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세종=청주일보】김흥순 = 바른미래당은 매주 월, 수, 금요일에 최고위원회의가 열린다.
당내 현안을 체크하고, 당무 운영·예산·당직자 임명 등 주요 사안을 결정하는 말 그대로 ‘최고’ 결정 기구다.

소속 의원과 당직자들은 이 자리를 빌려 정부에 정책 제안을 하거나, 정부·여당·다른 야당을 향해 준비한 날 선 발언을 하기 위해 마이크를 잡는다.

이 자리에서 나온 말 한 마디 한 마디는 기사로 남는다. 출입 기자들은 회의에 참석해 이들이 어떤 이야기를 하는지 귀를 기울인다. 그 발언을 통해 국회가 어떻게 돌아갈지 예측할 수 있기 때문이다. 최고위원회의에는 당 대표, 원내대표, 선출직 최고위원 3명, 정책위의장, 청년 최고위원, 지명직 최고위원 등이 참석하게 돼 있다.

8일 바른미래당 최고위원회의에는 빈자리가 많았다. 최고위원회에 소속된 사람 중엔 손학규 대표, 김관영 원내대표만 참석했다. 바른정당 출신 하태경·이준석·권은희 최고위원과 국민의당 출신 청년 최고위원 김수민 의원, 정책위의장 권은희 의원까지 불참하면서 최고위원 7명 중엔 2명만 자리를 지켰다.

당 사무총장인 오신환 의원, 당 대표 비서실장인 채이배 의원이 손 대표와 김 원내대표 옆자리를 채웠다. 하태경·이준석·권은희 최고위원은 오늘을 기점으로 향후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지 않을 것이라고 공개적으로 입장을 냈다.


봉합되지 않은 정체성 문제, 이번주 의원 총회가 고비

표면적으론, 4·3 보궐선거에서 손 대표가 집중 지원한 이재환 창원성산 후보가 득표율 3.57%에 그친 것이 바른미래당 내홍의 발단이다.

바른정당 출신 의원들은 이를 계기로 앞다퉈 ‘지도부 책임론’을 들고 나선 상황이다.

좀 더 깊숙이 들여다보면, 연동형 비례대표제 등 선거제 개혁안에 대한 신속처리안건(패스트트랙) 논의 과정에서도 갈등의 조짐이 여럿 관찰된다.

어쩌면 바른정당과 국민의당의 만남, ‘합리적 진보’와 ‘개혁 보수’ 사이에서 창당 1년 2개월째 봉합되지 않은 정체성·진로 문제가 다시 촉발된 것일 수 있다.


바른정당 출신 최고위원들이 당분간 최고위원회의에 불참하게 된다면, 바른정당과 국민의당 출신 의원들 사이 껄끄러운 분위기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5일 최고위원-국회의원 연석회의를 열어 보궐선거 결과에 대해 격론을 벌였던 바른미래당은 이르면 9일 다시 의원총회를 열어 당의 정체성과 좌표를 설정하는 논의를 이어갈 예정이다. 이번 의총이 ‘주도권 싸움’의 전장이 될지, ‘위기 봉합’의 기회가 될지 관심이 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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