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세종=청주일보】김흥순 = 짜고 치는 고스톱이다.
선거개혁을 하기 싫은 것이다.

이 상태로 가면 거대 양당은 본전은 찾는다. 개혁을 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적폐 정치닌 뭐니 욕을 잠깐 먹겠지만 착한 국민들이 빨리 까먹고 진영싸움을 하며 자신들을 찍어줄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여야가 지난해 말부터 본격적으로 논의해온 선거제 개편안 합의가 21대 국회의원 총선 D-1년인 4월 15일까지 불발됨에 따라 선거구 획정도 법정 시한을 넘기게 됐다.

더불어민주당, 자유한국당, 바른미래당 등 여야 3당 교섭단체는 이날 국회에서 원내대표끼리 비공개 회동을 갖고 4월 임시국회 의사일정 및 선거제 개편안 합의 등을 두루 논의했으나 타결에 이르지 못했다.

김관영 바른미래당 원내대표는 "선거제도 개혁에 관해 작년 12월 여야 대표 간 합의에 대해 다시 한 번 합의 이행을 해달라"고 촉구했지만, 홍영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추경과 민생·경제입법, 이미선 헌법재판관 후보자 청문보고서 채택 처리를 요구했다.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는 "선거법을 더 이상 패스트트랙으로 압박하는 것보다는 지금 정개특위가 작동되고 있으니 국회의원 수를 270명으로 줄이는 저희당의 선거제안도 올려놓고 정개특위에서 논의해달라"며 "다만 저희가 비례대표 부분에 대해서 전면 폐지하는 데 대해선 조금 더 열린 자세로 토론하겠다"고 밝혔다.

정치권이 선거제 개편안에 대한 합의점을 찾지 못하면서 총선 1년 전까지 국회의원 지역구를 확정하도록 한 공직선거법도 내년 총선에서 다시 한 번 무용지물이 됐다.

선거법상 국회에서 국회의원 지역구를 선거일 전 1년까지 확정하고, 국회의장은 국회의원선거구획정위원회에 선거구획정안을 회부하면, 열흘 이내에 위원회의 수정·보완을 거쳐 의장에게 제출된 뒤 본회의 표결로 선거구 획정안이 법적으로 효력을 갖게 된다.

한국당이 여야 4당이 합의한 선거제 개편안을 완강히 반대하고 있는데다, 바른미래당이 선거제 개편안의 패스트트랙(신속안건 처리) 상정을 공수처법과 연계해 처리할 것을 요구한 후 민주당과 공수처 운영방안을 놓고 이견을 보여 선거제 개편안 추진도 지연되고 있다.

지난 총선에서도 선거구 획정안은 '지각' 처리됐다. 16대에서는 총선 65일 전에 확정됐고, 17대(37일), 18대 총선(47일), 19대(44일), 20대(42일) 총선 모두 한 두달을 남겨놓고 선거구 획정이 이뤄졌다.

일각에서는 선거구 획정이 지연될 수록 선거 준비에도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는 만큼 현역 의원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예비 후보자들이 더 불리한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수도권의 한 재선 의원은 "선거제 개편안은 사실상 물 건너 간 분위기"라며 "선거제 개편안이 힘들게 패스트트랙에 오르더라도 지역구 의원 감축에 따른 선거구 조정이 불가피하기 때문에 의원들 간 불만이 많아 선거구 획정 과정에서도 잡음이 굉장히 심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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