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세종=청주일보】김흥순 = “자신의 십자가를 지고 예수 그리스도와 이웃의 고난에 동참하는 값비싼 은혜를 누려야 한다” -본 회퍼

독일의 신학자, 바르트의 제자. 히틀러의 교회 공격에 대하여 투쟁, 이른바 '독일 교회 투쟁'에 참가했던 인물,

좌우로 동요하는 교회 투쟁에 실망, 1941년 히틀러 암살계획에 가담하여 1943년 체포되고 1945년 처형되었다.

그는 옥중에서 친구에게 편지를 보내(『저항과 복종』 Widerstand und Ergebung, 1951), 현대인은 '연구상의 가설로서의 신'이나 '기계장치의 신'을 전제로 하지 않을 만큼 성인이 되었고, 이런 '신'을 필요로 하지 않는 현대에서는 기독교의 내용을 '비종교화'할 필요가 있고, 또 속화로부터 신앙의 신비를 지키는 '극비 규율'이 요청된다는 것, 나아가 교회는 자기를 위해서가 아니라 '타인을 위해' 있어야 한다는 것을 주장했다.

나치즘에 대한 저항운동에의 참가하고 다른 정치적 태도나 세계관을 가진 사람들과의 협동 속에서 나타난 이러한 문제 제기는 현대의 기독교 이해에 큰 영향을 주었다.

서거 70주년 맞아2015년 발간됐던 눈길 끈 책 두 권

① 본회퍼의 선데이 ② 교회가 세상에 소망을 말할 수 있을까?

‘독일의 양심’으로 불리는 디트리히 본회퍼(1906∼1945) 목사 소천 70주년을 맞아 눈길을 끄는 두 권의 책이 나왔다. 순교 2년 전 감옥에서 쓴 본회퍼의 자전적 소설 ‘본회퍼의 선데이’(샘솟는기쁨)와 ‘교회가 세상에 소망을 말할 수 있을까?’(좋은씨앗)이다.

‘샘솟는기쁨’이 국내 처음으로 출간한 책의 원제는 ‘선데이(Sonntag)’로 옥중 검열을 피해 다양한 글쓰기를 시도한 천재 신학자 본회퍼의 유일한 소설이자 저전적인 이야기다.

소설은 7월의 어느 주일 예배 후, 주인공이기도 한 브레이크 여사의 관점에서 교회와 설교 그리고 그리스도인의 신앙을 균형 있게 재해석하면서 시작된다. 두 가족의 일상과 사건 사고를 통해 다음 세대를 위한 신학적 주제와 시대적 담론을 제시한다.

독자들은 책에서 본회퍼의 신학적 단면을 총체적으로 느낄 수 있다.
1930년대 독일교회에 흘러넘쳤던 형식주의 경향, 즉 교인들이 예배에 참석해 하나님이 모든 사람을 사랑하시고 용서하신다는 말씀만 듣고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는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 신앙 풍조, 이른바 ‘값싼 은혜’에 대한 저자의 비판적 시각을 느낄 수 있다.

어린시절 경험한 일들이 소설 속 사건으로 전개되기도 한다. 브레이크 집안의 막내 손자인 에케하르트가 그의 할머니와 나누는 대화, 즉 어미 새가 새끼 새를 떨어뜨려 죽인 사건에 대한 대화는 그가 스페인에서 부목사로 아이들을 가르칠 때 강아지가 죽어 슬퍼하는 아이의 모습과 그를 위로하며 나눈 대화를 떠올리게 한다.

자신이 네 살 때 엄마에게 질문한 경험이 녹아 있다. “선하신 하나님께서 굴뚝 청소부도 사랑하시나요? 하나님도 앉아서 점심을 드시나요?”

맏아들의 죽음은 저자의 둘째 형 발터의 죽음, 즉 열여덟 살 나이에 소집명령을 받고 제1차 세계대전에 참전했다가 사망한 형을 기억에서 되살린다.

소설 속 등장인물인 프란츠가 슬럼가의 아이들을 돕는 장면은 1921년 11월, 열다섯 살의 나이로 처음 전도 집회에 참석해 구세군 대장 브람웰부스를 만나고 거기서 그와 함께 경험한 내용으로 그리고 있다.

“이따금 하나님의 귀에는 타락한 자들의 악담이 경건한 이들의 ‘할렐루야’보다 더 좋게 들린다.” 종교개혁가 루터의 말인데, 본회퍼가 칼 바르트가 주최한 세미나에서 인용한 말이다. 이 말은 시대를 대표하는 대신학자였던 두 사람 간에 서로를 이해하는 결정적인 계기가 되었는데 과연 이 말이 무슨 뜻인지 우리 중 몇 명이나 공감할까.

누가 타락한 자들이고 누가 경건한 자들일까. 소설 속에 노예와 자유인에 대한 논쟁이 나온다. 누가 자유인이고 누가 노예인가. 바리새인과 서기관들을 향해 회칠한 무덤 같은 자들이라고 한 예수 그리스도의 목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본회퍼는 사형장의 이슬로 사라지면서도 의연함을 잃지 않았다.
1945년 교수형에 처하게 되는 마지막 순간에 나눈 대화는 70년이 지난 현재도 영원히 사라지지 않는 메아리로 울려 퍼지고 있다. 간수가 본회퍼에게 물었다. “이제 자네와의 인연도 여기서 끝나는군, 잘 가게. 본회퍼.” 이에 본회퍼는 빙그레 미소 지으며 대답했다. “자네와는 이것이 끝이지만, 나에게는 이제부터가 생명의 시작일세.”

‘좋은씨앗’이 펴낸 ‘교회가 세상에 소망을 말할 수 있을까?’는 ‘행동하는 신앙’ 시리즈 세 번째 책이다. 제목 그대로 혼란스러운 이 세상에서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를 고민하는 그리스도인들에게 명징한 해답과 깊은 울림의 메시지를 전한다.

책에는 본회퍼가 베를린에서 행했던 설교들을 중심으로, 그밖에 런던 및 독일 등지에서 1940년 성탄절까지 행했던 설교들이 실려 있다.

1906년 독일 브레슬라우에서 태어난 본회퍼는 히틀러의 나치독일에 항거하며 레지스탕스 운동에 가담해 히틀러 암살 계획을 추진 중인 1943년 4월 체포된다. 이후 테겔 군사형무소에서 18개월 수감된 뒤 이감되어 1945년 4월 9일 플뢰센베르크 형무소에서 교수형에 처해졌다.

두 권의 책은 오늘날 한국교회에 ‘왜 본회퍼인가’를 역설적으로 보여준다.
하나님을 만나 그 뜻대로 살다간 사람의 흔적은 세월이 아무리 흘러도 지워지지 않고 영원히 빛난다는 교훈이다.

하나님의 이름은 뒷전이고 자신의 세상적 안녕을 눈앞에 둔 오늘날 선데이크리스천들에게 일침을 가한다. “만일 미친 사람이 대로로 자동차를 몰고 간다면 목사인 나는 그 차에 희생된 사람들의 장례식을 치러주고 그 가족을 위로하는 것으로 책임을 다했다고 할 수 있겠는가?

만일 내가 그 자리에 있었다면 자동차에 뛰어올라 그 미친 사람의 손에서 핸들을 빼앗아 버려야 하지 않겠는가?” 당신이라면 어떻게 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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