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세종=청주일보】 김흥순 = 대전 대덕구가 청소년아카데미에 방송인 김제동을 초청하며 1550만원을 지급한 사실이 알려지자 보수 정치권 중심으로 김제동의 강연료가 과도하다는 게 비판 중 하나다.

정말 김제동은 지나치게 많은 강연료를 챙긴 것이라 할 수 있을까.

강연업계에서는 논란을 이해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시장에서 김제동의 몸값은 1550만원보다 높다

김제동 강사 섭외료를 1회 2000만원 이상으로 책정하고 있다.

김제동보다 덜 알려졌고, 강연 내용까지 부실한 유명인도 1시간에 500만~600만원을 받는 게 현실이다. 유명 엔터테이너이면서 자신만의 콘텐츠까지 있는 사람은 현재 김제동이 유일하다.

고액 강연료라는 비판은 자본주의 세상 물정을 잘 모르고 하는 소리다. 예산 부담을 고려치 않고 김제동을 초청한 지자체를 비판하면 몰라도 김제동에게 비판의 화살을 일방적으로 퍼붓는 건 부당하다

굳이 공공행사에서까지 고액 강연료을 받고 가는 김제동의 처신에 대해선 비판의 여지가 있다는 게 업계의 시선이기도 하다.

김제동의 1회 강연료가 1,000만원 이상인지는 오래됐다.

토크쇼 행사가 인기를 끌던 2015년에도 행사 1회당 1,000만원 이상을 받았다. 일각에서 대덕구청장이 진보진영 출신이니 구청 직원에게 압력을 넣어 특혜를 준 거 아니냐는 의혹이 나오지만, 강연업계나 연예업계 시각은 다르다.

요즈음은 강사들도 소속사가 다 있다.

소속사가 강연 섭외를 하는 쪽과 시장가격을 바탕으로 협의를 통해 강연료를 책정한다. 강사가 마음대로 강연료를 책정할 수 없고 강연료가 고가라 해도 강사와 소속사가 나눠 갖게 된다

진보적 성향인 김제동을 향해 업계 상황과는 무관하게 과도한 비난이 쏟아지고 있는 것이다

강연이나 행사에서 고액을 받는 사람들은 수두룩하다.

대학 축제 등 무대에서 가수들이 3곡을 부르고 4,000만~5,000만원을 챙기고, TV에 다수 출연한 유명 영화평론가도 강연 형식의 토크쇼 행사 1회당 1,500만원을 받는 게 현실이다.

유명 아나운서에게 기업 행사 등의 사회를 맡겨도 800만원은 줘야 한다. 고액 강사료가 문제라면, 김제동뿐만 아니라 모든 연예인이나 유명인의 강연료나 행사 출연료가 지나치게 높다고 비판해야 한다

연봉 시비는 문재인 대통령에게도 한 번 있었다.
세계에서 가장 많은 연봉을 받는 국가수반은 올해 싱가포르 총리다. 미국 일간 USA투데이의 조사(상위 20개국 공개)에 따르면 리셴룽 싱가포르 총리 연봉은 161만달러(약 18억7000만원)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연봉의 4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12배에 달했다.

리셴룽 총리 뒤는 홍콩 행정수반인 캐리 람 행정장관(56만8400달러), 스위스 윌리 마우러 대통령(48만3000달러), 트럼프 대통령(40만달러) 순으로 이었다.

2억2600만원의 연봉을 받는 문재인 대통령은 20위권 아래다. 국가수반의 연봉이 국력이나 경제규모와 비례하지는 않는 셈이었다.

싱가포르 총리가 매년 연봉킹에 오르는 것은 리셴륭 총리의 아버지 리관유 전 총리가 마련한 독특한 급여체계 덕이다.

1994년 리관유 당시 총리는 각료의 연봉을 은행원·변호사·회계사 등 8개 전문직 평균 급여의 3분의 2가 되도록 정했다.

여기에다 연간 경제성장률이 8% 이상 오르면 연봉의 4개월치를 보너스로 받는 성과급도 도입했다. 일하는 정부, 부패 없는 정부를 추동하자는 취지였다.

싱가포르가 모범적인 경제성장과 함께 아시아에서 가장 깨끗한 정부로 평가받는 한, 국가수반의 ‘최고 연봉’은 시빗거리가 되지 않을 터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연봉은 미국 주요 기업 CEO 평균 연봉의 3% 수준이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의 연봉(36만9727달러)은 축구스타 리오넬 메시 연봉의 0.3%에 그친다.

모리타니의 압델 아지즈 대통령 연봉은 33만달러, GDP(국내총생산)가 모리타니의 2400배에 달하는 중국의 시진핑 주석 연봉은 그 10분의 1에도 못미친다. 이번 집계에서는 빠진 터키의 ‘술탄’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은 연봉이 무려 646억원에 달한다.

국가수반이라는 최고 ‘권좌’의 명예와 책임의 무게를 연봉액수로만 견준다는 건 턱없다.

‘사람은 밥값을 하고 소는 꼴값을 해야 한다’를 차용한다면, 연봉의 다과가 아니라 ‘국가 지도자로서 모름지기 밥값’을 하는지가 관건이다.

공무언도 연봉 논란에 올랐었다

`2016년도 공무원 전체의 기준소득월액 평균액'을 `491만원'으로 고시했다. 2011년 395만원에서 2013년 435만원으로, 2018년도 467만원으로 상승한 데 이어 올해는 490만원을 넘었다. 박봉으로 인식돼 온 공무원 월급이 대기업 수준에 이르고 있다.

게다가 연금을 300만원 이상 바드는 사람이 가장 많은 사람이 공무원들이다.

1년 합쳐봐야 1550만원 시간강사들은 분통이 터질수도 있다.

한국은 임금체계가 뭔가 잘못됐다.

OECD(경제협력개발기구)가 최근 발표한 교육 지표에서 우리나라의 고졸 취업자 임금 대비, 대학(전문대·4년제대학) 졸업자의 임금은 145%로 나타났다.

고졸 근로자가 월 100만 원을 받는다면 대졸자는 평균 145만 원을 받는다는 것이다.

대학 교육을 받은 근로자의 고졸 근로자 대비 임금은 2007년 160%를 기록한 후, 2010년 151%, 2012년 147% 등으로 매년 낮아지는 추세다.

OECD 대졸 취업자의 고졸 대비 평균 임금은 160%로, 격차가 심하지만 우리나라는 격차가 좁아지고 있다.

미국 CNBC에서 올해 `직업 TOP 12'를 선정했는데 배관공, 전기기사, 자동차 정비 기술자 등이 올랐다. 이들의 연봉이 미국 내에서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다.

기술만 있으면 학력과 관계없이 고소득을 올리고 있는 셈이다.

미국 25~34세 성인의 전문대 이상 이수율은 46%에 불과하다. 실속 있고 능력에 맞는 직업을 선택, 만족한 삶을 살겠다는 풍조가 강하다. 이에 반해 우리나라는 대학 이수율이 68%에 달해 OECD 국가 가운데 최고로 높다.

우리나라의 대졸 구직자 수가 노동시장 수요보다 많다 보니 고졸자와 임금 격차가 좁아졌다는 분석도 있지만 사회적 다양성을 가져올 수 있는 시발점이다.

임금 격차가 좁혀져야 청소년들이 입시지옥에서 벗어나고, 사회적 불평등도 해소할 수 있기 때문이다.`우리는 남의 욕망을 욕망한다.' 프랑스 철학자 라캉의 말을 되새겨 본다.

모든 최고임금(연봉)은 최저임금(연봉)의 5배를 넘지 않아야 한다고 최저와 최고를 연계 시키면 좋을 것이다. 그리고 1년에 한번은 물건으로 주는 제도도 시행하고, 1년에 1번은 예전처럼 월급봉투로 주도록 명문화하면 좋겠다.

밥값 못하는 지도자에 대한 주권자의 분노와 자괴가 ‘탄핵’을 불렀다. 만고의 진리다.

실로 ‘나라다운 나라’를 만들고, 평안히 잘살게 해준다면 대통령 연봉이 아무리 많은들 문제되겠는가.

뭔가 경제가 안돌아가니 상대벅 빈곤과 박탈감에서 김제동이 희생양이 되는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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