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세종=청주일보】김흥순 = 국가안보의 중요성은 공기에 비유된다.

평소엔 눈에 안 보이나 그 존재가치를 실감할 때면 이미 질식사의 위기에 직면한 것으로 봐야 한다. 그 분초를 다투는 절체절명의 순간에 효과적으로 대처하려면 철저한 경계태세에 바탕을 둔 지휘보고 시스템이 제대로 갖춰져야 한다.

그래서 생긴 말이 “작전이 아닌, 경계에 실패한 장수는 용서할 수 없다”고 했다.

1996년 강릉 해안에 출현한 북한 잠수정 신고자는 택시 운전사였다.

1998년 속초 인근 해상에서 그물에 걸린 북한 잠수정을 신고한 사람은 꽁치잡이 어선 선장이었다(이진녕, 미국 상이군인의 안보의식, 2010. 5). 이 때문에 `우리나라 바다는 택시 운전사와 어부가 지킨다'는 우스갯소리가 한동안 나돌았다.

1996년 잠수정 침투 당시 북 요원 26명 가운데 1명은 생포되고 나머지는 자기네끼리 서로 죽이거나 우리 군경과의 교전 끝에 사살됐다.

2012년 강원도 고성 지역으로 귀순한 북한군 병사가 최전방 철책을 타고 우리 군 장병들이 잠을 자고 있던 GOP(일반전방소초) 생활관에 와 직접 문을 두드리며 `귀순 의사'를 밝힌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주었다.

이른바 `노크 귀순'이었다.

그 때부터 대한민국의 전방 경계태세를 총체적으로 점검했어야 했다.

평화는 평화고 대비는 대비다.

경계태세의 허점은 적에게 빗장을 열어주는 것과 같기 때문이다.

지난 6.15일 새벽(06:50경) 북한 어선이 NLL 남방 130km 지점 삼척항 방파제 인근에서 주민이 발견하여 112에 신고하는 심각한 경계태세 허점이 드러났다.

결론적으로 말해 군대의 존재와 국방안보의 허점이 일시에 드러난 것이다.

합참은 “당시 NLL 북방 지역에서 조업 중인 북한 어선 수가 300여척으로 증가하여, NLL 경계작전을 강화시키기 위해 초계기 소티(출격)를 늘리고 해상작전헬기도 경계임무에 투입했다”고 보고했다.

우리 군은 북한 목선이 NLL을 넘어 울릉도 북방지역을 경유해 삼척항까지 200여km 이동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북한 목선은 엔진을 장착하고 있어 표류가 아닌 계획된 경로를 따라 원해가 아닌 단거리로 이동했을 가능성이 높다.

경계작전이 강화된 상황에서 소형 목선이 200여km를 이동하는 동안 전혀 노출되지 않았는데도, 군이 해상 및 해안 경계작전을 정상적으로 시행되었다고 항변하는 것은 군의 안보의식과 책임의식이 마비되었고 군 기강 또한 심각하게 해이해 진 것을 반증한다.

작전에 실패한 지휘관은 용서할 수 있어도, 경계에 실패한 지휘관은 용서할 수 없다.

전·평시 경계작전은 가장 기본적이면서도 중요한 군사작전이다.

북한 어선이 아무런 제지 없이 방파제에 정박하고 북한 주민들이 육지에 올라와 우리 주민들과 대화까지 나누고 휴대폰까지 빌려 통화하는 상황까지 벌어졌다.

만약 고도로 훈련된 무장병력이 목선을 이용해 침투했다면, 우리 군은 속수무책으로 당하는 위기를 맞았을 것이 분명하다.

정부는 더 이상 사실을 왜곡 및 축소하지 말라

▲북한 주민 2명의 북한 송환을 서둘러 결정한 경위,

▲합참 전비태세검열결과 공개,

▲합동심문조사결과 공개,

▲경계작전 실패에 대한 철저한 신상필벌 추진해야 할 것이다.

북한 목선은 모든 진실이 규명될 때까지 폐기되어선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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