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세종=청주일보】김흥순= 한국인은 살고 죽는게 모두 일에 달려 있다. 일하는 이유도 먹고 살려고 하는 것이고, 죽게 되는 원인도 일 때문에 죽는다. 너무 슬프다. 쉴 시간이 없다. 여유가 없다.

의욕적으로 일에 몰두하던 사람이 극도의 신체적 · 정신적 피로감을 호소하며 무기력해지는 현상인 번아웃 증후군은 포부 수준이 지나치게 높고 전력을 다하는 성격의 사람에게서 주로 나타난다.

뉴욕의 정신분석가 프로이덴버거(Herbert Freudenberger)가 <상담가들의 소진(Burnout of Staffs)>이라는 논문에서 약물 중독자들을 상담하는 전문가들의 무기력함을 설명하기 위해 ‘소진’이라는 용어를 사용한 것에서 유래했다.

번아웃 증후군은 다 불타서 없어진다(burn out)고 해서 소진(消盡) 증후군, 연소(燃燒) 증후군, 탈진(脫盡) 증후군이라고도 한다.

번아웃 경고 증상

1기력이 없고 쇠약해진 느낌이 든다.
2쉽게 짜증이 나고 노여움이 솟는다.
3. 하는 일이 부질없어 보이다가도 오히려 열성적으로 업무에 충실한 모순적인 상태가 지속되다가 갑자기 모든 것이 급속도로 무너져 내린다.


4 만성적으로 감기, 요통, 두통과 같은 질환에 시달린다.
5 감정의 소진이 심해 ‘우울하다’고 표현하기 힘들 정도의 에너지 고갈 상태를 보인다.


문제는 번아웃 증후군을 부추기는 사회 구조다.

긴 노동 시간에 비해 짧은 휴식 시간, 강도 높은 노동 등의 사회적 요인도 번아웃 증후군을 부추길 수 있다.

대표적으로 슬픈 직종이 우체국 집배원들이다. 지난해 25명, 올해 9명. 과로로 사망주장


우정노조가 사상 최초의 ‘총파업’이란 배수진을 치고 나섰다. 우정노조 측은 6월 25일 “전날 총파업 실시 여부 찬반 투표 결과 93%가 찬성 의견을 밝혔다. 쟁의조정 시한인 26일까지 우정사업본부가 조합의 요구안을 수용하지 않으면 다음 달 7일 총파업에 돌입할 것”이라 밝혔다.

우정노조가 파업할 경우 우편물·택배 대란이 예상된다.

우정노조가 파업에 돌입하게 되면 1958년 우정노조가 출범한 이후 60년 만의 첫 파업이다.

우정노조는 공무원 2만여명과 비공무원 7000여명으로 구성된 우정사업본부 내 최대 규모 노조다. 행정직 공무원과 달리 집배원 등 현업 공무원은 국가공무원법에 따라 파업 등 노동 운동이 허용된다.

우정노조
“쟁의 행위의 압도적 찬성은 중노동 과로에 시달리는 집배원을 살려 달라는 조합원의 열망이 그만큼 뜨겁다는 의미다. 지난 19일 충남 당진우체국 소속 강길식(49) 집배원의 사망 원인이 뇌출혈인 것으로 밝혀졌다. 지난해 집배원 25명이 사망한 데 이어 올해 9명이 과로로 세상을 등졌다. 일반 우편물이 감소했다고는 하지만, 1인 가구의 증가와 주택 분포의 확산으로 배달 집 수와 배달 시간은 오히려 늘었다”


우정노조 측 주장

▶집배원 증원
▶주 52일제에 따른 임금 보전
▶토요일 휴무 등을 요구하고 있다.

"내가 쉬면 동료가 내 몫까지 배달해는 구조를 없애야 한다"
집배원들은 이렇게 된 구조적 원인으로 ‘겸배(兼配)’와 주 52시간 근무제도를 꼽는다.

누군가 아프거나 일이 생겨서 출근하지 못하면 못 나오는 사람의 몫을 나눠서 나머지 사람이 돌려야 한다. 내가 쉬면 다른 집배원이 고생할 게 뻔해 휴가도 일 년에 1~2일 정도만 쓰는 것이 전부다.

초상을 당하거나 아기가 태어나는 일 정도가 아니면 연차를 쓸 엄두를 못 내는 분위기다.

집배 예비 인력이 없다 보니 집배원 1명이 연차를 사용할 경우, 다른 집배원이 10~20% 정도의 초과 물량을 배달하게 된다.

주 52시간 제도도 독이 됐다는 게 노조 측 주장이다.

주 52시간을 지킬 수 밖에 없다 보니 시간 내 일을 끝내기 위해 노동 강도는 세지고, 연장 근로 수당 등이 줄면서 임금은 깎이게 됐다. 시간 내 일을 끝마치기 위해 단체협상에 명시돼 있는 2시간 근무 후 15분 휴식은커녕, 무급 휴식 시간인 점심시간조차 도시락으로 때우는 일이 허다하다


당진우체국, 오전8시에 나와 오후8시 퇴근

이번에 뇌출혈로 집배원이 사망한 당진우체국의 경우 당번 조는 오전 7시 30분까지, 나머지 집배원의 경우 오전 8시까지 출근한다.

공동 분류작업과 개별 출국(배달) 준비를 마친 후 10시 반부터 오후 5시까지 배달 업무를 한다. 마감 후 다음날 배달 우편물을 분류하고 나면 오후 7시~8시에 퇴근이 가능하다.

여기에 한 달에 2~3회 정도는 토요일에 근무해야 한다. 당진 우체국의 경우 1인당 하루 평균 배달 물량은 일반 통상 우편물 813통, 등기ㆍ택배 130개에 달한다(5월 31일 기준).

오후 5시에 배달을 끝내고 우체국으로 돌아와 마감 정리를 한 뒤엔 다음날 배달할 등기와 택배를 분류해야 한다. 대도시엔 분류 기계가 있지만, 중소도시에선 기계가 없어 일일이 수작업을 해야 한다.

오늘 못한 일은 내일 하면 되는 사무직과는 달리, 집배원 일은 미룰 수가 없는 일

늦게 남든, 다음날 새벽에 일찍 출근하든 분류 작업을 해놔야 당일 물량을 소화할 수 있다


하지만 우정사업본부 측은 예산 부족과 국회 심의 사안이란 이유로 우정노조 측의 입장을 받아들이기 힘들다는 입장이다.

우정사업본부 측
“우편 물량이 지속해서 감소하는 추세임에도 불구하고 지난 3년간 집배 인력 1700여명을 증원했다. 특히 지난해엔 1112명을 대규모로 증원했다”

국가공무원법(공무원 기준)과 근로기준법ㆍ최저임금법(비공무원)을 고려해 편성한 예산으로 급여와 각종 수당을 지급하고 있기 때문에 우정사업본부가 자체적으로 임금이나 수당을 올려주기는 어렵다고 주장하고 있다. 토요일 휴무에 대해서도 "서민 생활 불편을 초래할 것이다." 라며 불가하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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