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세종=청주일보】 김흥순 = 쌀은 인간을 살린 세계 3대 작물의 하나다.

벼의 열매로 주로 아시아 지역에서 오랫동안 경작하여 왔다. 벼는 외떡잎식물로 열대 지방에서는 여러 해를 살지만 온대 지방에서는 한해살이풀이다.

중국 양자강 주변에서 야생벼인 Oryza rufipogon을 13,500∼8,200년 전에 재배하기 시작하였다고 추정한다.

어마어마하게 많은 쌀 종류에서도 우리가 흔히 먹는 품종은 자포니카, 인디카, 자바니카 세 종류다. '세계 3대 재배벼'다. 자포니카(Japonica)는 한국, 일본, 중국 등 동북아시아 국가에서 주식으로 삼는 품종이며 전세계 쌀 생산량의 10%를 차지하고 있다. 인디카(Indica)는 베트남, 태국 등 동남아시아 국가에서 주식으로 삼으며 전세계 쌀 생산량의 대부분 (약90%)를 차지한다.

현재 쌀 품종 개발이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어, 무려 6만 종의 벼 품종이 보관 / 수집되고 있다

쌀 선진국은 인도다.

2000여년 전 김해 앞 바다에 호화찬란한 배 한 척이 나타났다. 인도에서 온 허황옥이 탄 배다. 저 멀리 보이는 낙동강이 구부러져 바다와 접하는 뛰어나온 곳이 아마 ‘신귀(김수로왕의 신하)’가 마중 나갔던 ‘승첩(勝捷)’이란 곳일 게다.

그리고 저 남해 바다에 육지처럼 떠 보이는 섬이 ‘유천(김수로왕의 신하)’이 마중 나갔던 ‘망산도’일 것이라 생각했다.

이들 안내와 함께 드디어 벌포진(해방천 봉황대)에 배가 닿았다. 멀리 아유타국에서 온 젊은 처녀는 일행 20여명과 함께 배에서 내렸다. AD 48년 이었다. 이름은 허황옥(許黃玉)이고, 인도 공주였다.

공주는 육지에 올라 비단치마를 벗고 땅의 신령님께 먼저 제사를 지냈다. 긴 항해로부터 무사하게 육지에 닿게 해준 토지 신에게 감사의 예를 올리는 절차를 먼저 행한 것이었다. 그리고서 마중 나온 가락국 김수로왕에게 “저는 아유타국 허황옥입니다”라고 인사했다. 이로써 가락국 임금은 멀리 인도 공주를 왕비로 맞이하게 된다.


그 왕비는 김수로 왕과의 사이에서 아들을 10명이나 낳았다. 첫째는 태자로 책봉(거등왕) 되고, 둘째와 셋째는 허씨 성을 따르게 하고, 나머지 7명은 보옥선사(허황옥의 오빠)를 따라 가야산에 들어가 도를 배우다가 방장산으로 들어가 운상원을 짓고 다년간 좌선해 모두 성각(成覺)이 되었다.

그래서 김해 김씨와 김해 허씨는 같은 조상의 자손이 되었고, 오늘날 600만명이나 되는 한국 최대 성씨의 조상이 되었다.

이 전설 같은 이야기는 여러 학자들의 고증으로 점차 역사적 사실로 들어나고 있다.

고고학자인 김병모 교수의 연구는 많은 새로운 사실을 알려주고 있어, 우리에게 더욱 관심을 갖게 하고 있다.

김 교수에 따르면, 김수로왕능 정문에 새겨진 ‘쌍어문양(雙魚紋樣)’의 흔적을 따라 고증한 결과, 인도 ‘아요디아(코살라국)→미안마→운남→쓰촨(안악현)→한반도’로 이동해 왔다고 설명한다.

각설하고 현대는 한때 미국 쌀이 최고로 여겨졌다.

1990년대 초, 칼로스(Calrose) 쌀이다. 미군부대에서 다량 흘러나와 부유층에 불법 유통되자 정부가 합동단속에 나설 정도로 사회문제로 비화했던 쌀이다.

칼로스는 미국 캘리포니아 지역에서 재배된, 찰기 있고 윤기 나는 자포니카 계열의 쌀 품종이다. ‘캘리포니아 장미’의 약칭이라는 그럴듯한 이름과 함께 무공해 건강쌀이라는 소문까지 돌며 인기를 끌었다. 1970년대 박정희 정부가 찰기 적고 맛이 떨어지지만 수확량이 많은 통일벼를 강제로 심게 했던 ‘그때 그 시절’의 부작용이었다.

그러다 일본 쌀 주재배 품종인 추청벼(秋晴 あきばれ 아끼바레)가 인기를 끌었다.‘고시히카리’(越光)와 ‘히토메보레’가 국내에서 재배되는 일본산 품종이다. 이들 품종 역시 고급 쌀로 통해 왔다.

그러다 보니 일본 코리리표 밥솥이 덩달아 인기를 얻고 밀수 단골 품목이었다.

그러다 국산 쌀들인 호남의 ‘신동진’과 ‘새일미’, 충청의 ‘삼광’, 영남의 ‘일품’ 등 국산 품종에 자리를 찾았다. 그럼에도 최근까지 경기미의 63%가 일본 도입종이었다. 이천시에서는 아직도 아키바레가 90%를 넘는다고 한다. 그러다보니 임금 진상품으로 유명한 이 지역 쌀이 어쩌다 아키바레나 고시히카리로 바뀌었냐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최근 일본의 경제보복 조치로 일본제품 불매운동이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대부분 일본 품종인 쌀에도 국산품종의 개발이 본격화하고 있다.

경기 이천시는 오는 2022년까지 95% 이상을 점유하고 있는 고시히카리·히토메보레·아끼바레(추청)등의 일본 품종을 완전히 없애고 농촌진흥청 등과 함께 자체 개발한 '해들'과 '알찬미' 품종으로 전량 대체하기로 했다.

경기도 이천(利川)은 고려 이전에는 남천(南川)이라고 했다.

그러던 중 후백제군과 전투를 벌이던 고려 태조 왕건이 건너간 이후에 ‘큰 내(大川)를 건너 이로웠다’는 뜻의 이천(利川)이란 이름을 하사해 오늘날에 이르고 있다.

도자기축제, 복숭아 축제, 산수유축제, 서희문화제 등 이름난 축제고 많지만, 뭐니 뭐니 해도 이천 농산물 대표주자는 바로 이천쌀이다.

농진청은 아키바레 등 일본 품종을 퇴출하고 국내 품종으로 대체한다고 6일 밝혔다. 현재 5만6000㏊인 일본 벼 재배 면적을 2024년까지 1만㏊ 이내로 줄이기로 했다.

아키바레보다 맛이 뛰어난 고품질 국내 품종이 많다는 것이다. 자립화한 것은 공업 분야 소재·부품·장비만이 아니었다. 삼광·운광·영호진미·미품·대보·호품·하이아미·수광·진광·청풍·해담쌀 등을 먹고 키워야 되겠다.

쌀을 먹을 때는 기후변화를 알아야 한다.

쌀이 비소를 가장 많이 흡수하는 종이다.

인류의 절반 가까이가 쌀을 주식으로 삼고 있지만 기후변화에 따른 토양 내 비소 방출로 주요 곡창지대의 쌀 생산량이 대폭 줄어 심각한 식량난을 초래할 수 있는 것으로 전망됐다.

미국 스탠퍼드대에 따르면 이 대학 지구에너지환경과학과 스콧 펜도르프 교수가 이끄는 연구팀은 미래기후를 상정한 온실 실험에서 쌀 생산량이 2100년까지 40%가량 줄고, 쌀 내 비소 함량도 지금의 두 배로 늘어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과학저널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Nature Communications)'에 발표했다.

연구팀은 쌀이 주요 식량인 데다, 벼를 재배하는 논의 물이 토양 내 비소 방출을 도와 비소 흡수에 취약한 점을 고려해 쌀을 연구대상으로 삼았다.

기후변화가 식량난을 초래할 것이라는 연구 결과는 이전에도 제시된 바 있으나 기온상승이 토양 상태에 미치는 영향에 초점을 맞춘 연구는 이번이 처음이다.

비소는 자연 상태의 토양과 침전물 대부분에서 발견되지만, 일반적으로는 식물이 흡수하지 않는 형태로 존재한다. 하지만 벼나 연(蓮) 등처럼 물에서 재배하는 작물은 이를 흡수할 수 있다. 비소에 만성적으로 노출되면 피부병변과 암, 폐 질환 악화 등을 초래한다. 토양 내 비소는 비소에 오염된 물을 농업용수로 사용하면서 점점 더 축적되며, 특히 과도한 지하수 사용이 이를 악화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연구팀은 2100년까지 기온은 5도, 이산화탄소(CO)는 두 배로 늘어날 것이라는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 예측을 토대로 온실에서 미래기후 실험조건을 만들었다.

캘리포니아 곡창지대에서 재배되는 중립종(中粒種) 벼 품종을 심고, 온도와 CO₂ 농도, 토양 내 비소 수치 등을 인위적으로 조정해 재배실험을 진행했다.

그 결과, 기온이 오르면서 미생물이 토양 내 비소를 논물에 더 많이 풀어놓아 벼가 쉽게 흡수할 수 있게 만드는 것으로 분석됐다. 토양 내 미생물이 비소가 광물에 계속 붙어있을지 아니면 광물에서 떨어져 나와 물로 들어갈지를 결정하는데 기온이 오르면서 물에 더 많이 풀리게 한다는 것이다.

벼에 들어간 비소는 결국 벼의 양분 흡수를 저해하고 성장을 억제해 쌀 수확량을 40%가량 줄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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