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일보】 김흥순  = 지구가 죽어가고 있다. 지구 온난화 속도가 가속화 상태라는 보고가 나온 지는 오래다.

항상 말하길 최근 5년이 인류 역사상 가장 더웠고, 이산화탄소 농도도 가장 높다고 한다. 지속된다면 돌이킬 수 없는 심각한 재앙이 초래된다는 우려다.

특히 한국 기후변화 속도·온실가스 증가 폭 평균 비해 커다고 보고서는 지적한다.

지구를 지키는 빙하 장례식은 세계 곳곳에서 열리고 있다.

2021년 8월18일 아이슬란드에서 빙하 장례식이 거행됐다.

영국 북서쪽에 위치한 아이슬란드는 화산과 빙하가 함께 있어 '불과 얼음의 나라'로 불린다.

700살이나 된 빙하의 임종을 맞는 빙하 장례식의 대상은 아이슬란드 수도 레이캬비크의 북동쪽에 있는 '오크 빙하(오키외쿠틀)'였다. 카트린 야콥스도티르 총리를 비롯한 참석자들이 상주였다.

오크(OK) 화산을 무려 700년간 덮고 있던 이 오키외쿠틀은 1980년대까지 해발 1천198m의 오크 화산 정상 일대에 있었다.

‘미래로 보내는 편지’를 적은 동판에는 “다음 200년 동안 빙하들이 모두 이 길을 따를(사라질) 것”이라는 우려와 함께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고, 어떤 일을 해야 하는지를 알리기 위한 기념물”이라는 글이 적혔다.

미국항공우주국(NASA) 관찰에 의하면 한 때 면적이 16㎢에 달했다. 그런 오크 빙하는 그러나 지구온난화의 영향으로 면적과 두께가 서서히 줄어들었고 2014년부터는 빙하연구자들로부터 '죽은 빙하' 판정을 받았다. 지금은 완전히 사라진 상태다. 그래서 빙하 장례식이 열렸던 것이다.

스위스 북동부, 알프스 산맥 기슭에서도 빙하 장례식이 있었다.

알프스의 피졸 빙하가 사라지게 된 것을 추모하는 상징적 의식이었다. 피졸 빙하는 2006년 이후로 원래 크기의 80~90%를 잃어 사실상 사망선고를 받았다.

장례식은 스위스기후보호연합(SACP) 주최로 열렸고 지역 주민들과 환경운동가 등 250여명이 참석했다 추모객들은 쪼그라든 빙하 앞에서 전통 악기 알펜호른을 연주하고 꽃을 놓았다.

취리히연방공과대학(ETH)의 빙하학자 마티아스 후스는 추도사에서 “스위스에서 1850년 이후 빙하 500개 이상이 사라졌다”며 추도사를 했다. ETH 연구자들은 알프스 빙하의 90% 이상이 이번 세기 말에는 사라질 것으로 보고 있다. 기후변화 때문이다.

스위스와 아이슬란드에서만이 아니다.

세계의 빙하들, 얼음들, 동토층들이 녹고 있다.

빙하가 죽고 북극곰도 죽으면 다음은 누구 차례일까?

대표적인 다음이 히말라야다.

내셔널지오그래픽 최근 보도에 따르면 인도 지역의 가르왈 히말라야 빙하는 2035년 사라질 전망이다. 히말라야에 쌓여 있는 전체 얼음의 양은 1970년대부터 2000년대 초반 사이에 9% 줄어든 것으로 추정된다.

빙하가 형성되는 높이가 점점 위쪽으로 물러나는 ‘퇴각’은 거의 모든 곳에서 발견된다.

아프가니스탄 지역의 ‘와칸 회랑’에 있는 30개 빙하 중 28개가 1976~2003년 사이에 평균 11m씩 퇴각했다. 제메스탄 빙하는 이 기간 460m나 후퇴했다.

해발고도 5895m, 아프리카 최고봉인 킬리만자로의 만년설은 1912년 이후 80%가 사라졌다. 킬리만자로의 유명한 푸르트뱅글러 빙하는 1976년부터 2000년 사이에 면적이 절반으로 줄었다. 미국 지질조사국(USGS) 조사에서 케냐에 있는 마운트케냐의 빙하는 1900년 18개에서 1986년 11개로 줄어들었다. ‘적도의 빙하’로 유명한 인도네시아 푼착자야의 얼음층도 붕괴하고 있다.

여러 조사를 종합해보면 남극의 거대한 얼음덩어리인 빙붕(氷棚)은 지난 30년간 10% 줄었다. 그린란드 빙하도 계속 녹는 중이다. 북반구에서 봄철 얼음이 녹는 시기는 1850년 이후 9일 빨라졌고, 가을철 결빙은 10일 늦춰졌다. 미국 알래스카에선 영구동토층이 녹고 있다. 일부 지역은 4.6m나 침하했다.

기후관련 단체 리얼클라이미트에 따르면 빙하가 1m 쌓이기 위해서는 3m 높이의 눈이 내려야 한다. 평균기온이 1도만 올라가면 연간 빙하 높이는 1m 낮아진다고 한다. 여름철 기온이 올라가는 것도 빙하가 퇴각하는 데에 영향을 많이 준다.

상대적으로 여름철 기온이 높지 않은 노르웨이의 해안 빙하들이 그나마 적게 손실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반면 미국 워싱턴주의 베이커산 빙하는 여름 기온 1도 올라가면 2km 후퇴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지구의 나이는 46억년이라 말한다.

10억년이 지나 비로소 원시 생명이 탄생했고 언제부터인가 빙하시대가 도래했다. 매년 겨울철에 내린 눈의 양이 여름에 녹는 양보다 많다면 눈은 계속하여 누적적으로 엄청난 두께로 쌓이게 되며 이로 인해 쌓인 눈의 아랫부분은 압력을 받아 얼음으로의 재결정작용을 받게 된다.

보통 이러한 현상은 고산지대나 극지방인 경우가 대부분인데 이렇게 쌓인 거대한 얼음 덩어리는 중력에 의해 낮은 곳으로 또는 바깥쪽으로 이동하게 된다.

빙하의 흐름속도는 빠른 경우 1년에 4km 느린 경우 2m정도로 매우 느려서 그 흐름을 인지하기 어렵지만 빙하에 의한 침식 및 운반작용은 가장 강력하다.

빙하는 크게 세 가지 종류로 나눌 수 있는데 빙하는 계곡을 채우면서 천천히 흐르는 곡빙하, 극지방의 넓은 지역을 덮으면서 그 넓이가 5만km2 를 넘으면 빙상(ice sheet), 그리고 주로 산꼭대기를 덮으면서 그보다 좁으면 빙모(ice cap)라고 부른다.

빙하는 지구상에서 가장 많은 민물을 저장하고 있으며 이는 바다 다음으로 가장 많은 물 저장고이다. 빙하가 차지하는 면적은 지구 육지의 약 10%이고 이들 중 대부분은 남극 대륙과 그린란드에 넓은 빙상(ice sheet)으로 존재한다. 빙하가 저장하고 있는 담수는 전체 민물의 75%를 차지하고 있으며 지구의 빙하가 모두 녹으면 해수면이 약 60미터 정도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

처음에는 수억년을 주기로 빙하기가 찾아왔다. 200만년 전부터는 빙하기와 간빙기의 주기가 짧아졌다.

빙하기에는 육지 면적의 3분의 1이 얼음으로 덮였다. 마지막 빙하기가 끝날 무렵 현생인류 호모사피엔스가 출현했다. ‘지혜로운 인간’ 호모사피엔스는 빙하기를 견디고 간빙기에 들어서면서 지구의 지배자가 되었다.

북극의 빙산과 남극의 만년설 등 대륙빙하는 빙하시대의 표상이다.

오늘날 빙하 면적은 약 1억5000만㎢로 지구 육지의 10%를 차지한다. 남극과 북극의 대륙에만 있는 게 아니다. 알프스나 알래스카의 높은 산지의 만년설도 빙하다. 이들 산악빙하는 골짜기를 흘러내리는 곡빙하, 산기슭을 덮는 산록빙하로 나뉜다. 빙하는 지구 담수의 75%를 품고 있다. 지구의 빙하가 모두 녹으면 해수면은 약 60m 상승한다.

지구온난화로 빙산이 녹아내리거나 사라지고 있다.

스웨덴에서 가장 높은 셰브네카이세산의 남봉은 산꼭대기 빙하가 녹아내리면서 ‘최고봉’의 자리를 이 산의 북쪽 봉우리에 내주었다. 남봉 높이는 50년 전만 해도 2105m였으나 최근 2095.6m로 주저앉아 흙산인 북봉(2096.8m)보다 1.2m 낮아졌다.

기후 변화와 관련된 책들을 읽었다.

제마 워덤의 〈빙하여 안녕〉은 차가운 빙하가 죽어가는 이야기이다.

사진 예술가 레이첼 서스만의 〈위대한 생존〉(개정판 〈나무의 말〉, 김승진 옮김, 윌북 펴냄)도 읽어 볼만한 택이다.

자연주의 작가 배리 로페즈의 〈북극을 꿈꾸다〉(신해경 옮김, 봄날의책 펴냄)는 사진 한 장 없이 500쪽 넘게 북극의 자연과 역사에 대해 풀어내는데, 얼음결정처럼 순정하고 아름다운 문장으로 더위를 잊게 한다.

가장 오래된 나무들의 이야기를, 영혼을 담은 사진과 글로 보여준 〈위대한 생존〉은 나무에 관한 고정관념을 깨는 사진들은 볼수록 경이롭고, 책의 도입부와 마지막을 장식한 남극 이야기다.

책에 실린 사진들이 놀랍다.

“내 손으로 죽일 수 없는 것은 먹지 않는다”라는 원칙대로 살려 했고 남극의 척박한 환경에서 이를 실천한 서스만의 정직함은 경이롭다.

이 책들이 나온 지 10년이 다 돼간다.

기후 변화에 맞춰 책도 더 충격적일텐데 아쉽다.

그린란드, 남극, 스발바르, 히말라야, 파타고니아, 페루 안데스 등에 걸친 전 세계 빙하를 탐사하며 연구한 세계 빙하학자 제마 워덤의 〈빙하여 안녕〉은 빙하의 구조와 역사, 활동방식, 인간 사회에 미치는 영향까지 그야말로 빙하의 모든 것을 속속들이 파헤친 보기 드문 빙하 교과서다.

책을 읽기 전까지 빙하장례식을 듣기 전까지는 빙하에 별 관심이 없었다.

빙하 하면 얼음덩어리를 떠올렸고 빙하가 녹는다는 뉴스를 보면, 큰일이다, 해수면이 오르겠구나, 생각한 게 전부다.

뇌종양으로 죽음 문턱까지 갔을 때 빙하를 떠올렸고 소멸 위기를 겪는 빙하를 구하고픈 절박한 심정으로 책을 쓰게 됐다는 저자의 마음이 이해가 간다.

지구를 망치는 원인은 인간이다.

쌀 한 톨 만드는 일도 못하는 게 인간이다.

쌀 한 톨도 하늘과 땅과 사람과 온갖 생물과 미생물이 함께 하는 울력이다.

그는 그중 사람 한 일이 가장 적다고 믿는다.

그런데 망치는 일은 인간이 가장 잘한다.

이 시간 나의 편리함 추구가 지구를 죽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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