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일보】 김흥순  = 밥 로스(Bob Ross)하면 약간 나이든 세대는 EBS 그림을 배웁시다로 알 것이다.

복잡한 그림을 붓질 몇 번으로 쉽게 완성한 뒤 "참 쉽죠?"라고 말해 유명해진 화가 밥 로스의 작품이 매물로 나왔다.

그가 1983년 1월 생방송으로 진행된 그의 그림 프로그램에서 최초로 그린 ‘숲속의 산책(Walk in the Woods)’이 고가로 경매에 부쳐졌다.

미니애폴리스에서 활동하는 화랑인 ‘Modern Artifact’는 밥로스가 1983년 자신의 TV 프로그램 ‘그림 그리기의 즐거움(The Joy of Painting)’에서 최초로 그린 ‘숲속의 산책’을 무려 약 1천만 달러(985만 달러)라는 엄청난 가격에 시장에 내놓으며 순회 전시에 돌입했다.

밥 로스는 1983년부터 1994년까지 미국의 교육방송 PBS에서 ‘그림 그리기의 즐거움’이라는 프로그램을 400회 넘게 진행하며 문화의 아이콘으로 자리 잡은 뒤 그 명성이 오늘날까지 식지 않고 있는 유명 화가이다.

차분한 몸가짐과 온화한 성품으로 유명한 로스는 일생 동안 수만 점의 작품을 남긴 다작의 화가이기도 했다. 그는 “실수를 두려워하지 말고 작은 일부터 차근차근 행동에 나서라”는 말을 자주 입에 올리곤 했다.

하지만 그는 수많은 작품을 남겼음에도 불구하고 그의 그림이 경매에 나오는 일은 거의 없었는데, 이번에 판매에 부쳐진 ‘숲속의 산책’만은 예외에 해당한다.

1983년 1월 생방송에 출연해 그린 ‘숲속의 산책’은 로스 화풍의 전체적인 분위기를 대변하는 그림으로 알려져 있다. 그의 작품 대부분과 마찬가지로 이 작품 또한 ‘덧칠 기법(Wet on Wet)’을 활용해 자연 풍경을 매우 빠르게 그린 그림이다. 자연을 주로 그린 그의 그림 왼쪽 하단에는 반드시 그의 친필 서명이 빨간색으로 빛나고 있다.

CNN이 보도한 바에 따르면, 이 그림은 버지니아주 폴스처치 시에 있는 PBS 방송국에서 ‘그림 그리기의 즐거움’ 프로그램의 첫 번째 시즌이 제작될 때 참여했던 자원봉사자가 처음 구입했다. 이 그림은 1983년 11월 자선모금 행사에 나온 품목이었다.

그 뒤 이 그림은 40년 동안 그 자원봉사자 가족의 소유로 남아 있다가 올해 초 ‘Modern Artifact’ 측이 인수했다. ‘밥 로스 재단(Bob Ross Inc.)’은 이 그림이 진품이라고 확인해주었다. 관련해서 ‘Modern Artifact’의 라이언 넬슨 대표는 최근 몇 년 사이에 밥 로스의 진품 그림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우리는 로스의 작품 중 희귀본에 대한 수요가 폭증하는 현상을 목도하고 있습니다.”

예술 전문 매체 ‘Art Newspaper’는 넬슨 대표가 이렇게 주장했다고 보도했다.


“이 작품이 ‘그림 그리기의 즐거움’에서 탄생한 최초의 작품이라는 점과 최근 로스의 작품을 찾는 수요가 증가하고 있음을 감안할 때 이 작품의 가치를 매기기는 불가능합니다. 우리는 천만 달러에는 접근해야 한다고 확신합니다. 우리는 합당한 제안을 만난 때까지 순회 전시를 계속할 예정입니다.”

‘그림 그리기의 즐거움’은 수백만 명의 시청자들이 지켜보는 프로그램이었는데, 많은 사람들은 로스의 그림 강의보다 그가 풍기는 몽환적인 분위기와 그의 특유의 파마 머리에 빠져들었다.

프로그램이 진행되는 26분 동안 매회마다 밥 로스는 자신의 특이한 그림 기법을 시청자들에게 가르쳐주면서 동시에 그들이 내면의 예술성을 발견할 수 있도록 평온함으로 유도했다.

하지만 밥 로스가 처음부터 그림 그리기의 평온함을 강조한 그림 전도사는 아니었다. 그는 알래스카 주둔 미 공군에서 20년 동안 신병들을 가르치는 군인이었다. 그러다가 그는 주둔지 알래스카의 자연과 사랑에 빠지게 되었다.

로스는 신병들을 지도하면서 고함을 지를 수밖에 없는 자신의 처지에 지쳐가던 중 미군에서 제공하는 ‘미군 위문협회(United Service Organization)’ 강습 프로그램을 통해 처음으로 그림 그리기를 시작했다. 그러나 그는 얼마 있지 않아 회화 강사들에게 실망할 수밖에 없었다.

이후 로스는 독일 출신의 예술가 윌리엄 알렉산더가 이끄는 ‘The Magic of Oil Painting’ 이라는 그림 강습 프로그램을 만나게 되었다. 알렉산더는 특히 ‘알라 프리마(alla prima)’ 기업으로 유명한 화가였다. ‘알라 프리마’란 밑그림도 그리지 않고, 물감을 덧칠하지도 않고, 한 번 칠하기로 마무리하는 그림 기법을 말한다. 이 ‘알라 프리마’란 ‘덧칠 기법’으로 불리기도 한다.

로스는 ‘덧칠 기법’에 대한 자신만의 기술을 개발해 26분이라는 짧은 시간 동안 한 작품을 완성할 수 있었다. 밥 로스는 평생 25,000~30,000점의 그림을 그린 것으로 알려져 있다.

로스는 림프종에 걸려 1995년 7월 4일 갑자기 사망하면서 52세의 짧은 생을 마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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