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일보】 김흥순 = 

돌아오는 권력형 성범죄 가해자들

(1)신분세탁

(2)친소관계 나누어 조직적 복귀

(3)가장 모범적이지 못한 법원과 종교

(4)법원과 빠들의 온정주의

(5)국가 성범죄 역사도 정리 못한 나라

한국은 역사적으로 성범죄 피해 국가다.

고려 시대 환향녀, 조선시대 공녀, 일제 강점기 위안부, 현대의 기지촌 여성등은 그 맥락의 연장선이다.

몇 년이 지나면 잊혀진다.

항상 느끼지만 남는 건 피해자의 절규와 아픔 뿐이다.

가해자들은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사과 , 반성 없이 현장으로 복귀하고 있다.

이들의 성범죄 행위는 업계의 관행, 가벼운 실수, 친근함의 표시, 오해, 유감 정도로 가볍게 포장된다.

과연 이렇게 성범죄자들에게 범죄경영학적으로 유리한 세상을 만들어주어도 될까?

물리적으로로는 거시기를 자르거나 예전 정신병 수술처럼 성욕을 일으키는 전두엽을 절제 해야 한다. 아니면 화학적 거세를 실시해야 한다.

내가 종교인이기에 사형은 못시키더라도 악어 밥이나 닭 모이로 던지고 싶다.

한국이 성범죄에 관대하다 보니 외국 애들까지 여기와서 물을 흐린다.

공연의 계절인 가을에는 크고 작은 공연장에서 다양한 무대가 연일 이어진다.

이맘때면 예매한 공연 날짜를 기다리는 설렘으로 일상을 보낸다.

하지만 성 범죄자들이 하느 공연은 불쾌하다.

‘세기의 거장’ ‘오페라의 제왕’이라는 수식어를 붙인 플라시도 도밍고의 내한 공연이다.

심지어 2030부산엑스포 유치를 기원하는 의미도 있다는 문구도 광고에 넣었다.

도밍고를 알면 그의 목소리 조차 듣기 싫다.

한때 세계 3대 테너로 불렸지만, 현재는 20여 명이 넘는 여성들이 그로부터 성희롱, 성폭행 피해를 봤다며 미투로 고발된 성범죄자일 뿐이다.

2022년에는 아르헨티나 성매매 수사에 연루됐었다.

미국 뮤지컬 예술가 조합과 도밍고가 음악감독으로 있던 오페라단은 이에 대한 조사를 한 후 도밍고의 성범죄 혐의가 대부분 신빙성이 있다고 결론 냈다.

결국 도밍고는 미국 무대에서 퇴출당했다.

AP통신은 20여 년 이어진 도밍고의 성비리에 대해서 여러 차례 보도했다.

시민단체의 ‘성범죄자 도밍고 공연 반대’ 시위 속 열린 지난해 이탈리아 오페라 축제 공연에선 가사를 자주 까먹고 성량이 딸리는 모습을 보여 축제 최악의 공연으로 꼽혔다.

도밍고는 공연 마지막 오케스트라 단원들에게 일어나서 같이 인사하자고 손짓했지만, 단원들이 끝까지 거부하며 그의 공연에 대한 불만을 표현했다.

미국에서 있었던 일이다.

2017년 할리우드 거물 영화제작자 하비 와인스타인의 성범죄 폭로를 시작으로 전 세계적으로 미투 운동이 불붙었다.

특히 유명세와 권력을 이용한 성범죄에 대한 피해자들의 고백이 쏟아졌다.

2023년 5월 프랑스 스타 여배우 아델 에넬은 돌연 은퇴를 선언했다.

2002년 13세 나이로 데뷔해 20대 중반에 프랑스 최고 영화상인 세자르상 여우주연상을 받을 정도로 잘나가던 배우였다.

어렸을 때부터 배우의 길을 걸었고 한창 전성기를 누려야 할 그녀가 영화계를 떠나며 밝힌 이유는 이렇다.

“프랑스 영화계가 성범죄자들을 벌하는 데 실패했고, 성범죄 피해를 알린 여성들을 배척하고 있다. 나는 내 몸과 성실함 외에 다른 무기가 없다. 당신들은 돈과 권력으로 모든 것을 누리지만, 나는 당신들을 몰아내겠다.”

아델은 프랑스 국민배우로 칭송받던 제라르 드빠르디유, 세계적 거장 감독으로 유명한 로만 폴란스키를 언급하며 성범죄 가해자로 고발당했던 그들이 여전히 대우받으며 활발히 활동하는 현실에 분노했다.

그녀는 앞서 2020년 세자르상 시상식에서 로만 폴란스키가 감독상 수상자로 호명되자 현장에서 “프랑스의 수치”라고 외치며 자리를 박차고 나가기도 했다.

우리 모두 완벽하지 않기 때문에 잘못을 저질렀다 해도 재기할 기회는 줘야 한다고 말할 수 있다.

‘죄는 미워해도 사람은 미워해서는 안 된다’는 문구도 알고 있다.

중요한 건 가해자들이 그 기회를 얻기 위해 자신의 잘못에 대해 얼마나 진심으로 반성하고 피해자에게 사과했는지, 피해자가 그 사과를 받아들였는지를 봐야 한다.

성범죄는 다른 사람 몸에 죄를 문신하는 일이다.

악의 열매가 달리기 까지 한다.

육체와 정신을 유린하는 일이다.

미투 사건 후 2년 만에 무대에 복귀한 도밍고는 악의적 행동을 한 적이 없고 오페라 세계에선 친근감의 표시인데 피해자들의 오해라 변명했다.

그의 나이가 여든을 넘으며 ‘세계적 거장의 마지막 내한 공연이 될 것 같다’는 홍보도 붙였지만, 여전히 그의 공연은 돈만을 노린 악마의 유혹이다.

학교 폭력을 다룬 드라마 ‘더 글로리’를 보면 피해자들은 시간이 많이 지났어도 괴롭힘을 당하던 10대의 그 현장에서 벗어나지 못한다고 말한다.

가해자의 반성도 사과도 처벌도 없기 때문이다.

“피해자들이 잃어버린 것 중 되찾을 수 있는 게 몇 개나 된다고 생각하세요? 영광과 명예? 그거라도 찾아야 원점이고 비로소 19살이 시작되는 거니까요.”

성폭력반대연극인행동은 미투 가해자들의 현장 복귀와 관련해 성명을 발표한 적이 있다.

‘관대한 복귀가 이어질수록 가해자들은 두려워하지 않을 것이고 가해자가 돌아오고 피해자가 떠나는 현실은 바뀌지 않을 것이다’라고 경고했다.

‘더 글로리’의 현실판 학폭 피해자로 알려진 이가 얼마 전 극단적 선택을 했다.

극단적 선택에 슬퍼하면서도 그것을 막지 못하고 세월만 보내고 있다.

침묵이나 동의는 종교에서 필요하지 법에서는 공범이다.

여전히 반성 없는 가해자의 성대한 공연에 분노가 치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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