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일보】 김흥순 = 비건은 단순히 건강을 위한 채식이 아니다.

환경보호와 동물복지, 건강한 삶을 지향하는 ‘철학’이 담긴 식생활이다.

인류를 위해 꼭 필요하지만 처음 시작하는 이들에게는 어렵게 느껴지는 ‘비건’을 일상에 담기 위해선 무엇보다 건강과 함께 더욱 맛있게 즐길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인간 생명은 먹거리에서 나온다.

티베트에서는 티베트 고산의 경문을 길게 이어 단 ‘타르초(Tharchog)’처럼 어디선가 가져온 신성하게 펄럭이는 생명 조각들을 이어 붙여 가는 것이라 보았다.

일종의 ‘생명 총량의 법칙’이다.

짐승이든, 벌레든, 풀이든 간에 다른 산 생명을 빼앗아오지 않고는 삶을 유지하지 못한다. 오늘도 우리는 아침 점심 저녁, 간식 등 폭식으로 다른 생명을 맛있게 씹어 삼킨다.

대규모 공장식 축산업은 온실가스 배출의 가장 큰 원인이다.

큰 동물 소를 키우는 자체가 지구의 재앙이다. 위가 4개인 소는 메탄 가스를 가장 많이 발생시킨다.

온실가스 중에서도 가장 강력한 메탄과 이산화질소의 근원이 바로 축산업에 있다.

동물 사료로 쓰이는 옥수수나 콩을 재배하는 과정에서 열대우림이 파괴되고 이산화탄소를 배출한다.

소고기 1㎏을 얻기 위해 생산되는 온실가스는 3시간 동안 달리는 자동차에서 배출되는 온실가스 양과 맞먹는다.

때문에 우리 일상생활 속에서 탄소발자국을 줄일 수 있는 가장 빠른 방법 중 하나는 육류 섭취를 줄이고 식물성 위주의 식사를 늘리는 것이다.

동물성 재료의 섭취를 제한하고 채소, 과일, 곡물 등 식물성 재료만 섭취하는 ‘비건’을 실천하는 이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는 이유다.

육류를 통한 단백질 섭취를 하지 않으면 건강에 유익하지 않을 것이라는 보통의 생각과는 달리 과도한 육류 섭취 등의 불균형한 식생활로 인해 암을 비롯한 다양한 질병에 시달리는 현대인의 건강을 위해서라도 ‘비건’은 분명히 시도해볼 만하다.

육식과 가장 대척점에 있는 세계 절대채식주의의 날(World Vegan Day)

채식주의 하면 고기를 먹지 않고 채소나 과일 같은 식물성 음식만 먹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나요?

사실 채식에도 여러 종류가 있다. 7부류가 있다.

채식주의자도 분류가 존재한다. 육류를 먹지 않는 페스코 베지테리언, 어류까지 먹지 않는 락토-오보 베지테리언, 달걀과 우유, 치즈까지도 먹지 않는 비건, 채소류도 먹지 않으면서 과일과 견과류만 먹는 프루 테리언 등이다.

비건은 곡물, 콩류, 녹색 채소, 식물성기름 등을 기본으로 한 식품 섭취 방법으로, 철학적 이유 등으로 꿀을 포함한 모든 동물성 식품의 섭취를 배제한다.

불균형적 식이요법으로 영양실조의 원인이 될 수 있다.칼슘(주로 유제품에서 섭취)도 결여되며, 채소, 곡물, 콩류의 철분은 육류의 철분이 공급되지 않는 경우에는 인체에서 제대로 쓰이지 못한다. , 버터, 간, 달걀노른자에 의해 공급되는 비타민A의 필요량은 카로틴 섭취로는 충족되지 못한다.

섭취를 허용한 식품의 범위에 따라 아주 엄격한 단계에서부터 조금 유연한 단계까지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전반적으로 채식 위주의 식이요법은 영양 결핍을 초래하고 특히 단백질 불균형을 유발할 수 있다.

채소만 먹는 채식부터 달걀이나 우유는 먹거나, 생선이나 닭고기까지는 먹는 채식도 있다.

왜 동물만 먹는 사람, 식물만 먹는 사람, 동식물 잡식으로 먹는 사람이 나뉘어 졌을까?

이유는 많다. 건강, 환경 때문이다.

‘세계 동물의 날’에 선승 달라이라마는 “환경과 생명을 위해 동물 착취를 멈춰야 한다”는 법어를 냈다. 달라이라마가 ‘동물 착취’라 했지만 좀 더 직설적으로 얘기하면 ‘동물 생명 착취’다.

달라이라마의 동물 착취 반대 목소리는 ‘불살생(不殺生)’ 불교 계율의 문제를 넘어 지구온난화가 급속하게 진행되고 있는 오늘날 호소력 있는 외침이다.

대규모로 사육되는 소들이 온실 가스 증가에 영향을 주고 있기 때문이다.

동물착취의 주축인 소, 양, 염소와 같은 반추 동물들이 대기 중에 배출하는 메탄의 양은 무려 30%나 된다. 메탄은 이산화탄소보다 양은 적지만 20배 정도 강한 온실 효과를 일으킨다.

육류 소비가 환경문제를 야기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유럽의회는 2030년까지 탄소 배출량 60% 감축 법안을 추진하면서 탄소 배출이 적은 육류 대체 식품을 권장하고 있다. 이런 목표를 둔 유럽의회가 육류 대체 식품에 육류를 연상시키는 이름을 붙이지 못하도록 하는 법안을 놓고 논란이다.

‘채식버거’, ‘베지(veggie)버거’, ‘채식소시지’ 등 고기가 들어가지 않은 것에 ‘버거’나 ‘소시지’라는 이름을 붙이는 게 타당하냐는 것이 골자다.

고기가 전혀 들어 있지 않은 제품에 이런 용어를 붙이면 소비자가 혼동할 수 있다는 쪽과 육류 소비가 줄 것을 걱정하는 육류업계의 입김 때문 아닌가 하는 반론이 맞서고 있다.

‘채식버거’ 용어 논란을 보면 한국은 한가하다.

그렇다면 채식을 하는 사람들은 맛있는 고기를 도대체 왜 안 먹는 걸까? 이유는 사람마다 다르지만 건강을 위한 경우도 있고, 동물과 환경을 보호하기 위한 경우도 있다.

스님처럼 종교적 이유로 채식을 하는 경우도 있다.

일본에서 시작된 매크로비오틱은 ‘macro(큰)’와 ‘bio(생명)’, ‘tic(방법·기술)’을 합성한 말이다.

뿌리부터 껍질까지 음식을 통째로 먹는 조리법이다.

일본의 장수 건강법에 뿌리를 두고 있다. 이는 식품을 인위적으로 다듬지 않고 있는 그대로 섭취해야 식품이 가진 고유의 에너지를 고스란히 흡수할 수 있다는 생각에서 출발했다.

비건이 인기를 끌면서 덩달아 매크로비오틱 요리 역시 인기를 끌고 있다.

매크로비오틱은 재료 선택은 물론 조리법·활용법까지도 자연친화적일 때 음식 자체가 가지고 있는 생명력을 완전하게 받아들일 수 있다.

육식을 자제하고 유기농 곡류와 채식을 중심으로 먹되, 강조되는 원칙 중 하나는 신토불이(身土不二)로 자신이 사는 곳에서 제철에 나는 재료로 만든 음식을 먹어야 한다는 것이다.

환경과 건강을 모두 생각한다는 면에서 비거니즘을 실천하는 이들에게 많은 도움이 되는 식생활법이라 할 수 있다.

사람의 몸과 마음, 생동하는 에너지가 음식에 의해 만들어진다고 보고 각각의 체질과 병증에 맞는 적절한 식사를 약보다 중요하게 여기는 인도의 ‘아유르베다’ 식사법도 주목할 만하다.

신선한 채소와 건강한 향신료를 사용해 만든 아유르베다 식사법은 디톡스에도 효과가 있다고 알려져 있다. 아유르베다 식사는 하나의 접시에 어우러지게 담긴 요리와 반찬을 섞어가며 먹는 것이 기본이다.

한 접시 안에서도 무엇과 무엇을 섞느냐에 따라 맛을 다양하게 변주할 수 있어 쉽게 질리지 않는다. 또한 체내 에너지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 여섯 가지 맛(단맛, 신맛, 짠맛, 매운맛, 쓴맛, 떫은맛)의 음식을 고루 먹는 것을 권하고 질 좋은 식물성 기름 또한 적당히 사용할 것을 추천한다.

제레미 리프킨의 《육식의 종말》이라는 책을 보면, 인간의 육식을 위해 키워지는 전세계 12억 8000마리의 소들이 전세계 토지의 24%를 차지하고 있으며, 미국의 경우 곡물의 70%를 가축이 먹어치운다고 한다.

반대로 리어 키스의 책 《채식의 배신》을 보면, 채식의 의도는 좋지만 건강을 위해 혹은 환경 오염의 해결책으로 채식을 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라며 채식보다 더 나은 대안을 찾을 수 있다고 한다.

육식이냐 채식이냐 잡식이냐는 누구도 강요할 수 없는 것이며 무엇을 먹을지는 자신이 결정하는 것이다. 하지만 무엇을 먹을 것인가 생각하며, 건강과 환경을 한 번 더 생각해 보는 것은 의미 있는 일이다.

한국채식연합은 한국의 채식 인구가 2008년 15만 명에서 지난해 150만 명 수준으로 10배가량 증가했다고 밝혔다. 이에 맞춰 편의점과 음식점에서도 채식주의자를 겨냥한 상품을 개발해 판매하고 있다.

세계적으로 커가고 있는 채식 시장에 이른바 ‘베지 노믹스’ 열풍이 일어나고 있다.

한국 채식문화의 정수는 사찰음식이다

오늘은 자신의 건강과 지구를 위해 좀 적게 먹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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