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전 치안감, 소환이나 압수수색 등 강제수사 없었다" 警 "안타깝다" 당혹감…일부 "쇄신 계기 삼아야" 자성론도

【청주일보】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깃발이 바람에 휘날리는 모습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깃발이 바람에 휘날리는 모습

 

검찰의 '검경 브로커' 수사 파장이 확산되고 있다.

전현직 고위 경찰과 검찰 수사관이 줄줄이 구속된데 이어 전 치안감이 극단적 선택을 하면서 향후 검찰의 수사 칼날이 어디로 향할지 주목되고 있다.

15일 광주지방검찰청 등에 따르면 이날 오전 10시12분쯤 실종 이틀째였던 전직 치안감 A씨가 경기 하남시 검단산에서 사망한 채 발견됐다.

2020년 8월부터 2021년 12월까지 전남경찰청장을 지낸 뒤 퇴직한 A씨는 전날 가족에게 "등산을 다녀오겠다"고 말한 뒤 집을 나섰지만 연락이 두절돼 이틀째 실종 상태였다.

A씨는 최근 논란이 되고있는 '검경 브로커' 사건에 연루돼 검찰의 수사 대상에 올라있던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9월 한 코인 사기 용의자에 대한 검경의 '수사 무마' 첩보를 입수한 검찰이 사건 브로커를 통한 전현직 경찰을 전방위적으로 수사했는데 A씨도 그 대상 중 하나였다.

사건 브로커로 불리는 성모씨(62)가 20여년 전부터 쌓아올린 검찰·경찰 인사들과의 인맥을 내세워 브로커 역할을 한 것으로 조사됐다.

성씨는 피의자로부터 받은 돈을 수사 관계자에게 건네고 경찰 고위직 등의 인사청탁 비리, 수사 정보 유출 등에 깊이 개입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가 2020년 8월부터 같은해 11월 사이 사기 등으로 조사받은 공여자들로부터 받은 금품은 18억원 상당인 것으로 확인됐다.

사건을 수사 중인 광주지검은 성씨 브로커 사건에 연루 의혹이 있는 전현직 경찰관 등 6명을 잇따라 구속하고, 관계기관 7곳을 압수수색했다.

수사 과정에서 검찰이 '전남경찰청 3개년도 인사고과 자료'를 확보했는데 이 당시 전남청장이 A씨여서 '그가 사건에 직접 연루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일었다.

이날 A씨가 극단 선택한 사실이 알려지자 검찰 측은 즉시 입장을 내고 "압수수색이나 소환 조사 등 어떠한 강제수사도 없었다"고 밝혔다.

검찰 관계자는 "'검경 브로커' 사건 관련으로 최근 A씨가 수사 대상자로 전환돼 입건한 것은 맞지만 수사가 진행된 후 A씨가 실종됐고, 그 이후에 입건 처리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혐의는 밝힐 수 없지만 경찰 고위급 인사 청탁 관련인 것은 맞다"고 덧붙였다.

한편 A씨의 극단 선택을 두고 경찰 내부에서는 '침울하다', '착잡하다', '당혹스럽다', '안타깝다', '이번 계기로 쇄신·변화하자' 등 다양한 반응이 나오고 있다.

전남경찰청 소속 총경급 경찰 간부는 "검찰의 수사 상황을 지켜봐야 겠지만, 사망한 고인에 대해서는 착잡한 마음이다"며 "안타깝다는 말 말고 무슨 말을 하겠냐"고 했다.

경정급 경찰 관계자도 "사건 관련 기사가 계속 나오다보니 경찰 내부에서도 상황을 지켜보면서 설왕설래하는 것 같다"며 "죄가 있었다면 경찰 스스로 민망한 상황이고, 없었다면 굉장히 안타까운 일"이라고 밝혔다.

또다른 간부 경찰(경정)은 "승진 인사 의혹 등이 불거진 것으로 아는데 경찰 내부 인사는 여전히 공정하지 못하다는 비판이 높다"며 "이번을 계기로 경찰도 쇄신하고 변화했으면 하는 바람이다"고 말했다.

경찰 일각에서는 고위급 인사 청탁과 관련, 광주·전남지역 다수 총경과 수뇌부 일부도 연루됐다는 소문까지 나돌고 있다.

검찰은 "수사가 진행 상황 중"이라며 구체적인 사실은 확인해주지 않고 있다. 

저작권자 © 청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