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고픈 이들에게 행복을 나누는‘천원의 한끼’

【청주일보】 박창서 기자 = 충북 청주시 상당구 성안동에는 붕어빵도 1천 원이 넘어가는 요즘 같은 고물가 시대에 단돈 1천 원만 받고 따뜻한 밥과 국을 제공하고 있는 식당이 있다. 

그 식당은 바로 기운차림봉사단이 운영하는 ‘기운차림 식당’으로 친환경으로 수확한 채소로 조미료를 전혀 사용하지 않은 건강한 반찬과 따뜻한 밥과 국, 그리고 힘든 이들에게 기운을 준 지 올해로 7년째이다.

기운차림 식당이 천 원을 받는 이유는 식당을 찾는 이들이 당당하게 식사하길 바라는 마음이다.

돈 없어 밥도 못 먹는 설움이 얼마나 큰지 겪어보지 않은 자들은 모르기에, 가난한 사람들이 한 끼 밥과 국을 자존심 상하지 않고 먹을 수 있도록 배려하기 위해서다. 

농작물 가격도 만만치 않은 시대에 1천 원만 받고도 운영이 가능한 이유는 바로 다양한 개인과 단체, 기업들로부터 각종 식자재를 후원받고 있으며, 봉사자들의 노력을 담아 운영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보통 식당과 다른 점이 있다면 매일매일 ‘즉흥적’으로 메뉴를 정한다는 점이다.

그날그날 들어오는 후원 물품에 따라 할 수 있는 요리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10평도 안 되는 좁은 식당 안은 오전 11시부터 찾아온 사람들로 북적이기 시작한다.

주변 식당을 고려해 선착순으로 하루에 점심 100그릇만 판매한다.

밥과 국, 반찬 3가지의 단출한 식단이지만, 천 원짜리 이 한 끼가 어떤 이에게는 오늘 하루 유일한 식사일 수도 있기에, 봉사자들은 더더욱 정성을 다해 한 끼를 만든다.

봉사자들은 식사 전후 이곳을 찾는 사람들을 따뜻하게 맞이한다.

봉사자분들이 식사 후 나가는 분들에게 “또 오세요”, “기운찬 하루 되세요”란 말이 인상적이다. 식사하신 분들도 겉치레가 아닌 진심으로 “잘 먹고 가요”라고 말을 건넨다. 

취약계층을 위한 먹거리 복지 사업은 유독 시혜적 성격이 강하다.

경제적으로 넉넉지 않아 삼시세끼를 제때 챙겨 먹을 수 없는 이들을 ‘도와주자’라는 인식에서 정책이 출발하곤 한다.

그들은 항상 자신의 가난을 증명해야 한다. 하지만 먹는 일은 시혜가 아닌 고유의 권리이며, 기운차림 식당은 가난을 증명할 필요 없이 누구에게나 열려있다.

기운차림 식당이 위치한, 상당구 성안동은 한때 문화와 상권의 중심지였으나, 도시 외곽 개발로 사람들의 발길이 줄어든 곳이다.

구도심이 되어버린 성안동에는 집이 없는 취약계층들이 여인숙에 장기 투숙하는 일도 많고, 중앙공원에서 노숙을 하는 이도 있다.

또 오래된 주택에서 거주하는 독거노인의 비중도 높은 지역이다.

기운차림 봉사대는 이러한 지역적 특수성이 있는 성안동행정복지센터와 2019년부터‘월 1회, 15가정 반찬나누기’협약을 맺고 꾸준히 이어오고 있다. 

반찬 지원을 받은 오OO 어르신은 “다리가 아파 잘 걷지 못해 반찬을 만들기는커녕 사러 가지도 못한다”라고 말했다.

이어, “이렇게 직접 만든 영양가 풍부한 밑반찬을 주니 정말 고맙고, 감사하다. 따뜻한 마음 소중히 잘 간직하겠다.”라며 감사의 마음을 전하기도 했다. 

그 뿐만 아니라 기운차림 봉사대는 ‘가정의 달’과 ‘추석·설 명절’에는 효잔치를 열고 있으며, 명절을 맞아 외로운 시간을 보내야 하는 소외된 이웃, 나 홀로 가정을 꾸려 가시는 어르신들, 주변 노점 상인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수 있도록 특식을 제공하는 등 다방면의 노력을 하고 있다. 

경기불황에 생계형 절도, 이른바 ‘장발장 범죄’가 2023년도 9월까지 121건으로 2020년도 55건에서 가파르게 증가했다고 한다.

고물가에, 난방비는 폭등했고 외식 비용도 많이 올랐다.

경제적으로 취약한 소외계층은 더욱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는 요즘 따뜻한 밥 한 공기가 귀한 사람들에게 온정을 나누는 기운 차림 식당이 계속 불을 밝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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