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지방법원./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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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주일보】 검경브로커 성모씨(62)가 '수사 무마를 맡아서 하겠다'며 인사비와 청탁비 명목으로 여러차례에 걸쳐 수십억원을 전달했다는 사건 청탁자와 송금책의 직접 증언이 재판에서 쏟아져 나왔다.

광주지법 형사8단독 김용신 부장판사는 5일 변호사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성씨와 브로커 전모씨에 대한 세번째 공판을 열었다.

이들은 2020년 8월부터 2021년 8월까지 가상자산(코인) 투자사기 피의자인 탁모씨(44)로부터 수사 무마 청탁의 대가로 차량과 현금 등 18억5400만원 상당의 금품을 함께 받은 혐의로 기소됐다.

여러 사기 사건의 피의자인 탁씨는 전국에서 수백억원 상당의 코인 투자사기를 벌였다.

당초 전씨를 통해 사건 무마를 청탁하던 탁씨는 추후 구속될 상황에 놓이자 검경브로커인 성씨를 소개받았다.

탁씨는 이날 증언에서 "2020년 12월9일 한 술집에서 성씨가 경찰고위 간부 등과 식사를 하는 자리가 있다며 현금 1억원을 가져오라고 했다"며 "인사비 명목의 돈이었다. 코인을 현금으로 바꾼 돈 중 현금 1억원을 들고 주점에 갔다. 이 자리에서 동생이 현금을 성씨의 차에 넣었다"고 증언했다.

그는 "성씨는 경찰 고위직들에게 돈을 줘야하는데 찔끔찔끔 주지말고, 한번에 달라고 요구했다. 사건을 다 맡아서 알아서 해준다고 했다"며 "성씨가 고위직들에게 인사를 하려면 현금과 골프회원권이 필요하다고 해 같은달 2차례에 걸쳐 현금 각각 5억원 등 총 10억원을 줬다"고 주장했다.

탁씨는 "성씨가 브로커로 나서 서울 쪽 사건을 기소중지 시켜줘 신뢰가 갔다"며 "광주 광산경찰서에 제기된 사기 사건 수사에서도 관련 수사 자료를 다 봤고, 성씨가 자랑하는 경찰 인맥들을 인지해 돈을 주면 사건이 해결될 것으로 봤다"고 말했다.

그는 "이후 광산경찰서 수사와 관련해 성씨가 경찰에게 줄 5000만원이 필요하다고 해 동생에게 8000만원에서 1억원을 주며 이중 5000만원을 성씨에게 전달하라고 했다"고 진술했다.

검찰은 해당 수사 무마 의혹과 관련해 서울경찰청과 광주경찰청 등을 압수수색했고, 현직 경찰관 2명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가 기각되기도 했다.

탁씨는 이밖에도 2021년부터 3500만원, 2000만원, 4000만원 등을 여러차례에 걸쳐 성씨에게 줬다고 증언했다.

또 탁씨의 동생은 "경찰 고위직에게 올해 6월 사건 무마 명목으로 1억원을 줬다고 들었다"고도 했다.

검찰은 탁씨의 동생이 언급한 서울경찰청 수사부장 퇴직 경무관을 구속기소한 바 있다.

탁씨와 그의 동생은 "너무 여러차례에 걸쳐 돈을 줘 모든 거래가 기억나진 않는다. 가지고 있는 현금 전달 사진, 녹취내역, 성씨에게 준 돈을 마련한 코인 현금화 내역 등을 모두 검찰에 증거로 제출했다"고 말했다.

탁씨는 지난해 8월쯤 검경브로커 사건을 검찰에 고발했는데, 성씨를 고발하고 나선 이유로 "그렇게 돈을 많이 줬는데 사건 처리가 제대로 안됐다. 나중엔 돈이 모두 떨어져 변호사비를 낼 돈도 남지 않았다"고 밝혔다.

김용신 부장판사는 증거조사, 증언 신빙성 검증 등을 위해 한차례 더 기일을 열어 결심공판을 진행키로 했다.

성씨와 전씨에 대한 다음 재판은 내년 1월11일 오후 2시30분에 같은 법정에서 진행된다.

성씨는 20여년 전부터 쌓아올린 검찰·경찰 인사들과의 인맥을 내세워 각종 브로커 역할을 해왔다.

성씨는 1990년대 광주 동구의 한 유흥주점에서 밴드마스터로 일하며 경찰들과의 인연을 맺었고, 친해진 경찰들과의 인맥을 외부에 자랑하며 이권에 개입하기 시작했다. 또 그는 여러 개의 '골프 모임'을 운영하며 다방면에서 인맥을 쌓아온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탁씨로부터 넘겨받은 자료를 토대로 대대적인 수사에 나섰고, 광주경찰청과 서울경찰청 등에 대한 전방위적인 압수수색으로 현재까지 광주지검 목포지청 수사관, 서울경찰청 수사부장을 역임한 전 경무관, 전남경찰청 퇴직 경감 등 3명을 구속 기소했다.

검찰은 현직 경찰관 2명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하기도 했으나 기각됐고, 수사 무마 의혹·인사 청탁 등의 의혹을 받는 전현직 경찰관들에 대한 수사, 성씨와 성씨 가족 등이 운영하는 업체 7곳의 일선 지자체 부당 관급공사 의혹 수사 등을 두루 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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