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일보】 김흥순  = 끼리끼리 뭉친다. 끼리끼리 논다

그들만의 리그, 그들만의 말, 그들만의 잔치에 놀아나는 민중들

유유상종(類類相從)이다. 같은 것들 끼리 서로 왕래하여 사귄다, 비슷한 부류의 인간 모임을 비유한 말이다. 사기꾼은 사기꾼끼리, 나쁜 놈은 나쁜 놈끼리 모이고 자기들만 아는 용어를 사용하고 이상한 문화를 만든다.

유유상종의 근원은 《주역》 〈계사(繫辭)〉 상편에서 전거를 찾을 수 있다.

방이유취 물이군분 길흉생의(方以類聚 物以群分 吉凶生矣),

"삼라만상은 그 성질이 유사한 것끼리 모이고, 만물은 무리를 지어 나뉘어 산다. 거기서 길흉이 생긴다" 하였다.

이 말과 춘추전국시대 순우곤과 관련한 고사가 전한다.

제(齊)나라의 선왕(宣王)은 순우곤에게 각 지방에 흩어져 있는 인재를 찾아 등용하도록 하였다. 며칠 뒤에 순우곤이 일곱 명의 인재를 데리고 왕 앞에 나타나자 선왕이 이렇게 말하였다.

"귀한 인재를 한번에 일곱 명씩이나 데려 오다니, 너무 많지 않은가?" 그러자 순우곤은 자신만만한 표정으로, "같은 종의 새가 무리지어 살듯, 인재도 끼리끼리 모입니다. 그러므로 신이 인재를 모으는 것은 강에서 물을 구하는 것과 같습니다" 라고 하였다.

현대에 와서 이러한 인재의 모임보다 배타적 카테고리라는 의미가 더 강하다.

비꼬는 말로 주로 쓰인다. '끼리끼리' 또는 '초록은 동색'과 통하는 경우가 많다.

영어로 보면 그 뜻이 분명하다.

Each follows its own kind. or Birds of a feather flock together.

비슷한 성격이나 관심사, 취미가 같은 사람들이 모인다는 뜻이다. 조금 거칠게 풀자면 "끼리끼리 모인다, 고만고만한 사람들끼리 모인다"는 의미다.

feather

feather(깃털)는 비유적으로 "사람의 의상"이란 뜻이다.

옷이 날개(옷을 잘 입어야 한다)라는 속담에 feather가 빠질 순 없다.

Fine feathers make fine birds=Clothes makes the man=The taylor makes the man=You are what you wear. feather에는 "종류(kind)"라는 뜻도 있어 Birds of a feather flock together(유유상종, 가재는 게 편이다)라는 속담을 낳았다. 이런 말에는 Opposites attract(서로 달라야 끌리는 법)라고 반론을 펼 수 있겠다.

a feather in one's cap(hat)은 "자랑(거리), 명예, 공적"을 뜻한다.

아메리칸 인디언이 적(敵)을 한 명 죽일 때마다 머리 밴드에 깃털을 하나씩 추가하던 관습에서 비롯된 말이다.

이런 용법으로 쓸 수 있겠다. Winning such a contract so soon after joining the company was a real feather in her cap(그 회사에 입사해 그렇게 빨리 계약을 따내다니, 이는 그녀의 자랑거리가 아닐 수 없다).

show(fly) the white feather는 "우는 소리 하다, 겁을 집어먹다, 꽁무니 빼다"는 뜻이다.

white feather만으로도 "겁먹은 증거, 겁쟁이"라는 뜻으로 쓰인다.

이 말은 cockfighting(투계)에서 나온 것이다. 한 가지 깃털 색만을 가진 싸움닭도 있지만, 다른 종들끼리 교배를 시킨 잡종 싸움닭은 흰 깃털도 있는데 이 흰 깃털은 잡종 싸움닭이 전의(戰意)를 상실해 양 날개를 떨굴 때에 드러나기 때문에 위와 같은 뜻을 갖게 된 것이다.

전의를 상실한 싸움닭이 보이는 또 하나의 특징에서 나온 단어가 crestfallen(풀이 죽은, 기운이 없는)이다. crest는 닭의 볏인데, 기가 죽거나 도망가는 닭의 볏이 축 처진 데에서 나온 말이다.

feather one's nest는 "사복(私腹)을 채우다"는 뜻이다. 새가 깃털로 둥지를 만들고 꾸미는 것을 공직자의 사리사욕 추구에 비유한 것이다. 1500년대부터 쓰인 말이다.

The senator was accused of using his office to feather his own nest(그 상원의원은 자신의 직위를 사리사욕을 추구하는 데에 사용했다는 비난을 받았다. 또는 그런 혐의로 고발되었다).

tar and feather a person은 "엄하게 벌하다"는 뜻이다.

1189년 영국 왕 리처드 1세(Richard Ⅰ, 1157~1199)는 해군에서 절도를 저지른 자에게 벌거벗긴 몸에 뜨거운 타르를 쏟아붓고 닭털 위에 구르게 한 뒤 사람들의 구경거리가 되게 하는 엄벌을 시행했다. 그 이전부터 다른 유럽 국가들에서 행해져 온 이 처벌법은 일종의 린치로 발전해 독립 전후의 미국에서는 영국에 충성하는 자들에게 가해졌다. 이후로도 KKK단을 비롯하여 사적 린치가 자행될 때 곧잘 등장하던 가혹한 형벌이다.

make the feathers fly는 "큰 소동을 일으키다, 시끄럽게 입씨름을 벌이다"는 뜻이다. 사냥개가 이곳저곳을 들쑤셔 새들이 날아오르면 그때 총을 쏘는 사냥법에서 유래된 말이다. fuss and feathers는 "대소동, 공연한 법석"이란 뜻이다.

You could(might) have knocked me down with a feather(깜짝 놀라 자빠질 뻔했다). 깃털 하나로 사람을 때려눕히다니, 상상을 초월하는 대단한 과장법이라 할 수 있겠다. 최초의 기록은 영국 저널리스트 윌리엄 코빗(William Cobbett, 1763~1835)의 『루럴 라이드(Rural Rides, 1821)』에 등장한다.

as light as a feather는 "아주 가벼운", featherweight는 "매우 가벼운(사람, 물건), 하찮은(사람, 물건)"을 뜻한다. 권투나 레슬링의 페더급 선수도 featherweight인데, 몸무게 126파운드(57킬로그램) 이하의 선수를 말한다.

ruffle up the feathers(plumage)는 "성내다"라는 뜻이다. 원래 뜻인 "새가 성나서 깃털을 곤두세우다"에서 유래된 말이다. ruffle a person's feathers는 "아무를 성나게 만들다", put in a ruffle은 "성나게 하다, 동요시키다", ruffle it은 "뽐내다", Nothing ruffled him은 "그는 무슨 일에도 동요하지 않았다"는 뜻이다.

언론계 유유상종

사쓰마와리 김 기자는 빨대 덕에 주 검사 스폰 기사를 도꼬다이 했다. 같은 나와바리에서 물먹은 ㅊ신문 박 기자는 우라까이를 하며 반까이를 다짐했다. 경찰서 출입 김 기자는 중요 정보를 주는 취재원의 제보 덕에 주 검사 스폰 기사를 특종 보도했다. 같은 출입처에서 낙종을 한 박 기자는 김 기자의 기사를 베껴쓰며 다른 기사로 자존심 회복을 다짐했다.

언론사 취재 현장에는 일본식 표현과 은어들이 남아 있다.

어디 언론 뿐일까? 의상실, 권력, 건축 등 너무 많다.

검찰이나 경찰 조직에도 그들만의 은어를 찾아볼 수 있다. 정치권은 말하나마나다.

일파이특-검사들이 가장 선호하는 건 파견이고, 그다음은 거물급 수사를 전담하는 특수부라는 뜻. 국세청을 제외한 각 국가기관에 법률보좌관으로 파견되며, 평검사도 20~30년 일한 공무원과 같은 대접을 받음.

일도이부삼빽-범죄가 적발됐을 때 도망이 최선이고 그 다음은 부인하고 마지막으로 ‘빽’을 쓰는 게 좋다는 말.

프로- 요즈음 텔레비전에 검사들끼리 부르는 말이다. ‘김 프로’처럼 성을 붙여 검사들끼리 서로 부르는 말. ‘프로시큐터’(prosecutor)에서 유래. 법조 출입기자도 이렇게 불리는데 실력있다는 뜻의 ‘선수’와 비슷하게 쓰임.

사지(四知)사건-뇌물사건. 하늘·땅·준 사람·받은 사람만 아는 사건이란 의미로 그만큼 객관적 증거가 남지 않아 수사가 어렵다는 의미.

지게꾼-형사부 검사들을 뜻함. 주로 경찰에서 송치해오는 사건들을 법원에 넘기는 일을 하고, 업무는 많지만 빛은 보지 못한다는 자조적 표현.

능참봉- 대통령 연고지를 관할하는 지청장. 원래는 조선시대 왕릉을 지키던 말단 관직명. 실력이나 배경이 좋은 검사가 가는 자리로 여겨짐.

코 푼다-사건 관계자가 피의자를 해코지할 의도로 제보하는 것.

골인-구속을 의미. 피의자 구속과 불구속에 따라 인사고과 점수가 달랐기 때문에 만들어진 용어. 검찰도 같은 표현 사용. 피의자를 구치소로 보내는 모습을 물건을 창고에 넣는 것에 빗대 입고(入庫)라고도 함.

오사마리 지었다 -사건을 마무리 지었다

언론계는 사쓰마와리라는게 있다.

굉장한 노동집약적 행위일 뿐만 아니라 극한 체험이다.

보통 2~3시에 자고 첫 보고를 위해 자신의 라인을 돌려면 기상시간은 훨씬 앞당겨진다. 한 중앙일간지 5년차 기자는 “수습기자 시절 선배가 그런 말을 했다. ‘이제 너희에게 욕을 할 수도 없고, 때릴 수도 없으니 잠을 안 재우는 것밖에 없어.’ 그때 알았다.

이 수습교육이란 건 교육이 아니라 우리를 괴롭히는 거구나”라고 말했다.

과거 시경캡을 거쳤던 한 방송사 간부는 “사쓰마와리는 전형적인 관료조직과 군사조직이 합쳐진 형태”라고 규정했다.

이 간부는 “현실적 문제에서 보자면, 군사 정권과 대기업 주도의 수출 드라이브 정책 속에서 정치·경제 권력에 대한 비판이 봉쇄되다보니 특종은 사건팀에서 나올 수밖에 없었고, 속보경쟁이 붙었다”면서 “통제 사회에서는 정보기관에 가장 많은 정보가 모이니 기자들이 그나마 문을 열어주는 경찰서를 지킬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사쓰마와리는 결국 언론사 구조의 문제이며 의식의 문제와 맞닿아 있다.

언론사의 관행으로 굳어졌고, 이를 대체할만한 새로운 시도가 거의 없다.

그만큼 간명한 대안이 나오기 쉽지 않다.

그렇다고 ‘대안 없는 비판’, ‘비판을 위한 비판’이라고 생각하면 결국 제자리다.

어쩔 수 없다고 인정하고 끝낸다면 언론은 스스로 과거의 방식에 발목을 묶어두는 셈이다.

한국의 기득권이 끼리끼리 노는 이유다.

아무 것도 모르는 소비자들이 상대방은 나쁘고 자기 진영은 좋은 줄 착각하며 꼭두각시 춤을 출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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