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일보】 김흥순 = 리스크는 상해나 손실 등 부정적이거나 바람직하지 못한 일이 일어날 확률을 가리킨다. 한국어로는 국립국어원이 '손실 우려', '손실 위험' 등의 순화어를 제시한 바 있으나, 기계적으로 대응시키기 어렵다.

경영학에서 리스크의 정의는 '기업의 목표 달성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일이 발생할 불확실성(uncertainty)'이다.

이에 '위험' 등으로 번역하기보다 원어 '리스크'를 직접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측정 가능 하다는 점, 불확실성의 정도에 따른 보상을 평가할 수 있다는 점 등을 강조하기 위한 구분이다.

리스크 관리의 본질적 목적은 관리 능력을 높이면 적극적으로 리스크가 큰 일에 도전할 수 있다는 데 있으며, 이는 기업의 성장과 직접적 인과관계를 갖는다.

한국 정치에 “부인 리스크”가 자리 잡고 있다.

부인 리스크에 최초로 노출됐던 대통령은 노무현 대통령이었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아내 권양숙 여사의 장인어른께서 살아생전 좌익 활동하신 것에 대한 공격을 받을 때, “아내를 버리기리도 하란말입니까? ”라는 말씀을 하셨다. 그리고 지지율은 급상승 했다.

부인 문제로 골치 아픈 사람은 윤석열 대통령, 이재명 대표, 문재인 전 대통령, 조국 전 수석 등이다.

경상도 말로 “그라믄 당장 이혼이라도 하란 말입니까?, 호적에서 파버리면 속 시원하겠습니까?”를 모두 외치고 싶은 심정일 것이다.

정치 과잉 세상이 되다보니, 가족들 건드리기, 사생활까지 캐내 상대를 욕하고 깎아내리고 고소고발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부인 리스크’가 선거 정국을 달구고 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 부인 김혜경 씨가 결국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조국 교수 부인은 병보 상태다.

이재명 대표 부인은 제20대 대통령 선거를 앞둔 지난 2021년 8월 민주당 국회의원 배우자 등과 식사한 뒤 식사비 등 10만여 원을 경기도 법인카드로 결제하게 한 혐의다.

이 대표는 민주당 대선경선 후보였다. 검찰은 150여 건의 법인 카드 사용내역을 수사 중이다. 집에 배달된 과일값 1000만 원도 포함됐다.

김 씨가 추가 기소되면 이 대표는 자신의 사법 리스크에다 부인 리스크까지 더해 큰 정치적 타격을 입게 될 전망이다.

문재인 전 대통령 부인 김정숙 여사의 대통령 전용기 이용 인도 타지마할 단독관광과 옷값 특검 요구도 나왔다. 여자 경호원에 1년간 수영강습 받아 검찰에서 수사 착수에 들어 갔다.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와 함께 쌍특검을 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대구에서는 몇 년 전 한 국회의원 부인이 김장나눔 행사에서 배추를 던지는 ‘갑질 소동’을 벌여 남편의 공천 탈락 빌미가 됐다.

지금 한창 진행 중인 각 당의 공천 심사에서도 후보 부인 리스크가 심심찮게 등장하고 있다. “내가 너희 아버지를 죽게 만들었다.” 톨스토이 부인이 죽으면서 한 뒤늦은 후회였다.

현직 국회의원 부인이 죽는 일도 생기고 있다.

1910년 10월 27일 밤. 대문호 톨스토이가 러시아 야스나야 폴랴나 집을 나선다.

기차에 야윈 몸을 싣는다. 어둠에 잠긴 자작나무 숲에는 눈이 내리고 있었다. 세상에서 가장 먼 여행길이다.

명성 뒤에 가려진 톨스토이의 삶은 비극이었다.

과도한 물질 소유는 죄악이라 생각한 그는 신발을 만들어 신었고 땔감과 건초를 직접 구할 정도의 종교 순교자 정신으로 생활했다.

하지만 아내는 물질욕이 강했고 사치를 좋아했다.

톨스토이의 판권 포기 움직임에 갈등이 폭발했다.

아내로부터의 탈출 시도였다. 끝내 성공한다.

열흘 뒤 그는 시골 기차역의 한 작은 방에서 숨진 채 발견된다.

82살. 유서를 남겼다.

“내가 있는 곳에 아내가 와서는 안 된다.”

한국도 두 파로 나뉘어 진다.

이제 그만 합시다.

부부를 같이 때려 잡자.

리스크 정치는 복수정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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