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갑근 분열방지 배제, 참신한 서승우 전략 공천

【청주일보】 청주일보 =

국민의힘 정우택 의원(청주 상당)이 '돈 봉투 수수' 의혹에 결국 발목을 잡히면서 공천을 취소당하는 초유의 일이 벌어졌다.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는 14일 돈 봉투 수수 의혹이 제기된 정 의원의 청주 상당 공천을 취소한다고 발표했다. 지난 9일 공관위가 정 의원의 관련 의혹에 대한 이의제기를 기각한 지 닷새 만에 이를 번복한 것이다.

공관위는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정 후보에 대한 불미스러운 상황이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다"며 "이는 국민의힘이 강조해 온 국민의 눈높이 및 도덕성 기준에 미치지 못하는 사안으로 판단했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 5일 청주를 방문한 한동훈 비대위원장은 "애초 (의혹을) 제기했던 사람의 말이 바뀌고 있고 말이 바뀐 사람의 말을 믿고 단정적으로 후보를 배제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면서 정 의원를 옹호했다.

하지만 돈 봉투 제공을 주장한 당사자가 수사기관에 사실을 밝히겠다는 의지 표명과 회유 녹취, 돈 봉투 수수 동영상 등이 공개되면서 청렴성과 도덕성을 가치로 내세운 당 공천관리에 부담으로 작용했다.

국민의힘 공관위는 정 의원의 공천을 취소하면서 청주 청원 당내 경선에서 탈락한 서승우 전 대통령실 자치행정비서관을 우선추천(전략공천)하기로 했다.

공관위가 비대위에 정 의원의 공천 취소와 서 전 비서관의 우선추천을 건의해 의결 받으면 사실상 확정된다.

지난 9일 '정답캠프' 이름으로 선거사무소까지 개소한 정 의원을 비롯한 캠프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이렇다 할 공식 입장은 없다. 다만, 무죄 추정의 원칙에 따라 아직 수사도 마무리되지 않은 상황에서 일방적인 주장만 가지고 공천을 취소하는 것은 네거티브 술수에 당이 휘둘리는 형국이라는 격양된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정영환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장이 23일 오후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공관위 2차 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뉴스1
정영환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장이 23일 오후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공관위 2차 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뉴스1

 

▲5.18폄훼논란 국힘 도태우 후보 공천 취소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가 14일 5·18 폄훼 논란이 제기된 도태우 후보의 대구 중·남 지역 공천을 취소했다.

공관위는 이날 오후 심도 있는 논의를 통해 도 후보에 대한 공천 취소를 의결했다고 밝혔다.

공관위는 "도 후보의 경우 5·18 폄훼 논란으로 두 차례 사과문을 올린 후에도 부적절한 발언이 추가로 드러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공관위는 공천자가 국민 정서와 보편적 상식에 부합하지 않는 사회적 물의를 빚은 경우나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 언행을 한 경우 등에는 후보 자격 박탈을 비롯해 엄정 조치할 것을 천명한 바 있다"고 강조했다.

▲윤갑근 배제 서승우 공천 

공천 취소에 따른 후속 조처는 당연히 상당구에서 정 의원과 경선을 치른 윤갑근 전 도당위원장일 가능성이 있었지만, 예상을 완전히 빗겨갔다.

윤 전 위원장은 종전 21대 총선에서 당시 자유한국당 단수 추천으로 상당구에 출마했다 떨어졌다. 공천 경쟁에서 밀린 정 의원은 결국 지역구를 상당에서 흥덕구로 옮겼으나 낙선했다.

이어진 2022년 3월 상당구 재선거에서 정 의원과 윤 전 위원장 간 당내 경선이 이뤄졌지만, 이때는 윤 전 위원장이 고배를 마셨다.

줄곧 상당만 바라보며 정치활동을 이어온 윤 전 위원장이 정 의원 공천 취소의 대안으로 떠오를 수 있었으나 다소 뜬금없이 청원구 서 전 비서관이 지목됐다.

이를 두고 지역 정치권에서는 지역구 당원들의 전략적 화합을 최우선 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정 의원의 돈 봉투 수수 의혹이 불거질 당시 이를 주도한 인물로 윤 전 위원장이 거론되기도 했다. 윤 전 위원장은 전혀 관련 없다고 누차 해명했으나 정 의원 지지자들 사이에서는 음해성 공작을 꾸민 게 아니냐는 의심의 눈초리를 보냈다.

중앙당에서는 이 같은 분위기 속에서 만약 윤 전 위원장이 상당구 전략공천을 받는다면 지역구가 와해될 소지가 있다고 우려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 의원 측이 공천을 취소당한 마당에 이를 윤 전 위원장이 넘겨받는다면 양측은 둘로 갈라져 자칫 감정싸움으로 선거를 망칠 수 있어서다.

그래서 중립적 인물로 서승우 전 비서관을 택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그간 행정부지사 활동으로 어느 정도 인지도가 있고, 도덕성 흠결도 없다는 장점이 후임 주자로 간택될 수 있었다는 평가다.

저작권자 © 청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