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 면허정지 유연하게 처리"…한 위원장 요청 전격 수용 면허정지 유예 거론…정부, 의료계와 '대화' 준

윤석열 대통령이 29일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민의힘 지도부와의 오찬에서 한동훈 비대위원장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윤석열 대통령이 29일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민의힘 지도부와의 오찬에서 한동훈 비대위원장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청주일보】 윤석열 대통령이 24일 전공의 면허정지 처분과 관련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요청을 전격 수용하며 강경 대응 기조에서 한 걸음 물러섰다.

의료계 집단행동 대응에 두 사람이 보조를 맞추면서 최근 불거진 당정 갈등 논란에 마침표를 찍는 한편 '강대강' 대치를 이어가던 의정 충돌을 해결할 출구 전략을 함께 모색하는 모습이다.

대통령실에 따르면 한 위원장이 이날 의대 교수를 만나던 시간 윤 대통령은 용산 대통령실에서 회의를 진행 중이었다.

한 위원장은 이날 오후 4시부터 약 50분간 서울 신촌세브란스병원에서 전국의대교수협의회(전의교협) 회장단과 간담회를 열고 의대 정원 증원을 둘러싼 의정 갈등에 관해 대화를 나눴다. 간담회는 전의교협 요청으로 이뤄졌다.

윤 대통령은 회의 도중 "의료현장 이탈 전공의 면허정지 행정처분을 유연하게 처리해 달라"는 한 위원장 요청을 보고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윤 대통령은 곧장 한덕수 국무총리에게 "당과 협의해 유연한 처리 방안을 모색해 달라"며 "의료인과 건설적 협의체를 구성해 대화를 추진해 달라"고 지시했다.

이 같은 윤 대통령과 한 위원장 간 호흡은 두 사람이 지난 22일 서해수호의날 기념식에서 만난 지 이틀 만에 나왔다.

당시 윤 대통령은 한 위원장과 함께 북한에 피격된 천안함 선체를 둘러봤는데, 정치권에서는 이종섭 호주대사와 황상무 시민사회수석을 둘러싼 논란으로 촉발된 당정 갈등이 해소 수순을 밟았다는 풀이가 나왔다.

'출국금지' 논란에 휩싸인 이 대사와 '언론인 회칼 테러' 발언으로 문제가 된 황 수석을 두고 여당에서는 자진 사퇴 요구 목소리가 컸다. 이후 황 수석은 자리에서 물러나고 이 대사는 총선 전 귀국을 택하면서 당정 갈등이 잦아드는 기류였다.

여기에 이날 윤 대통령이 한 위원장 요청을 받아들이면서 당정이 '원팀'으로 작동하는 신호를 발신했다는 평가다

윤 대통령으로서는 장기간 이어지는 의료계 집단행동에 관한 피로감을 호소하는 여론이 쌓이면서 '원칙론' 고수에 따른 부담이 커지는 상황이었다.

이런 가운데 용산에서는 그간 저항이 거센 의대 증원 정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여당이 별다른 목소리를 내지 않은 점에 아쉽다는 목소리가 작지 않았다. 선거 국면이라고는 하지만 여당에서 의료개혁을 위한 여론 조성에 지나치게 소극적이라는 이유에서다.

결국 여당이 의정 충돌 국면에서 중재자로 처음 나서면서 한 위원장은 해결사로서 면모를 부각하고, 윤 대통령은 강대강 대치를 풀 여지를 마련하는 결과를 얻게 됐다.

당장 대통령실은 이날 오전만 해도 오는 26일부터 예정된 의료현장 이탈 전공의 대상 면허정지 처분을 법과 원칙에 따라 절차를 밟겠다는 입장이었다.

한 위원장 요청과 윤 대통령 지시에 따라 정부가 즉각 의료계와 대화에 나설 실무작업에 착수하게 되면서 일단은 의정 모두 숨을 돌리게 됐다.

정부 안팎에서는 26일로 잡힌 데드라인을 유예하고 면허정지 처분을 늦추는 방안 등이 거론된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유연한 처리 방안이 어떻게 될 수 있을지 당과 논의해 봐야 한다"며 "정부에서 대화를 계속 요청했지만 답답한 국면이었는데 대화 물꼬가 트였다"고 말했다.

다른 대통령실 관계자도 "면허정지 처분 수위나 속도를 조절하는 방안이 있을 수 있다"며 "전공의를 지키기 위해 집단으로 사직서를 내기로 한 의대교수에게 현장에 남아달라고 촉구하는 메시지도 있다"고 했다.

[사진=뉴스1 제공] 

저작권자 © 청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