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일보】 김흥순 = 매년 3월 24일은 ‘세계 결핵의 날’이다. 3월 24일은 독일 세균학자 로베르트 코흐가 결핵균을 발견한 날이다.

코흐(Robert Koch)가 결핵균을 발견한 지 100주년이 되던 해인 1982년 결핵 예방 및 조기 발견을 위하여 제정되었다.

1882년 3월 24일, 독일 세균학자 로베르트 코흐는 베를린에서 열린 병리학 학술대회에서 결핵균 발견을 발표했다. 당시 유럽 사회를 공포에 몰아넣었던 '백색 죽음' 결핵의 원인이 미생물(세균)임을 밝혀낸 획기적 사건이다.

하노버 왕국 클라우스탈에서 광산 기사의 아들로 태어난 코흐는 1866년 괴팅겐대학교 의과대학을 졸업했다.

의사가 된 코흐는 시골에서 근무하다가 프로이센-프랑스 전쟁이 발발하자 군의관으로 복무했다.

종전 후에 탄저병 연구를 통해 세균이 질병을 일으킨다는 '코흐의 가설'을 제시했다.

그는 이 가설을 바탕으로 결핵균을 찾고자 노력했다. 수많은 실험과 관찰 끝에 결핵 환자의 폐 조직에서 특정 세균을 발견했다. 이어서 동물 실험을 통해 이 세균이 결핵을 유발한다는 것을 증명해 냈다.

결핵균 발견은 의학 역사에 큰 획을 그었다. 이전까지 유전이나 영양실조로 여겨졌던 결핵의 원인을 명확히 밝혀낸 것이다. 이 발견은 결핵 치료와 예방에 큰 진전을 이끌었고, 결핵으로 인한 사망률을 크게 줄이는 데 기여했다.

18세기 중반 산업혁명 이후 전세계적으로 창궐한 결핵은 당시 사망률이 무려 50% 이상에 달해 불치병으로 인식되었다. 백색병으로 불리며 '망국의 병'으로 불렸던 결핵. 요즘은 이런 결핵을 가난할 때나 있었던 질병 정도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1921년 BCG 예방 백신과 1940년대 이후 항결핵제들이 개발되면서 결핵은 이제 ‘사라진 과거의 질병’으로 생각되고 있다. 하지만 결핵은 여전히 우리의 건강을 위협하는 ‘현재 진행형 질병’이다.

아직도 결핵은 전 세계에서 한해 1천60만명의 감염 환자를 발생시키고, 130만명을 사망에 이르게 하는 무서운 질환이다.

그중에서도 우리나라는 '결핵 후진국'에 속한다.

질병관리청이 '주간 건강과 질병' 최근호에 발표한 보고서(2022년 국제 결핵 발생 현황 고찰)를 보면, 세계보건기구(WHO)가 집계한 한국의 결핵 발생률은 인구 10만명당 39명으로 분석 대상 219개국 중 공동 107위를 기록했다.

결핵 사망률은 인구 10만명당 3.8명으로 북한을 제외한 218개국 중 107위였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 회원국으로 비교 대상을 좁혀보면, 우리나라의 결핵 발생률과 사망률은 각각 2위, 4위로 올라간다.

문제는 국내에서 결핵 발생률보다 사망률이 쉽게 떨어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WHO가 2025년을 기한으로 제시한 '2015년 대비 발생률 50% 감소, 사망률 75% 감소' 목표치에 대입해보면, 국내 결핵 발생률은 2022년에 이미 50.6%가 줄어들어 목표를 달성한 데 비해 결핵 사망률은 같은 기간 25.9% 감소하는 데 그쳤다.

질병청은 이 추세대로라면 WHO의 사망률 감소 목표치를 달성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했다.

WHO가 제정한 '세계 결핵의 날'(매년 3월 24일)을 맞아 결핵의 감염 경로와 증상, 위험성, 예방·치료법을 알아본다.

결핵균 감염 10명 중 9명 '잠복결핵'이다.

결핵은 폐를 비롯한 장기가 결핵균에 감염돼 발생하는 질환이다.

결핵균은 주로 공기를 통해 감염되는데, 결핵 환자가 기침이나 재채기를 할 때 결핵균이 포함된 전염성 입자가 공기 중으로 배출돼 떠돌다가 다른 사람의 호흡과 함께 폐에 들어가 증식함으로써 감염이 이뤄진다.

보통 흉부 X선 검사에서 결핵이 의심되는 소견이 보이면 가래를 이용해 현미경 검사와 균 배양 검사, 유전자 검사로 진단한다.

결핵은 대부분 약물로 치료하지만, 증상이 심하면 수술이 필요할 수도 있다. 치료 기간은 환자의 상태에 따라 6개월에서 12개월가량이 소요된다.

약물치료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치료제를 잠시 결핵균이 활동하는 이른 아침에 일어나자 마자 '규칙적으로, 정해진 기간에' 복용하는 것이다.

결핵 치료제를 불규칙하게 복용하면 결핵균이 약에 반응하지 않는 다제내성결핵으로 악화해 치료 성공률이 50~60%로 떨어지고 사망 위험 역시 커진다.

다제내성결핵의 경우 치료 기간만 2년 가까이 소요된다.

결핵 발생의 위험 요인으로는 고령, 남성, 흡연, 영양실조, 만성폐쇄성폐질환(COPD), 만성 신부전, 악성 종양, 인간 면역 결핍 바이러스(HIV) 감염, 자가면역 질환 등이 꼽힌다.

이런 경우 '활동성 결핵'으로 진행될 위험은 최대 20배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잠복결핵의 위험성은 평소에 전혀 문제가 없더라도 면역력이 약해지면 언제든 결핵이 발병할 수 있다는 점에 있다. 통계상 잠복결핵 감염자에서 환자가 되는 비율은 약 10% 정도로, 그중 절반은 1~2년 안에 발병하고, 나머지는 평생 중 언제든 면역력이 감소하는 때에 발병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당뇨병 등 기저질환이 있는 경우 발병률이 높아지기 때문에 빠르고 정확한 검사를 통해 잠복결핵을 발견하고 조기에 치료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치료 성공률이 50% 정도에 불과해 치료 효율이 낮고, 치료에 사용되는 2차 약제는 1차 약제에 비해 부작용이 많다. 치료 기간도 18~24개월로 길어 비용 부담이 크다.

광범위 약제내성결핵은 다제내성 결핵 중 플루오로퀴놀론 계열 항생제 중 적어도 한 가지와 항결핵 주사제 중 적어도 한 가지 이상 동시에 내성을 보이는 경우다. 치료가 훨씬 어렵고 사망 가능성도 높다.

전문가들은 다제내성 결핵 치료 성공률을 높이기 위해 보다 빨리 진단할 수 있는 진단 체계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국내 다제내성결핵, 광범위 약제내성결핵의 발생률 및 치료 성공률은 아직 선진국 수준에 못 미친다.

2019년 기준 국내 다제내성 결핵 환자 발생률은 전 세계 4위다.

2012년 1212명 이후 꾸준한 감소세를 보이지만 2017~2019년까지도 500~600명대 환자수를 기록하고 있다. 치료성공률은 2017년 64.7%를 기록했지만 70~80%에 달하는 선진국에 비해 여전히 낮은 수준이다. 또 광범위 약제내성결핵은 국내 전체 결핵 환자 중 약 5%로 추정된다.

아직 국내에는 광범위 약제내성결핵 치료 효과가 확인된 약물 수가 매우 적은 실정이다. 새로운 치료 옵션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50년 만에 허가된 새 광범위 약제내성 결핵 신약

이런 가운데 2021년 10월, 50년 만에 새로운 광범위 약제내성 폐결핵 치료제가 허가받아 국내 출시가 임박했다.

비아트리스 코리아의 프레토마니드(제품명 도브프렐라)는 베다퀼린과 리네졸리드와의 3종 병용요법으로 쓸 수 있도록 허가받았다.

광범위 약제내성 폐결핵 치료 목적으로 승인된 유일한 치료제다. 임상시험 결과 이 약은 6개월 만에 다제내성결핵 환자군에서 92%, 광범위 약제내성 폐결핵 환자군에서 89%의 치료 효과를 보였다.

기존 18~24개월에 달하는 치료기간을 6개월로 단축시키며 새로운 치료 가능성을 제시했다.

프레토마니드는 많은 약제 수로 인한 부작용 위험을 낮추고 복약순응도를 높일 수 있다. 3종 병용요법은 집중치료기에 최소 4개 이상의 약제 투여를 권고하는 치료지침 대비 적은 약제 수로, 6개월 치료 시 광범위약제내성 결핵 환자의 약 90%에서 완치된 데이터를 보여줬다. 이상반응은 모든 피험자에게서 나타났다. 19명(17.4%)에서 심각한 이상반응이 나타났고 이 중 6명은 투약 중 사망했다.

결핵균은 매우 천천히 증식하면서 우리 몸의 영양분을 소모하고 조직과 장기를 파괴한다.

때문에 결핵을 앓는 환자의 상당수는 기운이 없고 입맛이 없어지며 체중이 감소하는 증상이 나타난다. 미열이 있거나 잠잘 때 식은땀을 흘리기도 한다.

결핵균이 침범한 장기에 따라서도 증상이 구별된다.

신장 결핵이면 혈뇨와 배뇨 곤란, 빈뇨 등의 방광염 증상이 나타나고, 척추 결핵이면 허리에 통증을 느낄 수 있다. 결핵성 뇌막염이면 두통과 구토 등의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가장 흔한 폐결핵의 경우 기침과 객담 등의 증상이 흔하지만, 무증상도 많은 편이다.

결핵 중 가장 위험한 것은 결핵성 수막염과 급성 속립성(혹은 좁쌀) 결핵이다.

최근 연구에서 결핵이 치매 발병 위험도 높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결핵이 치료 후 생존자의 미래 건강에도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한양대병원·삼성서울병원·서울대병원·한림대병원 공동 연구팀이 국제학술지 '감염·공중보건'(Journal of infection and public health) 최신호에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국내 50세 이상 결핵 환자(5만182명)와 같은 수의 건강한 대조군을 대상으로 평균 3.5년을 추적 관찰한 결과, 알츠하이머 치매 발병 위험이 결핵 환자에게서 11%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혈관성 치매는 결핵과 더 큰 연관성이 관찰됐다. 연구팀은 결핵 환자의 혈관성 치매 발병 위험이 대조군에 견줘 48% 높은 것으로 추산했다. 특히 결핵 중에서도 중추신경계 결핵인 경우 혈관성 치매에 걸릴 위험은 대조군의 330%에 달했다.

연구팀은 결핵에서 비롯된 전신 염증이 알츠하이머 발생과 관련된 아밀로이드 베타 단백질의 침착과 뇌혈관질환 발생에 관여하는 것으로 추정했다.

재미난 연구결과중 결핵 발생률과 식사 전 손 씻기의 상관계수는 –0.17이었다.

화장실 사용 후 손 씻기는 –0.58, 외출 후 손 씻기는 –0.41, 비누나 손 세정제로 손 씻기는 -0.64의 상관계수를 기록했다.

손 씻기와 결핵 사망률 사이에도 이와 비슷한 연관성이 관찰됐다. 식사 전, 화장실 사용 후, 외출 후, 비누나 손 세정제를 이용한 손 세척과 결핵 사망률의 상관계수는 각각 -0.12, -0.50, -0.41, -0.61이었다.

예컨대 손 세척을 많이 하는 사람일수록 호흡기 위생이나 기침 예절의 준수 수준이 높고, 공공장소 내 마스크 착용과도 관련이 있었다는 것이다.

결핵 환자와 접촉한 가족이나 주변인은 결핵균에 감염될 위험이 높은 만큼 호흡기 증상이 있다면 진단 전까지 항상 마스크를 착용해 결핵균이 공기 중에 퍼져나가지 않도록 해야 한다.

만약 전염력이 있는 결핵 환자와 밀접 접촉을 했다면 증상이 없더라도 보건소 등 가까운 의료기관을 찾아 무료로 검사를 받는 게 바람직하다.

게으른 결핵치료가 결핵 후진국을 만들고 있다.

결핵균은 새벽에 활동한다.

아침 일찍 약을 의사 처방대로 먹기만 하면 낫는 병이다.

약을 먹었다 안먹었다 하다 보면 결핵 치료가 안된다.

잠복결핵 예방수칙 5가지

1. 꾸준한 운동과 균형 있는 영양 섭취

2. 2주 이상 기침·가래 지속되면 의료기관 방문

3. 결핵 환자와 접촉 시 증상여부 상관없이 검사

4. 기침, 재채기할 때 손이 아닌 휴지나 옷소매 위쪽으로 입과 코 가리기

5. 기침이나 재채기 후 흐르는 물에 비누로 30초 이상 손 씻기

저작권자 © 청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