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세종=청주일보】김흥순 = 추분은 낮과 밤의 길이가 거의 같다. 영어 equinox는 equi - 같다, nox - 밤. 그러니까 낮고 밤이 같다는 뜻이다.

이날을 계절의 분기점으로 의식한다. 추분이 지나면 점차 밤이 길어지기 때문에 여름이 가고 가을이 왔음을 실감하게 된다.

종교적으로 천주교에서는 어둠이 짙어져 간다. 그러다 어둠을 깨는 빛이 12월 25일 예수 그리스도 탄생이 나타난다. 다시 빛이 어둠을 이기는 시기다.

불교에서는 춘분을 전후한 7일간을 ‘봄의 피안(彼岸)’이라 하여 극락왕생의 시기로 본다는 담론이 있으나 이는 일본의 풍습이다.

조상의 영혼을 산신으로 모셔 춘분에 맞이하고 추분에 배웅하는 일본 전통의식이 불교와 결합한 것이다.

추분은 ‘가을의 피안’이라 하여 조상공양 법회를 열거나 성묘를 가기도 한다. 따라서 봄이 무르익는 춘분에 부여된 불교적 의미가 시기적으로 적절할 수 있어도 일본에 뿌리를 둔 것임을 알 필요는 있다.

인도의 날씨와 책력은 우리와 달라 부처님 당시를 유추하기 힘들지만, 우리의 관점에서 보자면 가장 찬란한 계절에 열반하신 셈이다.

춘분에 초점을 둔 7일간이 아니라, 부처님의 출가에서 열반에 이르는 8일간 복회를 베풀었던 신라인들의 불심 또한 찬란하다.

옛날 중국에서는 추분기간을 5일을 1후(一候)로 하여 3후로 구분하였는데, ① 우레소리가 비로소 그치게 되고, ② 동면할 벌레가 흙으로 창을 막으며, ③ 땅 위의 물이 마르기 시작한다고 하였다

추분춘분은 모두 밤낮의 길이가 같은 시기지만 기온을 비교해보면 추분이 약 10도 정도가 높다. 이는 여름의 더위가 아직 남아 있기 때문이다.

추분에는 벼락이 사라지고 벌레는 땅속으로 숨고 물이 마르기 시작한다. 또 태풍이 부는 때이기도 하다.

추분을 즈음해 농촌도 무지 바빠진다.

논밭의 곡식을 거두어들이고 목화를 따고 고추도 따서 말리며 그 밖에도 잡다한 가을걷이 일이 있다.

호박고지, 박고지, 깻잎, 고구마순도 이맘때 거두고 산채를 말려 묵나물을 준비하기도 한다. 뿐만 아니라 추분에는 국가에서 수명장수를 기원하는 노인성제(老人星祭)를 지냈다.

우리나라에서는 고려시대 때부터 시행되었으며, 조선시대에는 소사(小祀)로 사전(祀典)에 등재되었다.

추분에 부는 바람을 보고 이듬해 농사를 점치는 풍속이 있다. 이날 건조한 바람이 불면 다음해 대풍이 든다고 생각한다.

만약 추분이 사일(社日) 앞에 있으면 쌀이 귀하고 뒤에 있으면 풍년이 든다고 생각한다.

바람이 건방이나 손방에서 불어오면 다음해에 큰 바람이 있고 감방에서 불어오면 겨울이 몹시 춥다고 생각한다.

또 작은 비가 내리면 길하고 낭이 개면 흉년이라고 믿는다

저작권자 © 청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