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세종=청주일보】김흥순 = (1)다수결이 정의나 올바름이 아니다.
(2)다수가 소수를 미워하거나 차별할 자유는 없다
(3)다수결 민주주의가 최선은 아니다

EBS <다큐 프라임> ‘민주주의’는 다음과 같은 소개로 시작한다.

"민주주의는 평범한 시민들을 위해 고안된 인류의 지혜이다. 민주주의는 아테네의 시민주권 전통에서 출발해 근대 민주공화국 건국, 보통선거권 쟁취, 시민권 확대를 거치면서 인류의 보편적 원리가 되었다. 하지만 불평등이 보편적 흐름이 되면서 시민들은 생존을 위협받게 되었다.

그런데 이를 제어할 민주주의는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고 있다. 왜 이런 일이 발생하게 되었을까?"

"이 다큐멘터리 시리즈는 ‘시민주권’, ‘갈등’, ‘민주주의의 우선성’, ‘기업 민주주의’, ‘민주주의의 미래’라는 5가지 주제로 구성되어 있으며 아테네부터 현재까지 다양한 역사적 사실과 정치학, 경제학의 대표적인 연구 성과를 토대로, ‘불평등을 넘을 수 있는 유일한 희망’으로써 민주주의의 가치를 재해석하고자 한다. 또한 세계적인 석학들의 인터뷰를 통해 민주주의의 전통을 회복하는 방안을 모색한다."

"1부 시민의 권력 의지"
‘정치에 대한 가장 널리 알려진 정의’
(1) “정치는 자원의 권위적 배분이다.”(데이비드 이스턴)
‘민주주의의 가장 널리 알려진 정의’
(2) “민주주의는 시민에 의한 정치이다.”
‘정치’와 ‘민주주의’의 정의를 합치면
(3) “민주주의는 시민에 의한 자원의 권위적 배분이다.”
‘정치’와 ‘민주주의’의 정의를 합치면
(4) “민주주의는 자원 배분에 대한 시민 권력이다.”

뢍영주 부산외대 외교학과 교수-국제신문 [세상읽기] 민주주의의 위기
민주주의를 다수결 또는 선거라고 대답하는 사람들을 탓할 수는 없다.

실제로 우리 사회는 '과연 민주주의의 본질이 무엇일까'에 대한 정교한 고민을 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

이는, 1987년 이후 우리 사회가 민주주의를 성공적으로 쟁취했다는 자부심에서 비롯됐을 가능성이 크다. 약 18년에 걸친 한 사람에 의한 폭압적 통치, 그의 사후에 이어진 또 다른 군 출신의 7년간의 억압적 통치로부터 심각한 폭력의 변곡점 없이 오롯이 시민과 학생들의 힘에 의해 쟁취된 민주주의를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할 것이다.

문제는 이러한 제도와 형식으로 민주주의가 현재에도 충분조건으로서 작동할 수 있는가의 여부이다. 현재 우리의 민주주의가 1987년 당시 많은 시민과 학생들이 열정적으로 고민한 민주주의의 본질과 등치(等値)될 수 있는가에 대한 성찰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물론, 민주주의 실행과정에서 다수결과 선거를 빼놓을 수 없다.

정치학 교과서에 나오는 것처럼 다양한 이견을 비교적 합리적이면서 효과적으로 조정할 수 있는 다수결은 민주주의의 중요한 제도적 장치라 할 수 있다.

1987년 당시 직선제로 대통령을 뽑자는 것도 국민 다수의 의견, 말하자면 다수결을 무시한 이전 헌법을 극복하기 위한 노력이었다. 즉, 다수를 무시하는 제도(독재)의 타파를 요구한 것이다. 선거 또한 민주주의에서 필수불가결한 장치이다.

자신의 이익과 의견을 대변해주는 정치가를 선거로 선출하는 것은 이른바 직접 민주주의가 거의 불가능한 현재의 상황 속에서 대의제 민주주의를 실현시키는 중요한 도구로 작동한다. 소수의 횡포(전제군주, 귀족, 일부 특권층)를 극복하고 다수(국민)에 의한 통치로의 이행에서 다수결 제도와 선거는 민주주의의 핵심으로 기능했다는 이야기다.

하지만 다수결과 선거로 민주주의를 한정시키는 것은 인간이 만들어 온 (불완전하지만) 최고의 정치제도로써 민주주의의 의미를 오히려 훼손하는 행위다.

실제로 민주주의는 형식과 제도로서 환원되지 않은 대중의 정치적 희망과 열망을 담고 있어야 한다. 이는 자신과 관련되는 일에 자발적인 참여와 결정권을 가지는 것을 의미한다.

민주주의는 자신의 의견과 이해를 반영시키기 위하여 많은 대중이 자유롭고 이성적인 대화와 토론, 합의를 해 나가는 과정이며 이를 통해 민주주의는 그 정당성을 확보한다. 물론 이를 통해 다수결과 선거로 결정되는 제도와 형식으로서의 민주주의가 갖는 단점도 보완될 수 있다. 이른바 숙의 또는 심의 민주주의 입장에서의 주장이다.

우리가 좀 더 높은 수준의 민주주의를 누리려면 정치가들의 고민이 전혀 다른 곳에 놓여져야 할 것 같다. 우리에게는 머리를 맞대고 해결해야 될 심각한 사회적 문제가 많다.

그렇지 않아도 타고난 민족주의자가 넘치는 이 사회에서 자랑스러운 대한민국 사람을 만드는 국정교과서 문제는 문제도 아니다. 정치가들의 고민은 오도된 국민들의 이해 또는 이익이 아니라 진실된 정치적 희망과 열망을 만드는 다양한 층위에 집중되어야 할 것이다.

현 시점에서 정치가들은 청년실업의 질곡, 비인간적인 비정규직, 절망의 노인빈곤, 경쟁패러다임 우선의 교육 등 우리 사회가 시급히 해결해야 할 문제를 국민들과 함께 고민하고 토론하는 장을 만들어 내는 것이 최우선 임무일 듯하다. 이것이 민주주의의 본질을 실현하면서도 정치의 원래 작동을 다잡는 길이다. 그렇게 되면 대통령이 애써 '복면시위'를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상황이 올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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