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세종=청주일보】김흥순 = 키친 캐비넷은 미국식 정치문화다. 한국에서 미국은 최고로 통한다. 보통 미국것 미국식이라면 정통으로 친다. 그런데 국민들이 모르는 것이 있다.

짝퉁 미국식, 미국형 사이비 등이 존재한다는 사실이다. 대통령제부터가 그렇다. 게다가 키친 캐비넷(kitchen cabinet) 은 이야기해서 무엇하겠는가? 진짜 미국의 좋은 것은 닮으려 하지 않고 미국의 더러운것 겉모양만 따라하는 것이다.

이게 종미, 숭미주의자들의 한계다.

키친 캐비넷(kitchen cabinet)은 대통령의 식사에 초청받아 담소를 나눌 수 있을 정도로 격의 없는 지인들을 말한다. 참여정부 시절 노무현 대통령을 가까이에서 수행했던 윤태영 전 청와대 대변인의 책 '대통령의 말하기'에 보면, 당시의 이른바 '식사 정치' 논란과 관련된 일화를 소개하고 있다.

2004년 1월 신년 기자회견 도중 정치인들을 자주 청와대 관저에 초대, 저녁식사를 함께하는 것에 대한 비판적인 여론이 많다는 질문을 받은 것. 이에 노 전 대통령은 미국 제7대 대통령 앤드루 잭슨 때 비롯된 '키친 캐비닛(Kitchen Cabinet)'이란 용어를 인용하며 식사 정치의 유용성을 역설했다고 한다.

'키친 캐비닛'은 우리말로 '부엌 내각' '주방 내각' '식탁 내각'쯤이 되겠다.

대통령이 백악관에만 갇혀 살다보면 일반 국민들의 여론이나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를 제대로 들을 수 없기 때문에, 이해관계가 없는 사람들을 초청해서 식탁에 둘러앉아 식사를 하고 차를 마시 듯 편안한 분위기 속에서 허심탄회하고 격의 없는 대화를 나누는 것이다.

키친 캐비닛은 대통령과 어떠한 사적 이해나 정치 관계로 얽혀 있지 않아 여론을 전달하는 통로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 행정부 안에서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하는 실력자들과는 구분돼야 한다.

이들은 식당 안에서는 직위가 아니라 서로를 퍼스트 네임으로 부르며, 대화나 토의 역시 수평적인 관계에서 이루어지기 때문에 대통령은 이들로부터 국민여론이나 자신의 국정운영 스타일에 대한 충고를 들을 수 있다.

나아가 측근들에 둘러싸여 자신이 잘못된 방향으로 나아가는 것을 바로잡을 수도 있어 자주 이런 모임을 갖는다. 물론 식당을 나서는 순간부터는 다시 각자의 위치로 돌아간다.

2001년 6월 부시(George Walker Bush) 미국 대통령이 키친 캐비닛 명단을 처음으로 공개하기도 하였는데, 흔히 높은 지위에 있는 사람과 격의 없이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지인들로 의미를 확대하여 사용하기도 한다.

박근혜 대통령측이 헌재에 낸 답변서에 최순실과의 만남을 ‘키친 캐비넷’으로 표현한 사실이 알려지면서부터다. SNS 등에는 비아냥이 넘쳐 흐른다.

대통령과 최순실의 만남은 사적 이익과 사적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이 주를 이뤘고, 국민여론에 대한 눈과 귀를 가리는 것이 주요 기능이었다. 국정운영을 걱정하기 보다는 개인의 욕심을 채우기 위한 도둑질과 강탈, 그리고 공갈과 협박 등의 모의가 주로 이뤄졌다는 비난을 피하기 어렵다. 검찰 수사와 청문회를 앞두고 조직적인 증거인멸에 나서고 말 맞추기를 시도한 것 등이 바로 그 증거다.

사람들은 ‘키친 캐비넷’을 ‘치킨 케이지(chicken cage)’로 잘못 이해했다.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로 2000만 마리의 가금류를 살처분하고도, 아직 그 끝을 모르는 정책의 대실패에 대한 해명과 대책을 기대했다.

닭장을 잘못 관리해서 AI가 이 꼴이 됐으니 앞으로는 닭장 관리를 잘하고 방역에 철저를 기하겠다는 뜻인 줄 알았다.

검찰수사와 청문회를 통해서 이미 상당부분이 범죄행위로 명백히 드러났는데도 이를 선의로 포장하고 주장하는 것은 궤변이자 후안무치이다.

그런데도 대통령 변호인단이 국민의 정서를 배신하면서까지 언어를 혼탁시키는 이유는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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