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세종=청주일보】김흥순 = 아돌프 히틀러가 대중 민주주의가 낳은 괴물이었다면, 문화 대혁명은 급진적인 참여 민주주의가 낳은 괴물이었다.

데모크라시는 사상이고 제도다. 그 자체로서 선악이 아니다. 일각에서 절대악이라고 주장하는 독재도 마찬가지다. 필요할 때에는 선이 될 수도 있다. 그것을 필요악이라고 한다.

다른 철학이나 이데올로기도 그렇다. 선도 악도 될 수 있다. 모든 것은 그것을 운용하는 인간에게 달려있다.

우리는 데모크라시라는 외국의 사상과 제도를 민주주의라는 이름으로 받아들였다. 한국 현대 민주주의의 역사는 불과 70여년에 불과하다. 서양의 데모크라시가 고대 그리스에서 태동하여 남녀가 모두 선거권을 가지게 된 20세기에 이르러 현대적 형태를 갖춘 수천 년의 긴 역사를 가진데 비하면, 이제 걸음마하는 아기다.

현대적 시스템은 성숙한 서구의 제도를 들여와 모방하고 있다. 이제는 디지털 민주주의까지 외친다. 문제는 그 철학과 정신이다. 여전히 미숙아 수준이다.

민주주의는 국민의 투표로 리더를 선출하고, 국민의 자유와 복리를 증진시키는 방법으로 240년 전인 1776년에 미국이 영국에서 독립하면서 사상 처음으로 절대군주국에서 벗어나 대의제를 기초로 한 삼권분립을 바탕으로 한 민주주의 국가를 탄생시키며 시작된 후, 발전돼 왔다.

민주주의와 민주제도는 다르다.

그런데 민주주의의 핵심인 국민의 투표로 유능한 리더를 선출할 수 있으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아 민주주의의 한계가 드러나고 있다.

일찍이 영국 윈스턴 처칠도 민주주의는 가장 덜 나쁜 제도일 뿐이라고 했다. 민주주의는 대중의 투표로 리더를 선출하는 제도이기 때문에 포퓰리즘으로 실력이 없는 사람이 선출되기도 하고, 유능한 지도자가 선거에서 밀려나는 모순이 나타나고 있다.

독일에 히틀러가 있다면 필리핀에는 자신이 있다는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이 선거로 당선됐고, 정치는 해본 적이 없고 몰상식한 막말로 유명한 트럼프가 선거로 당선됐다.

1937년 4월, 히틀러는 한 연설에서, 민주주의의 본질에 관한 연설에서 단일한 의지로 통합된 사회에서는 오직 하나의 정당만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우리는 다른 무엇보다 반대파를 용납할 수 없다. 반대파는 틀림없이 언제나 분열만을 초래할 것이기 때문이다."

히틀러는 누구나 발언권을 가지고 있지만 아무것도 결정하지 못하는 다당제의 의회민주주의는 사회적 소요와 분열만을 초래할 뿐이고, 반면 단 한 사람이 독일 국민 전체의 확고하고 비타협적인 지도자로 등장하는 독일적 민주주의는 다음과 같은 장점을 가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내가 보기에 그것이 가장 아름답고 가장 독일적인 민주주의다. 평범한 사람이라도, 최고의 능력을 가지고 있다면, 출신이나 태생에 상관없이 최고위직에 오를 수 있다는 깨달음보다 한 국민에게 더 아름다운 일이 있겠는가?"

- 이상의 히틀러의 연설 중에서, 마지막 발언이 주목할 만 하다.

이러한, 출생이나 태생에 상관없이, 재능있는 자가 공직에 오를 수 있다는 원리는 적어도 원리적으로, 히틀러가 기회의 균등 이라는 프랑스 혁명이 제기한 원칙을 가지고 있던,귀족주의 정치에 반대하는 근대적 공화주의자 였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 본다.

실제로, 나치 등장 이전까지 아우슈비츠 수용소장 루돌프 회스 같은 사회적 계급적 배경을 가진 사람이 국가 고위직에 오르는 것은 불가능했던 것으로 보인다.

즉, 히틀러의 제3제국 이전까지, 공직은 전통적인 귀족이 독식하던 분야로,히틀러의 나치즘은 바로 이전까지 공직에의 접근에, 원천적으로 제한을 당한 계급에게 새로운 신분상승의 전망을 열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것이 바로 나치 체제가 가진 대중적 지지의 힘이라고 본다.

저작권자 © 청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