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세종=청주일보】김흥순 = (1)AI는 물백신 논란
(2)AI보다 공기전파 빠른 구제역, '소, 돼지'도 빨간불?

지난해 11월 16일 발생이 확인된 고병원성 조류독감(AI)으로 인해 최근까지 살처분된 가금류는 2천600만 마리가 넘는다. 피해는 닭·오리 등 가금류에만 한정되지 않는다.

순천만 습지의 야생조류, 서울대공원의 천연기념물 조류도 피해를 당했다. 최근엔 한강 성동지대 앞 도선장에서 폐사한 뿔논병아리도 AI로 확진됐다. AI 피해는 실로 엄청났다.

닭·오리농가는 초토화됐고 닭·오리고기는 외면당했다. 달걀 값도 대폭 상승해 외국에서 수입하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그런데 이번에 구제역까지 발생했다

물백신 논란
구제역이 발생한 충북 보은군의 젖소농장에서 백신 접종을 이미 한 사실이 확인됐다. ‘물 백신’ 논란이 다시 제기될 조짐이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이번에 구제역이 발생한 젖소농장에서 지난해 10월 15일 백신 접종을 한 기록을 확인했다.

이 농장에선 195마리 젖소를 키우고 있었다. 살처분 과정에서 검역 당국이 20마리를 조사한 결과 4~5마리에서만 항체가 형성된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검역 당국은 백신 접종 과정에 어떤 문제가 있었는지 역학 조사 중이다.

농식품부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기준 정상적인 백신 접종에 따른 소의 항체 형성률은 평균 97.5%다. 해당 백신이 효과가 없는 ‘물 백신’인지, 냉장 보관을 제대로 안 하는 등 접종 과정에 문제가 있었는지 등 정확한 원인은 정부의 역학 조사 결과가 나와야 알 수 있다.

2월 5일 보은군 마로면 젖소농장 신고, 농림축산검역본부 정밀 조사 결과 O형 구제역으로 확진

2016년 3월 29일 충남 홍성군에서 발생한 이후 잠잠했던 구제역이 10개월여 만에 재발
이번에 검출된 O형 구제역은 이전에도 한국에서 발병했던 유형이다.

소는 물론 돼지, 염소, 양 등 가축이 공기로도 쉽게 감염될 만큼 전파력이 강하고 폐사율도 높다. 발병 시 농가에 끼치는 피해가 커서 정부는 조류인플루엔자(AI)와 함께 구제역도 제1종 가축전염병으로 지정하고 있다.
정부는 O형 구제역에 대한 백신 접종은 이미 시행하고 있다.

농식품부는 현재 소 200만 마리, 돼지 1320만 마리를 한꺼번에 접종할 수 있는 양의 재고를 갖고 있다며 긴급 추가 접종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사전에 백신을 접종한 농가에서도 구제역이 발생하며 경계감을 키웠다. 구제역을 제대로 막아내지 못하는 ‘물 백신’ 논란이 재연될 상황이다.

2012년 농식품부 조사에서 구제역 대확산 때 일부 수입 백신이 제 효과를 내지 못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당시 효과가 미약한 구제역 백신 구입에 들어간 정부 예산이 200억원에 달하면서 논란을 키웠다. 문제가 된 수입 백신의 항체 형성률은 돼지를 기준으로 26%에 불과했다.

병체가 발생할 때마다 정부는 백신 접종 등 방역을 강화한다고 발표했지만 이를 비웃듯이 올해 또 다시 발생했다.
방역에 실패한 것이다.

지난번 구제역 사태 때는 이른바 ‘물백신’ 논란이 벌어졌다. 국내 모든 소와 돼지를 대상으로 백신접종을 했는데, 항체 형성률이 50% 이하였던 것이다. 이에 정부는 2015년 7월 구제역 전국 확산방지를 위해 권역별 방역관리 제도를 도입하는 내용의 구제역 방역체계 개편 방안을 마련했다.

방역관리 우수 농가 인센티브를 제공, 소독시설 미설치, 백신접종 위반 농가 과태료 대폭 증액도 포함됐다. 자체 방역 프로그램을 마련, 정기 예찰과 교육을 확대 실시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럼에도 이번에 구제역 확진 판정을 받은 해당 농장의 백신 항체 형성률이 20%밖에 되지 않았다는 것은 확실히 문제가 있다. 방역 당국은 백신 접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을 가능성이 있거나 백신 접종을 했더라도 보관상의 문제가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어쨌거나 방역에 구멍이 뚫린 것은 분명하다. 정부는 AI 발생 후 한심한 대처능력을 보였다. 늑장대응에 구태의연하고 소극적인 방역방식으로 피해가 늘었다.

신속·적절한 초기 대응으로 피해 확산을 막았던 일본과 비교됐다. 구제역이 더 확산되지 않도록 모든 노력을 기울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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