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세종=청주일보】김흥순 = 지방 도시 20개 축소도시 -국토연 보고서

(1)김제·태백·상주시 등 8곳 40년새 인구 반토막
(2)시(市) 같지 않은 도시들
(3)태백, 36년새 12만명→4만6천명
(4)경상도의 한축 상주, 영화 보려면 구미로 가야
(5)선거구도 상주.의성.군위.청송 국회의원 선거구로
(6)농촌 대ㅐ표성 없어
(7)재정 자립도 15%도 안돼는 지방도시 5곳
(8)일자리 사라지면서 세수(稅收)도 급감 "인구 감소 맞춘 도시계획 짜야"
(9)현행법상 도시 기준 이하로 떨어질 경우 도시 지위 박탈하는 규정 없어
(10)악순환 계속

4만6715명. 2015년 인구 총조사 결과 강원도 태백시는 '인구 5만명 선'이 무너졌다. 5년 전(5만1558명)보다 4800여명 줄었고, 가구 수(1만9303가구) 역시 2만 가구 아래로 떨어져 '도시'라는 타이틀이 무색해졌다.

태백이 시(市)로 승격한 1981년엔 석탄산업 등의 호황으로 인구가 12만명에 육박했다. 시가 되려면 인구 5만명 이상의 읍(邑)이 있거나 전체 인구가 15만명이 넘어야 한다.

지역 경제도 급격히 위축, 태백시 자체 수입(지방세 및 세외 수입)은 2005년 952억원에서 2015년 671억원으로 10년 사이 30%나 줄었다.

경북 상주시 종합버스터미널 건물 2~4층은 8년째 텅 비어 있다.

상주에서 가장 유동 인구가 많은 곳이지만, 2009년 말 대형 마트 '홈에버'가 영업 부진으로 폐점한 뒤 어떤 업체도 들어오지 않고 있다.

◇축소 도시 20곳. 인구·세금 반토막

심각한 인구 감소에 신음하는 '축소 도시(shrinking city)'가 늘고 있다. 농어촌 지역에서 나타나던 급격한 고령화와 빈집 증가에 따른 슬럼화 현상이 지방 중소도시로 빠르게 확산하면서 도시 기준에도 미달하는 도시가 속출하는 것이다

국토연구원은 최근 발표한 연구보고서에서 20개 지방 중소도시를 축소 도시로 판정했다.

지역별로 경북이 경주·김천·안동·영주·영천·상주·문경시 등 7곳으로 가장 많았고, 전북은 익산·정읍·남원·김제시 등 4곳이다. 충남(공주·보령·논산시)과 강원(동해·태백·삼척시)에 각각 3곳씩, 전남은 여수·나주시 2곳, 경남에선 밀양시 1곳이었다.

특히 태백·김제·상주·문경 등 8곳은 인구가 40년 전의 절반 이하로 줄었다. 인구 감소와 일자리 부족으로 세수(稅收)가 급감하면서 20개 축소 도시 모두 재정 자립도(2015년 기준)가 30%에 못 미쳤다.

국토연구원은 "정읍·남원·김제·안동·상주 등 5곳은 재정 자립도가 15% 미만"이라고 밝혔다.

인구가 급감한 도시에서는 필연적으로 빈집 문제가 발생한다. 경북 영주(9%)를 뺀 19곳은 전체 주택 중 빈집이 차지하는 비율이 10%를 넘어 전국 평균(6.5%)을 훌쩍 웃돌았다.


◇일본 도시기능 밀집된 '콤팩트 시티' 조성

일본 정부는 현재 거주 지역의 20%가 2050년엔 사람이 전혀 살지 않을 것으로 추산하고 주거·상업·의료·복지 등 필수 도시 기능을 거점 지역으로 모으는 '콤팩트 시티(compact city)' 조성에 공을 들이고 있다.

일본 도야마현 도야마시는 도심과 대학·병원·공항 등 주요 시설을 잇는 철도와 트램(노면 전차)을 설치하고서 이를 중심으로 관공서와 학교 등을 재배치했다. 도심 내 임대주택으로 전입하는 가구엔 10만엔(약 102만원)을 지원했다. 이 결과 도야마시 도심지 인구 비율은 2005년 28%에서 2014년 32%로 늘었다.

반면 한국은 인구가 감소하는 상당수 도시가 여전히 미래에도 인구가 늘 것이란 전제하에 대규모 개발 사업을 벌이고 있다. 구형수 국토연구원 박사는 "줄어든 인구에 맞게 공공 서비스 시설을 재배치하고, 빈집을 포함한 유휴 부동산을 정비·활용하는 체계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축소 도시(shrinking city)

1988년 독일에서 처음 등장한 용어로 지속적이고 심각한 인구 손실로 유휴·방치 부동산이 증가하는 도시를 가리킨다. 국토연구원은 최근 연구에서 1995~2005년과 2005~2015년 두 기간 연속으로 인구가 줄거나 최근 40년 동안 정점(頂點) 대비 25% 이상 인구가 감소한 국내 도시 20곳을 축소 도시로 분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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