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지방선거, 기선 잡기로 커지는 당 대 당 소모전 과열

▲ 【충북·세종=청주일보】 지난달 24일 외유 발생 엿새만에 김양희 도의장이 김인수 엄재창 한국당 소속 도의원들과 충북도청 기자회견후 머리를 숙이며 사과하고 있다.

【충북·세종=청주일보】김정수 기자 = 내년 6·13 지방선거의 최대 변수를 태동한 지난달 16일의 집중호우는 보름 만에 청주에 내릴 1년 치 강수량에 가까운 비를 쏟아 부어 청주지역과 괴산 증평 보은 지역 일부를 초토화했다.

평소 물 관리에 별다른 주의를 기울이지 않았던 관공서와 댐 관리들은 초유의 사태에 당황스러운 대응이 속출했고 초기에는 이로 인해 주민의 원성이 있었다.

폭발직전의 주민은 수해로 피해를 입은 18일 유럽으로 외유를 떠난 도의원들의 행보가 포착되자 일제히 비난을 퍼붓기 시작했다.

이에 반발한 김학철 도의원의 편향된 측 의견을 드러내는 레밍신드롬이 터지자 모든 집중호우의 원인처럼 전 자유한국당의 김학철,박한범,박봉순의원과 도의원직 사퇴를 표명한 최병윤 의원에게 무차별 포격이 가해졌다.

이런 틈새에서 괴산댐을 관리하던 A 모 소장이 업무에 의한 부담과 압박감을 이기지 못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일이 발생하자 자연재해로 인한 수마를 제대로 다스리지 못한 희생양을 찾던 여론도 한몫한 것으로 치부되고 있다.

이역시 여론몰이의 다소 무리는 있지만 레밍신드롬의 근간으로 지적하는 소수 의견도 있다.

▲ 【충북·세종=청주일보】 지난달 23일 도청이 생긴이래 처음으로 새벽 00시 20분에 가진 기자회견에서 사죄의 인사를 올리고 있는 김학철 도의원(왼쪽)과 박한범 의원


괴산댐 소장 자살사건으로 여론은 정신을 차렸지만, 당쟁을 우선시하는 정치관계자들은 내년 지방선거의 해법과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기 위한 공방이 과열되고 있다.

자유한국당은 문제가 된 김학철, 박봉순, 박한범 도의원 등을 제명 조처하는 강수를 뒀고, 이로 인해 도의회 자유한국당의 주류와 비주류의 힘의 균형이 무너져 버렸다.

다수당이 차지하는 도의장선거 당시 10대 10으로 양분돼 있던 주류와 비주류는 보은의 김수백 도의원의 탈당으로 주류 10대 비주류 9로 양분돼 있었다.

3명 의원의 제명으로 주류 7대 비주류 9로 역전이 돼 향후 도의회 운영이 곤란을 겪을 것으로 보이며, 자천타천으로 청주시장에 출마하려는 김양희 현 도 의장의 입지가 좁아졌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특히, 일각에서는 도의원들과 동행해 외유를 다녀온 충북도 공무원의 징계여부와 도의원들의 해외 선전지 견학 결재권을 행사한 충북도의회에도 곱지 않은 시선이 있다.

이번에 당에서 제명된 박한범 의원 역시 옥천군수 유력후보군으로 분류돼 정치적 타격을 입어 상대 후보들이 한결 편안한 마음을 가지고 있다.

청주시 흥덕구 박봉순 도의원 역시 내년 선거구 획정으로 같은 당 임병운 의원과 지역이 충돌돼 고민하던 출마 예상후보 들에 운신의 폭을 넓혀 줬다는 평이 나오고 있다.

이들 3명의 의원은 자유한국당에 당적제명 재심을 요구했지만 현재 분위기로는 받아들여지기 어려운 것으로 정치 관계자들은 예상하고 있다.

우리나라 선거는 속된말로‘남의 불행이 나의 행복’이라는 비아냥거림이 식자층들에 오르내리고 있다.

이번 레밍외유에 더불어민주당으로 유일하게 참가한 최병윤 도의원에게는 최대 불행이지만 자유한국당으로서는 최 의원 덕에 안도의 한숨을 쉬고 있다.

만약이라는 가설하에 최 의원이 레밍외유에 가담하지 않고 자유한국당의원만 참석했다면 충북과 전국에 있는 시민단체들이 전부 들고 일어났을 거라는 우스갯소리도 있다.

▲ 【충북·세종=청주일보】지난달 27일 더불어민주당 최병윤 도의원이 사퇴 기자회견후 사죄의 인사를 올리고 있다.


최 의원이 자유한국당에 크나큰 은혜를 베푼 셈이다.

단지, 더불어민주당이 청주를 방문한 추미애 대표의원의 모호한 발언과 당직자들의 최 의원에 대한 구제 징후가 곳곳에서 보였다.

이후 최 의원의 의원직 전격 사퇴가 있었지만, 정치관계자들은 더불어민주당의 징계 절차가 미흡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정치 관계자들은 더불어민주당 충북도당이 최소한 최 의원의 당원 자격을 일시적으로 정지시키는 제스처와 함께 최 의원이 자숙하는 의미로 의원직을 사퇴하는 것이 전략상 더 좋았다는 분석이다.

최 의원 역시 음성군수 유력후보로 레밍신드롬에 발목이 잡혀 도의원직을 사퇴하고도 극적인 효과를 보지 못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내년 지방선거의 기 싸움으로 현 의장인 김양희 도 의장의 최 의원 사표 단독처리 불가와 때맞춰 SNS에 게시된 김학철 의원의 심정 글, 더불어민주당의 비난 성명 등이 어우러져 충북 정가는 레밍신드롬 속으로 더 깊숙이 빠져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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