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세종=청주일보】김흥순 = 살아난 태국의 자존심, 무너진 한국의 자존감

디짜이, 뿜짜이
오로지 구조에 집중 하기 위해 강력한 언론 통제

한국처럼 언론의 경마식 보도 설레발 보도 등을 보지 않으니 정말 좋았다.

부러운 생각에 만감이 교차한다.

한국과 태국의 사고 시작은 비슷했지만 조난당한 이들의 책임자가 보인 태도와 구조 과정은 모두 달랐다.

태국의 유소년 축구팀 소년들은 훈련을 마치고 탐험을 위해 동굴 속으로 들어갔다가 비 때문에 불어난 물에 나오지 못했다. 동굴 안에서 소년들을 지도한 이는 축구팀의 엑까뽄 코치였다.

7월 2일 동굴 속 약 5km 지점에서 조난자들의 생존이 처음으로 확인됐을 때, 엑까뽄 코치는 아이들에게 소량의 과자를 나눠 먹도록 하고 동굴에서 떨어지는 물을 받아먹도록 지도했다고 한다. 고인 물이 복통을 유발할까 우려해서다. 엑까뽄 코치는 공복 상태에서 구조를 기다린 셈이다.

엑까뽄 코치는 소년 12명이 모두 동굴을 빠져나오고 가장 늦게 구조됐다. 구조작업이 진행되는 동안에도 엑까뽄 코치는 동굴 밖에서 소년들을 기다리는 가족들에 "죄송하다. 아이들을 책임지고 보살피겠다"는 내용의 편지를 보내기도 했다.

세월호 참사에서 가장 먼저 배를 빠져나온 이들은 이준석 선장을 비롯한 항해사와 기관장 등 선원이었다.

이씨는 1등 항해사 강모씨, 2등 항해사 김모씨, 기관장 박모씨와 함께 참사 당일 속옷 차림으로 해경 함정에 올라타 구조됐다. 배가 기울자 이씨는 선내에 "움직이지 말고 기다리라"는 안내방송을 냈다.

태국의 구조 작업에서는 조난 소년들의 가족을 배려하는 세심함도 엿볼 수 있었다.

9일 비즈니스인사이더에 따르면 구조작업이 시작되고 처음으로 소년 4명이 동굴 밖으로 생환했지만 아이들을 기다리던 부모들은 누가 구조됐는지 알지 못했다.

아직 동굴 안에 있는 9명의 가족이 더 큰 상처를 받을까 염려해서다. 태국 방송사 타이TV에 따르면 구조대 관계자도 "구조 소식이 아직 동굴 안에 남아있는 아이들의 가족에게 영향을 미칠 것을 우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세월호 참사 당시 현장에서 구조활동을 벌였던 황대식 한국해양구조협회 이사는 재난 구조에 나선 정부와 민간 잠수사 및 지휘본부의 대처에서 확연한 차이가 있었다고 분석했다.

황 이사는 "태국 사고에서 정부와 구조대, 지휘단이 차분하고 이성적으로 대처한 부분이 인상적이었다"며 "생존자를 동굴 밖으로 구조하기 위한 공기통 장비와 내부에서의 최소한의 잠수 훈련 등이 병행된 것이 조난자 전원을 구조하는 데 결정적인 도움을 줬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구조 생존자와 희생자의 일거수일투족을 보도하는 언론의 관행에 대해서도 황 이사는 "태국 동굴 사고의 경우 현장을 지켜보는 언론에서도 생존자의 신원을 자세히 밝히지 않는 등 차분하게 대응했다"며 "국내에서는 재난을 보도하는 언론이 앞장서 통곡하는 가족의 모습 등을 여과 없이 내보내 지켜보는 이들의 정서를 불안하게 하는 부분이 있어 아쉽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저작권자 © 청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