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세종=청주일보】김흥순 = 규제가 먼저냐 완화가 먼저냐 -역대 정부의 규제개혁 역사

이명박 정권 -규제 전봇대 뽑기’
박근혜 정권 - ‘손톱 밑 가시 제거’ , 규제 암덩어리 제거
문재인 정권 -붉은 깃발 흔들기

규제는 공무원이 가진 무기중 가장 강력한 무기다. 간섭이다. 민간 통제다. 합법적 참견 수단이다. 그래서 규제는 난공불락 상태고, 권력차원의 단단한 방어력을 가지고, 공무원들의 생명과 관련된 강력한 묵시적 카르텔이다. 관료·국회의원·시민단체들이 얽혀 기득권을 공유하고 향유하는 적폐다.

규제의 반대는 완화, 자율 등이다.


규제를 강화하는 쪽이 좋은 경우도 있고 규제를 없애거나 완화하는 쪽이 좋은 경우도 있다.

일단 규제나 개혁의 우선 순위는 국민이 잘살고 편안하게 사느냐의 여부다.

한국은 재미난 이야기가 있다. 공무원이 관심을 가지면 안되고 관심이 없으면 잘된다는 이야기다.

진념 전 경제부총리가 한 말과 비슷하다. “LPGA 박인비와 한국 선수들, 방탄소년단이 세계를 흔들고 성취한 것은 규제의 영역 밖에 있었던 덕분이다. 정부가 나서 지원한다고 참견했으면 쓸데없는 규제가 생겨났을 것이다. "


규제는 강제적 표준화로 모든걸 길들인다.

그것은 혁신의 도전정신에 제동을 건다.

규제 장벽은 높다.
규제는 법으로 나타난다. 공무원이 법과 규제 인허가권 등을 가져야 그들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한국의 관료제는 나라 발전의 걸림돌이 되는 것이다.

세계 정부들은 규제 혁파에 주력중이다.
중국, 미국, 일본 경제는 규제 혁파에 주력하지만 한국은 역주행이다.

서비스업, 미래 신산업의 일자리는 규제에 막혀 있다.

규제는 넘쳐난다. 기업, 사회, 문화, 환경 등 광범위하다. 심지어 종교조직도 규제가 늘어난다.

문재인 대통령이 보다 못해 ‘붉은 깃발’론을 들고 나왔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7일 “19세기 말 영국에서 자동차 속도를 마차 속도에 맞추려고 자동차 앞에서 사람이 붉은 깃발을 흔들었다”며 불필요한 규제에 대해 전면전을 예고했다.

공약 파기 논란까지 감수하며 은산분리 규제를 완화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일자리 창출을 위해서는 규제 혁신이 필수라는 게 문 대통령의 생각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규제 타파 전선을 구축했다. 혁신성장은 문재인 경제의 한 축이다. 핵심이 규제 개혁이다. 문 대통령의 발언은 인상적이다. “의료기기들이 규제의 벽에 가로막혀 활용되지 못한다면 도대체 누구를 위한 규제이고 무엇을 위한 규제인가”(19일 규제혁신 행사).

그 현장의 규제 혁파 의지는 선명했다. 행사 뒤 반응은 대체로 신중하다. 그런 이벤트는 과거 정권 때도 있었다. 하지만 규제는 풀리지 않았다. 그것은 문 대통령의 지적대로 “의료기기는 개발보다 허가·기술평가를 받기가 더 어렵기” 때문이다. 보건복지부·식약처·보건의료연구원·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저마다 규율을 짜놓는다. 의료기기 인허가 과정은 피곤하다.

규제는 터미네이트다. 여론도 규제강화를 돕는다.

사고가 나면 규제는 강해진다. 카르텔의 저항은 교묘해진다. 그들은 사고를 규제완화 탓으로 몰고 간다. 현 정부 지지의 시민단체, 교수들은 규제 고수 쪽이다.

규제는 권력이다. 인허가는 공직자들의 무기다. 김용환 전 재무장관의 경험은 정책 상상력을 준다. “관료는 자신의 규제 권한을 내놓으려 하지 않는다. 규제를 깨려면 그런 생리에 익숙해야 한다.”


규제는 중독성이 강하다.
규제는 권력이다.
규제는 조직이 살아가는 유일한 목적이다.

내 말 한 마디, 나의 해석 하나에 왔다갔다 가는 모습을 보는 쾌감은 달콤하다.

규제 문제는 단기적이면서 장기 게임이다.

문재인 정부의 혁신성장은 규제와의 전쟁이다.

문 대통령은 “소득주도 성장, 혁신성장, 공정경제는 병행해야지 선택의 문제가 아니다”고 했다. 병행은 가능하다. 하지만 동시 성취와 만족은 힘들다.

경제 성패는 순위 결정의 디테일에서 결판난다. 국정은 우선순위를 매기는 작업이다. 거기에서 정권의 역량 차이가 드러난다. 그 부분에 지도력의 용기와 신념이 필요하다.

규제 개혁은 중국이 우리보다 더 잘하는 것 같다.
중국 알리바바그룹이 주도한 쇼핑 행사인 광군제(光棍節·독신자의 날) 매출이 2017년 11월 11일 하루 판매액 28조원을 달성하며 사상 최대 기록했었다.

이날 광군제 판매액은 지난해 미국 최대 쇼핑 시즌인 추수감사절과 블랙프라이데이 기간의 구매액보다 네 배 이상 많다. 광군제를 ‘중국판 블랙프라이데이’로 부르는 대신 블랙프라이데이를 ‘미국판 광군제’로 불러야 할 판이다.

광군제의 성공은 알리바바그룹을 비롯한 전자상거래 업체들이 큰 폭의 할인율을 앞세우며 대대적으로 분위기를 띄운 데다 스마트폰 보급 확대로 모바일 결제가 급증한 덕을 봤다.

모바일 쇼핑 비율이 올해 90%에 달했다. 광군제의 글로벌화도 한몫했다. 전 세계 200여 개국의 소비자가 해외 직구로 광군제에 참여했다. 이제는 광군제가 중국의 국내 행사를 넘어 세계의 쇼핑 행사로 떠오른 것이다.

온·오프라인과 모바일, 인공지능(AI)을 결합한 마윈 알리바바 회장의 신유통 혁신도 주목해야 한다. 빅데이터 등 첨단 정보기술(IT)을 활용해 상품의 생산·유통·판매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시킨 것이다.


독신자의 외로움을 쇼핑으로 달래자는 소박한 취지로 2009년 시작된 광군제가 8년 뒤 글로벌 쇼핑 이벤트로 우뚝 섰다. 반면 광군제보다 훨씬 앞선 1990년대 시작했던 한국의 빼빼로데이는 여전히 초콜릿과 과자 매출에 기여할 뿐이다.

우리가 광군제에서 배워야 할 게 많다.
한국 정부도 미국의 블랙프라이데이나 중국의 광군제를 벤치마킹해 ‘코리아 세일 페스타’를 열었지만 할인 상품이 많지 않고 할인율이 일반 세일과 크게 차이가 나지 않아 소비자 반응이 시원찮다.

정부가 주도하고 기업들이 떠밀리듯 참여하는 구도에서는 신바람 나는 장터가 열리기 힘들다. 유통업의 불공정행위는 제재해야 하지만 지나치게 갑을 관계의 프레임에 유통을 가둬 놓는 과잉행정도 경계해야 한다.

규제가 만고불변은 아니다. 규제가 없이 잘되고 잘산다면 없애야 한다. 규제를 만드는 국회의원, 공무원, 기득권을 없애고 규제개혁을 시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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