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세종=청주일보】김흥순 =초와 걸레의 공통점은 자신을 희생해 남을 빛내주는 것이라 생각된다.

초는 자신을 태워 세상을 빛내고 걸레는 자신을 더럽혀 다른 대상을 빛낸다.

초와 걸레는 예수의 사랑과 비슷하다.

세상 사람들은 사랑하며 살아가지 않고 있다.

사랑은 자기를 희생하는 것인데, 세상 사람들은 자기를 희생하기는커녕 자기를 위해 다른 사람들을 이용하고자 애쓴다.

다른 사람들이 자기를 위해 살아주기를 바랄지언정 그들을 위해 희생하기는 싫어한다. 세상 인간들은 자기중심적으로 인생을 살고 있다. 가치관으로만 판단하자면 세상 사람들은 각자가 우주의 중심인 것처럼 살아간다.

교만이다.

모두가 중심일 수는 없기 때문에 모두가 모두를 상대적으로 대한다. 하느님을 믿지 않는 세상 사람들이 절대적인 가치 기준을 부인하면서 각자 살아온 인생 내력을 기준으로 세상과 사람을 판단하는 것은 그런 이유 때문이다.

사회적으로 그리스도인들의 신앙이 공현되는 과정은 위기에 처한 누군가의 요청과 울부짖음에 응답하는 과정이다.

현장 미사 또는 길거리 미사는 그 대표적인 사례다.

전례를 위해 필요한 물품과 여건이 완전히 조성되어 있는 성당과 달리 현장이나 길거리에서는 미사를 드리는 분위기가 을씨년스럽고 감시하러 나온 정보 경찰관의 싸늘한 시선도 견디어야 하며 의자도 없이 땅바닥에 앉아야 하는 불편에다가 제대를 장식할 꽃은 물론 성가대도 없다.

오로지 무언가 하느님께 하소연해야 하는 약자들의 안타까운 사연만이 미사의 제물이다.

헌법에 민주주의를 위한 시위와 결사의 자유, 표현과 언론의 자유가 규정되어 있다면,

현장과 길거리에서라도 관심과 도움이 필요한 이들이 서로 모여 하느님께 탄원할 수 있는 전례적 자유를 보장하는 근거다.

우리는 위기에 처한 이들의 울부짖음에 응답하기 위해 용기를 내야 한다.

죽어 천당간다는 기복 신앙, 내 자식, 나만 잘되면 된다는 청구 신앙만 있다면 그것은 미신이다. 살아있으며 고통받고 있는 백성을 두고 성경책만 읽고 있다면 그것은 지옥가는 지름길이다.


촛불 한자루로 여러 자루의 초에 불을 붙인다 해도 애초의 촛불 빛은 흐려지지 않는다. - A candle loses none of its light by lighting another candle -Talmud

마태오 복음서 25장 최후의 심판

31 “사람의 아들이 영광에 싸여 모든 천사와 함께 오면, 자기의 영광스러운 옥좌에 앉을 것이다.

32 그리고 모든 민족들이 사람의 아들 앞으로 모일 터인데, 그는 목자가 양과 염소를 가르듯이 그들을 가를 것이다.

33 그렇게 하여 양들은 자기 오른쪽에, 염소들은 왼쪽에 세울 것이다.

34 그때에 임금이 자기 오른쪽에 있는 이들에게 이렇게 말할 것이다. ‘내 아버지께 복을 받은 이들아, 와서, 세상 창조 때부터 너희를 위하여 준비된 나라를 차지하여라.
35 너희는 내가 굶주렸을 때에 먹을 것을 주었고, 내가 목말랐을 때에 마실 것을 주었으며, 내가 나그네였을 때에 따뜻이 맞아들였다.

36 또 내가 헐벗었을 때에 입을 것을 주었고, 내가 병들었을 때에 돌보아 주었으며, 내가 감옥에 있을 때에 찾아 주었다.’ 37 그러면 그 의인들이 이렇게 말할 것이다. ‘주님, 저희가 언제 주님께서 굶주리신 것을 보고 먹을 것을 드렸고, 목마르신 것을 보고 마실 것을 드렸습니까? 38 언제 주님께서 나그네 되신 것을 보고 따뜻이 맞아들였고, 헐벗으신 것을 보고 입을 것을 드렸습니까?

39 언제 주님께서 병드시거나 감옥에 계신 것을 보고 찾아가 뵈었습니까?’

40 그러면 임금이 대답할 것이다. ‘내가 진실로 너희에게 말한다. 너희가 내 형제들인 이 가장 작은 이들 가운데 한 사람에게 해 준 것이 바로 나에게 해 준 것이다.’

41 그때에 임금은 왼쪽에 있는 자들에게도 이렇게 말할 것이다. ‘저주받은 자들아, 나에게서 떠나 악마와 그 부하들을 위하여 준비된 영원한 불 속으로 들어가라.
42 너희는 내가 굶주렸을 때에 먹을 것을 주지 않았고, 내가 목말랐을 때에 마실 것을 주지 않았으며, 43 내가 나그네였을 때에 따뜻이 맞아들이지 않았다. 또 내가 헐벗었을 때에 입을 것을 주지 않았고, 내가 병들었을 때와 감옥에 있을 때에 돌보아 주지 않았다.’ 44 그러면 그들도 이렇게 말할 것이다. ‘주님, 저희가 언제 주님께서 굶주리시거나 목마르시거나 나그네 되신 것을 보고, 또 헐벗으시거나 병드시거나 감옥에 계신 것을 보고 시중들지 않았다는 말씀입니까?’ 45 그때에 임금이 대답할 것이다. ‘내가 진실로 너희에게 말한다. 너희가 이 가장 작은 이들 가운데 한 사람에게 해 주지 않은 것이 바로 나에게 해 주지 않은 것이다.’ 46 이렇게 하여 그들은 영원한 벌을 받는 곳으로 가고 의인들은 영원한 생명을 누리는 곳으로 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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