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세종=청주일보】김흥순 = 노루귀는 한국 각처 산지에서 자라는 다년생 초본이다.

생육특성은 나무 밑에서 자라며 노루귀가 잘 자라는 곳의 토양은 비옥하고 양지식물이다. 한국 봄꽃의 특징은 꽃이 먼자나는데, 노루귀도 예외는 아니다.

꽃이 피고 나면 잎이 나오기 시작하는데, 그 모습이 마치 노루의 귀를 닮았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유사한 것으로는 분홍색과 청색으로 피는 종이 있다. 관상용으로 쓰이며, 뿌리를 포함한 전초는 약용으로 쓰인다.

봄에 어린 잎을 나물로 먹으며 관상용으로 심는다. 민간에서는 8∼9월에 포기째 채취하여 두통과 장 질환에 약으로 쓴다. 한국과 일본 중국 등지에 분포한다.

식물 중에 노루가 들어가는 식물들이 많다.

분홍색 꽃이 아름다운 노루오줌, 노루가 은혜를 갚았다는 전설이 전해지는 노루발풀, 흰 꽃이 순결한 노루삼, 오늘의 주인공 노루귀다. 모두 다 좋은 숲에 산다는 공통점이 있다.

꽃이 피고 나면 아래쪽에서 잎이 말려 나오는데 그 모습이 마치 솜털이 보송한 노루의 귀와 같다. 물론 잎이 다 펼쳐지면 세 갈래로 얼룩진 또 다른 모습이 된다. 노루귀는 봄이 오면, 아직 그늘진 곳의 잔설이 녹기도 전에 가장 먼저 꽃을 피운다.

노루귀는 눈을 헤치고 작은 꽃을 내민다 하여 파설초(破雪草), 설할초(雪割草)라고도 한다.

라틴어 학명 중에서 노루귀 집안을 통틀어 부르는 속명 헤파티카(Hepatica)는 간장이란 뜻을 가진 헤파티커스(hepaticus)에서 유래됐다.

세 개로 나누어진 잎의 모양이 간장(肝腸)을 닮아 생겨난 명칭이다.

영어 이름 역시 유사한 뜻의 아시안 리버리프(Asian liverleaf)다.

한방에서 부르는 생약 이름은 장이세신(獐耳細辛)이다.

뿌리를 포함한 모든 부분을 여름에 채취해 볕에 말려 두었다가 약으로 사용하는데 진통, 진해, 소종의 효능이 있어 주로 두통, 치통, 복통과 같은 증상에 진통제로 쓰거나 감기, 장염, 설사 등에 처방한다

잎을 따다가 나물로 무쳐 먹을 수도 있는데 미나리아재빗과의 식물이 그러하듯 독성이 있으니 뿌리를 제거하고 살짝 데친 다음 물에 우려내 쓴맛과 독성을 없애고 먹어야 한다.

사실 봄에는 지천인 게 산나물인데 구태여 독성 있는 노루귀를 나물로 이용할 필요는 없다. 관상용 자원으로 추천하고 싶다.

작고 앙증맞은 꽃 모양새는 우리가 분에 많이 심어 가꾸는 아프리칸 바이올렛과 크기와 느낌이 비슷하면서도 훨씬 정감 있고 아름답다. 게다가 노루귀의 꽃 색깔은 아무도 따라올 수 없을 만큼 다양하니 노루귀를 꽃 색깔별로 모아 화단에 심거나 화분에 담아 키우면 꽃도 보고 잎도 보고 좋다.

낙엽 지는 나무 밑에 심어 두면, 나무에 잎이나 꽃이 피기 전에 삭막한 봄의 풍경을 아름다운 야생화로 장식할 수 있다. 번식은 종자와 포기나누기가 가능하지만 포기나누기는 뿌리 자체를 잘라 심기에는 어려움이 있으므로 대개는 종자번식에 의존한다.


게으른 사람은 볼 수 없는 봄날 숲속의 요정 같다.

옛날, 산골에 함평 이씨가 살고 있었다.

그는 집이 무척이나 가난해, 나무를 해서 팔아 겨우 연명하였다. 하루는 산에서 나무를 하고 있노라니까, 커다란 노루 한마리가 달려와, 그가 해놓은 나무더미 속으로 들어가 숨었다.

그러자 조금 후에 포수가 헐레벌떡 뛰어와, 노루 한 마리가 도망가는 것을 보지 못했느냐고 물었다. 그는 시치미를 뚝 떼고 모른다고 했다.구사일생으로 목숨을 건진 노루는, 그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하는 듯 머리를 끄덕이더니, 그의 옷자락을 물고 자꾸 끌었다.

이상한 일도 다 있다 싶어 그가 따라가니, 산중턱에 이르러 노루가 멈춰서서 한 자리를 앞발로 치다가는 드러눕는 시늉을 해보였다

그 모습을 한참 바라보던 그는 마침내 그 뜻을 짐작했다.

"아, 이 자리가 명당이라는 뜻이구나."
그는 그곳에 표시를 해 두었다가 부모가 돌아가시자, 그 자리에 묘를 썼다. 과연 그후로 그의 자손들이 번창했음은 물론이요, 그 가문에서 많은 공신이 나왔다.

사람들은 함평 이씨가 노루를 만난 이 고개를 '노루고개'라 불렀는데, 경기도 수원군 봉담면 분천리에 위치한다.

'노루귀'를 만날 때마다, 이 '노루고개'에 얽힌 함평 이씨와 노루의 아름다운 이야기를 떠올리게 된다. 이른 봄, 얼음이 채 녹지도 않은 추위 속에서 잎보다 먼저 긴 목을 뽑고 연보라빛 입술을 하고 있는 꽃을 보면, 고마움에 눈물을 글썽이며 고갯짓을 하였을 그 노루의 눈빛이 생각난다.

더욱이 그 가늘한 꽃줄기와 잎에 길고 흰 털이 많이 나 있어서 흡사 노루의 부드러움을 생각하게 하고 더욱이 삐죽이 나오는 잎사귀는 갈데없이 노루의 귀가 연상되기에 이 때문에 '노루귀'라는 이름을 얻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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