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세종=청주일보】김흥순 = 가진 놈들을 위해서만 작동되는 괴상한 법

"Laws are like cobwebs, which may catch small flies, but let wasps and hornets break through." "법은 거미집 같아서 작은 날파리는 잡을 수 있을지 몰라도, 말벌이나 호박벌을 뚫고 지나가게 한다."

"거미줄과 싸울 게 아니라 그 줄 친 거미를 직시해야" [2018 올해의 인물 - 서지현과 미투 폭로자들 ①] 100℃ 끓는점, 서지현 검사 인터뷰 -오마이 뉴스

- 그 거미는 누구라고 생각하시나요?

"작게는 가해자와 검찰, 크게는 이 사회라고 생각해요. 왜 이토록 피해자들이 고통을 당해야 하는지 참 많이 고민하던 중, 한 책을 읽었어요. 성인의 29%가 에이즈 감염돼 성인 평균 기대수명이 61살인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2011년 치료가 필요한 모든 이에게 공공자금으로 무상 에이즈 치료약을 제공하기로 결정한 후, 한 시골 지역을 조사한 결과 불과 7년만에 기대수명이 12년이나 증가했대요. 저자는 묻습니다. '이 지역 주민들은 그동안 에이즈 때문에 죽었던 것일까요, 아니면 치료약을 공공자금으로 제공하지 못했던 공동체로 인해 죽었던 것일까요.'

저 역시 묻고 싶습니다. 피해자들은 그동안 성폭력 피해로 인해 말할 수 없이 고통을 받았을까요, 아니면 성폭력을 방치하고, 가해자를 두둔하고, 오히려 피해자들을 비난해온 공동체로 인해 입을 열지도 못한 채 고통 속에서 죽어갔을까요? 피해자들을 입을 열 수 없게 만든 것은 그들의 나약함과 두려움 때문이었을까요? 아니면 피해사실을, 진실을 들여다보기보다는, 그들을 꽃뱀, 창녀 등으로 부르며 의심하고 비난해온 이 잔인한 공동체 때문이었을까요?"

서 검사는 미투를 통해 '공동체'의 문제를 발견했다. 그리고 그것은 곧 '민주주의'의 문제가 된다. 서 검사는 미투를 통해 한국사회에 일어난 변화가 무엇이라 생각하는지 묻는 질문에 "법과 제도는 거의 변한 것이 없지만, 사람들의 생각 속에 성폭력이 결코 피해자의 잘못이 아니라는 생각, 가해자들을 두둔하고 피해자들을 비난해왔던 문화가 잘못되었다는 생각을 하게 된 것이 가장 큰 변화라고 생각합니다"라고 말했다.

"사실 미투는 여성들이 약자들이 더 이상 성폭력에 침묵하지 않겠다, 인간답게 살고 싶다는 이야기를 하는 것이고, 인간은 누구나 인간다운 삶을 살 권리가 있다는 실질적 민주주의를 이야기하는 것이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미투 자체가 무슨 성공해야 할 목적이 아니라, 실질적 민주주의를 위한 출발점, 시작에 불과한 것이고, 한국사회는 이제 그 변화를 막 시작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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