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세종=청주일보】김흥순 = 하루살이류(mayfly, shadefly)에서 배우는 지혜

하루살이, 하룻강아지 등은 명칭에 따른 오해가 많다.

'하룻강아지'는 원래 '하릅강아지'다. 하룻은 '하릅'의 변형이다.

'하릅'은 소나 말이나 개 등과 같은 짐승의 나이를 셀 때 '한 살배기'를 지칭하는 말이다.

학명은 그리스어에서 ‘하루살이’를 가리키는 에페메라(ephemera)와 ‘날개’를 가리키는 프테론(pteron)에서 나왔지만, 에페메라 명사는 에페메론(ephemeron)과 에페메로스(ephemeros)의 복수 중성 격을 나타낸다.

원래의 뜻은 epi = on, hemera = day ("그날 하루")며, 하루살이 수명의 짧음에서 유래한다.

에피메라(ephemera)는 ‘전단지’와 ‘팜플렛’ 등 (즉 하루살이 )의 의미도 가지고 있으며, 그 역시 그 날만 쓰임이 있는 임시적인 존재이기 때문이다.

하루살이류는 하루살이목에 속하는 곤충의 총칭이다.

전 세계적으로 2500여 종이 알려져 있다. 고시하강(팔레옵테라)이라 부르는 오래된 곤충군에 분류를 하며, 여기에는 잠자리, 실잠자리 등을 포함하고 있다.

애벌레는 (나이아드, 보통 님프라고 부르는) 수생 곤충으로 민물에서 1년을 살아간다. 성충은 일주일이나 2주일 정도까지 산다. 따라서 애벌레 기간까지 포함하면 하루살이는 하루만 사는 게 아니라 1년가량 사는 것이다.

사람과 직접적인 이해 관계가 거의 없는 곤충이다. 사람을 공격하지 않고 독을 가지고 있지도 않다. 따라서 해충으로 여겨지지는 않는다.

다성 하루살이 등은 가끔 대량으로 모여들어 시야를 차단하거나, 길거리에 쌓여 자동차 운행에 방해가 되기도 한다.

2013년 5월말 ~ 6월초 압구정동 인근에서도 대량의 동양하루살이가 불빛에 몰려들어 행인들의 불편을 초래하기도 했다. 동남아시아에 분포하는 키쿠이 하루살이(Asthenopus corporaali)는 수중의 나무와 대나무와 같은 것에 구멍을 뚫고 후낙이 벌레를 닮은 둥지 구멍을 만든다. 따라서 나무배와 수상 가옥, 목재 수로 등을 훼손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보이는 게 전부일까.
곤충의 일생은 알에서 어른 벌레로 되고 어른 벌레가 짝짓기를 해 다시 알을 낳고 죽기까지 걸리는 시간이니, 매미는 그렇게 보면 가장 수명이 긴 곤충이다.

하루 만에 죽는다는 하루살이도 애벌레로 2∼3년을 산다

그저 짝짓기해서 자손을 남기기 위한 짧은 순간을 전부로 봐서는 안 될 것이다.

매미의 눈으로 본다면 땅속의 오묘한 삶이 본질임을 인식하지 못하는 인간이 우매함의 표본일 수도 있다.

마찬가지로 현재의 상식은 새로운 기준이나 가치에 의해 얼마든지 뒤집힐 수 있다.

예를 들어 헨리 포드가 에디슨사에 근무할 때 미래의 동력은 전기라는 것을 의심하는 사람은 없었다. 하지만 포드는 회사를 떠나 더블실린더 엔진에 매달려 3년 뒤 모델 A를 탄생시켰고, 결국 자동차 왕으로 등극하였다.

아이폰, 아이패드의 신화를 남긴 스티븐 잡스 또한 생각의 전환을 행동으로 실천한 사람이었다. 잡스가 이끈 ‘애플 파워’는 기존에 있는 것들과의 경쟁을 거부하고, 과거에 존재하지 않던 새로운 디지털 세계를 창조하면서 진화를 주도하는 능력 그 자체였다.

호모 디아볼루스(Homo-diabolus)가 세상을 바꾼다

호모 디아볼루스는 인간을 뜻하는 ‘Homo’와 말썽꾸러기를 뜻하는 라틴어 ‘diabolus’를 합성한 말로, 재능과 능력에 따라 다양한 가치를 오로지 흥미를 위해 추구하는 사람들을 의미한다.

상식에 대해 다르게 생각하기가 쉬운 일은 아니다.
주위 사람들의 이상한 시선도 이겨내야 한다.

관습에 대한 저항 앞에는 주위로부터의 고립은 물론 예상하지 못한 난관이 도사리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기존의 틀과 방법에 한계가 있다면, 새로운 틀과 방법에 대해 고민해야만 한다.

며칠 전 “필통에 들어가지 않는 가위가 미워 발명하게 됐어요.”라며 둥근 손잡이 때문에 필통에 들어가지 않는 가위의 문제를 해결하여 대통령상을 수상한 초등학생이 있었다.

진정한 발견의 항해는 새로운 땅을 찾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눈을 갖는 것이라고 프루스트는 말한 바 있다.

안정과 조화도 중요하지만, 창조적 말썽꾸러기가 21세기의 장영실, 제2의 스티븐 잡스가 될 여건을 만들어 주는 것도 중요할 것이다.

2005년도 고려대학교 정시 논술문제에 하루살이가 나온다.

장자 소요유편

북녘 바다에 곤(鯤)이란 물고기가 있다.

그 몸집은 몇 천 리나 되는지 알 수 없을 정도로 크다.

그 물고기가 화(化)해서 새가 되는데,이름 하여 붕(鵬)이라 한다.

붕의 몸집 또한 몇 천 리나 되는지 헤아릴 수 없이 크다.

그런데 이놈이 한 번 화가 나서 날았다 하면 그 날개는 마치 하늘을 가린 구름처럼 모든 것을 뒤덮는다.

괴이한 이야기만 적어 놓은 『제해(齊諧)』라는 책에서는,"대붕(大鵬)이 남녘 바다로 날아가려면 물 위를 삼천 리나 달려야 비로소 날아오르게 되고,그런 뒤 다시 날개로 바람을 치면서 구만 리를 올라가서야 항로를 잡는다.

그러고는 그대로 육 개월을 날아 목적지인 남녘 바다에 도달한다"고 말한다.

몸집이 크면 그를 받아들일 공간도 커야 하고 정신이 위로 비상하려면 그 경지 또한 높아야 한다.

바람의 공간이 넓지 않으면 큰 새가 날 수 없다.

대붕이 바람을 치며 구만 리 창공을 날아오르는 것도 그래야만 푸른 하늘을 등에 지고 아무런 장애 없이 남녘 바다로 갈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이치를 모르는 매미와 새끼 비둘기가 비웃으며 말하기를,"나는 뽕나무 그늘에서도 얼마든지 힘껏 날 수 있고 잠깐 사이면 목적지에 다다를 수 있는데,무엇 때문에 구만 리나 날아올라서 남쪽으로 가는 것일까? 불과 두어 길 되는 공간에서도 뛰놀 수 있고 쑥대밭 사이에서도 자유로이 날 수 있으니,이 또한 최대의 소요(逍遙)가 아닌가? 어째서 대붕처럼 날아야만 제일이란 말인가?"라고 한다.

작은 지혜(小知)는 큰 지혜(大知)에 미치지 못하고,짧은 시간(小年)은 긴 시간(大年)에 미치지 못한다.

하루살이가 밤과 새벽을 알 리 없고 여름벌레가 눈과 얼음을 알 리 없는 것이다.

이것이 큼(大)과 작음(小)의 차이이다.

새끼 비둘기가 어찌 대붕의 뜻을 알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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